현대정보기술은 어떻게 롯데의 골칫거리가 됐나
입력 2015.02.12 07:00|수정 2015.02.12 07:00
    외연 확장 전략 일환…내부선 "오경수 당시 대표 업적용 인수"
    공공기관 입찰 제한에 PMI도 잡음…그룹 물량은 롯데정보통신이 독점
    • [02월02일 11:12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2010년 롯데그룹에 인수된 현대정보기술은 롯데정보통신 외형 성장의 증거이자 글로벌 진출의 첨병이었다. 5년이 지난 지금, 현대정보기술은 누적 적자로 롯데정보통신 기업공개(IPO)의 발목을 잡는 골칫거리가 됐다.

      인수 전부터 롯데정보통신 내부에서 인수 목적과 시너지 여부에 대해 의문을 품는 목소리가 나왔다. 인수 후 통합(PMI) 역시 수월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규제가 도입되며 현대정보기술이 핵심 시장을 잃었지만, 그룹은 현대정보기술에 이렇다 할 도움을 주지 않았다.

    • 발단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룹의 전산실 수준이던 롯데정보통신은 2005년 오경수 전 대표이사(사진, 2014년 사임)의 취임으로 전환기를 맞는다. 삼성그룹 출신으로 시큐아이닷컴 대표를 지낸 오 대표가 공격적으로 매출 확장 정책을 밀고 나간 것이다.

      롯데정보통신의 주요 전략은 그룹 내 입지 확보였다. 그룹의 성장과 함께 롯데정보통신의 몸집도 커졌다. 2005년 1534억원 수준이던 매출 규모는 2009년 3366억원으로 두 배 이상 불었다.

      다만 이런 성장 전략은 한계가 있었다. 2006년 35%이던 매출액 성장율은 2009년 13%로 뚝 떨어졌다. 영업이익률은 2005년 4.47%에서 성장하는 듯하다 2009년 오히려 4.38%로 뒷걸음질 쳤다. 회사 내부에선 내실 없는 확장에 대한 부담의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오 대표가 이런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내놓은 전략이 바로 현대정보기술 인수였다. 현대정보기술은 옛 현대그룹 현대전자 출신의 인력들이 주력으로 연 2000억~2500억원 안팎의 매출을 내던 강소기업이었다. 롯데정보통신은 인수를 통해 현대정보기술의 주력인 사회간접자본(SOC) 부문을 확대하고 해외 전초기지를 활용해 글로벌 외연 확장에 나서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 다만 이를 두고 롯데정보통신 내부에서는 현대정보기술 인수 추진이 오 대표의 업적을 위한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두 회사의 전문 분야가 달라 협업의 여지가 많지 않은 데다 사내 문화가 크게 달라 화학적 결합이 어려워 보이는데도 경영진에서 지나치게 속도를 낸다는 것이다.

      당시 인수에 관여했던 롯데정보통신 출신 한 관계자는 "대표이사 전무로 입사한 오 대표가 그룹 정책본부로부터 다시 한 번 신임을 얻기 위해 추진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많았다"고 말했다.

      롯데정보통신은 2010년 12월 현대정보기술 지분 52% 인수에 성공했다. 이 공적을 인정받아 오 대표는 2011년 2월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현대정보기술 대표도 겸임했다.

      합병 후 현대정보기술은 당초 기대와는 반대로 실적이 하락세를 보였다. 2011년 1865억원이던 매출은 2013년 1516억원으로 뒷걸음질쳤고, 지난해에도 3분기까지 987억원에 그쳤다.

      현대정보기술 입장에서 보면 롯데그룹으로 편입 후 득보단 실이 많았다.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포함되며 공공기관 입찰이 전면 제한됐다. 이 규제는 롯데그룹으로 편입된 첫 해인 2011년 정부에서 발표해 2013년부터 시행됐다. 신호감지시스템 등 공공영역의 사업이 특기였던 현대정보기술에 이는 타격이었다.

    • 롯데그룹은 현대정보기술에 대한 지원에 인색했다. 공정거래법에 따른 내부거래현황에 의하면 2011년 이후 현대정보기술이 그룹으로부터 수주한 물량은 107억원에 불과하다. 그룹에서 나오는 일감은 롯데정보통신이 거의 대부분 가져갔다. 연 평균 4100억원 규모다. 현대정보기술 인수 후에도 롯데정보통신의 그룹 내부매출비중은 70~80%를 꾸준히 유지했다.

      매출이 줄며 현대정보기술의 인적 구성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현대전자 출신이 소외된다는 내부의 비판이 나왔다. 롯데로 인수되기 전 현대정보기술의 임원(미등기 포함)은 모두 26명이었고, 이 중 46%인 12명이 현대전자 출신이었다. 지난 9월말 기준으로 임원 수는 9명으로 줄었다. 이 중 현대전자 출신은 22%인 2명에 그친다.

      공공기관 입찰이 제한된 현대정보기술은 해외에서 활로를 찾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현대정보기술은 2010년 이후 베트남을 제외한 해외 법인을 대부분 철수시켰다.

      오경수 대표는 지난해 2월 사임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롯데카드 정보유출 책임을 진 거라고 알려졌지만, 상장 실패와 그 과정에서 신동빈 회장 일가의 일감몰아주기 이슈가 주목받은 게 더 큰 이유라는 얘기도 있다"며 "현대정보기술을 어떻게 할지 결정하지 못하면 올해에도 상장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