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면세점 인천공항 철수 나비효과…시내면세 경쟁 심화 예고
입력 2018.03.05 07:00|수정 2018.03.06 09:18
    롯데, 인천공항 철수에 롯데타워도 면허 취소 위기
    점유율 내주던 서울 강화 필수…본점 총력전 펼칠 듯
    신라·신세계도 인천 철수 검토…한화·두산 입지 더 축소
    • 롯데면세점이 인천국제공항 사업권을 반납하며 면세업계에 또 한번 대규모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대규모 매출 손실분을 만회하기 위해 기존 안방인 서울 시내 면세사업 강화 전략을 꺼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시내는 수년간 사업자가 급격히 늘었고 신라와 신세계 등이 추격의 고삐를 죄는 상황이라 점유율 확보 경쟁이 더 치열하게 벌어질 전망이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13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 사업권 4개 중 주류·담배 사업권(DF3)을 제외한 3개(DF1·DF5·DF8)를 반납하겠다는 뜻을 인천공항공사에 전달했다. 공사가 2터미널 개항을 감안해 1터미널 면세점 임대료를 27.9% 인하하기로 했지만, 위약금 3000억원을 무는 편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롯데는 5년 임대료 중 75%를 3~5년차(2017년 9월~2020년 8월)에 지불하기로 했다.

    • 롯데는 당장의 손실은 피하게 됐지만 매출 손실은 불가피하다. 인천공항점은 작년 국내 면세점포 전체에서 네 번째로 많은 매출 1조1210억원을 기록했다. 사업권 반납 후 다시 도전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는 의견도 있으나 현실성은 낮다.

      경쟁 면세점 관계자는 “롯데 인천 면세점은 수익성은 낮지만 1위 사업자로서의 덩치와 지위를 유지하는데 기여한다는 면에선 의미가 있었다”며 “매출 손실분을 메우기 위해 다른 지역을 키우려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결국 롯데가 앞으로 가장 심혈을 기울일 지역으로는 서울 시내가 꼽힌다.

      롯데는 명동본점의 우월한 입지에 힘입어 수십년 간 서울의 터줏대감 역할을 했지만 최근엔 위상이 예년만 못하다. 서울은 2015~2017년에만 7곳이 신규 특허를 얻으며 경쟁이 심화했고, 롯데의 점유율도 야금야금 내려갔다. 롯데 입장에선 얼굴과도 같은 명동본점에 더욱 힘을 실어 경쟁자들과 압도적인 격차를 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면세점 사업과 관련해 묵시적 부정 청탁을 한 혐의로 13일 1심서 유죄 판결을 받고 법정구속 됐다. 관세청은 판결 후 ‘위법 내용과 정도를 확인하고 충분한 법리검토를 거쳐 특허취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롯데가 월드타워점까지 내놓아야 한다면 본점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그룹 지배구조 개선의 마지막 퍼즐인 호텔롯데 IPO의 핵심도 결국 면세사업이다.

    • 롯데가 서울 시내에서 총력전을 편다면 다른 경쟁사업자들에 미칠 부담과 파급효과는 더욱 클 전망이다. 롯데가 반납한 점유율을 챙겨가던 신라와 신세계 정도를 제외하면 대응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신라는 2015년 현대산업개발과 손잡고 용산에 점포를 열었고, 신세계는 2016년 센트럴시티 사업권을 따내 올해 개장을 앞두고 있다. 두 그룹도 인천공항 철수를 검토 중인데, 철수하게 된다면 롯데와 마찬가지로 서울에서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상대적으로 점유율이 낮은 현대백화점의 고민이 클 전망이다.

      황금알을 낳아줄 것으로 기대하고 뛰어든 한화와 두산 같은 후발주자들은 기존 강자들 틈에서 기를 펴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면세업은 허가 사업이긴 하지만 그 후의 성과는 각 기업의 역량과 구매력에서 갈린다. 작년 두 그룹 면세점은 적자를 본데다, 면세점 특허 획득 과정에서 특혜를 봤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도 있었다. 한화는 사업 부진으로 제주 면세점을 닫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