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KT·신한-SKT·KB-LGU…은행-통신사 합종연횡 활발
입력 2016.03.16 07:00|수정 2016.03.16 07:00
    성장성 한계…이종산업과 제휴로 돌파구 마련 시도
    고객군 공유 등 이점 있어…"효과는 지켜봐야"
    • 은행과 통신사의 '내 편 찾기'가 막바지 단계에 이르고 있다. LG텔레콤을 마지막으로 주요 통신 3사가 모두 국내 대형은행과 업무 제휴 협약을 맺었다. 성장성이 한계에 달한 은행과 통신사가 핀테크(FinTech;금융관련신기술)를 매개로 공생관계를 형성해 활로를 모색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KB국민은행과 LG유플러스는 8일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지난해 11월부터 금융과 통신을 결합한 신상품 개발 및 공동 마케팅을 추진해왔다"며 "고객과의 장기적인 관계형성을 위해 지속적인 우대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과 LG유플러스는 데이터 혜택과 은행 수수료 면제 서비스가 결합된 신상품을 4~5월중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신상품 외에도 적극적인 제휴 마케팅을 펼쳐 나가기로 했다.

      앞서 지난달 29일에는 신한은행과 SK텔레콤이 손을 잡았다. SK텔레콤 가입자가 신한은행의 '신한T주거래통장·적금'에 가입하면 우대 금리를 적용받고, 이자처럼 추가 데이터를 적립받는 상품이다. 은행과 통신사가 손을 잡고 내놓은 첫 상품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2월 KT와 손을 잡았다. 양사는 사물인터넷 및 핀테크 공동사업개발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담보대출 관리시스템, 근거리통신 타겟 마케팅 등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 융합 시너지를 내기로 했다. 두 회사는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컨소시엄에도 함께 참여하고 있다.

      은행과 통신사와 서로 손을 잡는 이유는 성장성에 한계가 온 가운데 이종 산업과의 결합으로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로 풀이된다.

      국내은행의 지난해 자기자본순이익률(ROE)는 2.15%로 2000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전체 순이익도 3조5000억원으로 2014년 대비 43% 급감했다. 통신사들 역시 지난해 2014년 대비 매출액이 1.9~3.5% 줄어들며 역성장했다. 단말기유통법 시행으로 마케팅비가 줄며 이익 규모는 늘었지만, 알뜰폰(MVNO)의 성장과 선택약정할인제도 등으로 인해 성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평가다.

      은행과 통신사의 제휴는 일단 표면적으론 서로에게 윈-윈(win-win)이라는 평가다. 은행은 통신사의 고객 기반 바탕으로 새로운 고객을 끌어올 수 있다. 통신소비 패턴 등 기존에 은행이 가지고 있지 못한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금융상품을 만들 수 있다.

      통신사 역시 은행권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핀테크 신사업에 보다 적극적으로 동참할 기회를 노릴 수 있다. 상대적으로 길게 거래 관계를 맺는 은행 고객을 유치해 가입자 경쟁에서 이득을 얻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이들의 합종연횡은 아직 초보적 단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제휴를 통해 상품을 구상하고 이를 선보이는 단계로, 이런 연합이 얼마나 수익성에 도움이 될지, 제휴 관계를 깊게 발전시킬 수 있을지 전망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 은행 연구원은 "돌파구를 찾는다는 차원에서 은행과 통신사의 연합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부분이 있다"면서도 "단순히 서로의 가입자에게 혜택을 주는 '콜라보레이션' 형식의 상품에서 제휴 관계가 더 나아갈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