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박스는 IPO 고민…"밸류 안 나와"
FI 자금회수 '안갯속'…"계획대로 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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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시장 호황을 위기해결 기회로 삼는 기업이 늘고 있지만 메가박스중앙(이하 메가박스)의 기업공개(IPO)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상장전투자(프리IPO) 유치 당시 내걸었던 계약사항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기업공개를 성사시켜야 하지만 시장에선 회의적 반응이 지배적이다.
계약서 상 상장 기한을 6개월가량 늦출 순 있지만 투자은행(IB)업계에선 극장산업 업황이 단기간 내 정상화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상장은 고사하고 매물로 나올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점쳐진다. 기업가치 반등 시점이 불확실한 가운데 재무적투자자(FI)의 회수 전망도 어둡다는 분석이다.
CJ CGV는 지난 20~21일 진행한 구주주 및 우리사주조합 대상 유상증자 청약 접수에서 99.43%의 청약률을 기록했다. 모집한 자금은 부채 상환 등에 쓰일 예정이다.
비슷한 경영 악화 위기에 처해있는 메가박스는 비상장사라 자금 조달 루트가 제한적이다. IPO 성사가 최우선 과제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영화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식 자체가 크게 달라진만큼 골머리를 앓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메가박스 지분 73.54%를 보유한 제이콘텐트리는 2011년 맥쿼리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인 한국멀티플렉스투자(KMIC)가 보유하던 메가박스 지분 50%-1주를 인수한 뒤, 자회사 씨너스를 메가박스와 합병하며 주주로 오른 바 있다.
2017년 제이콘텐트리는 KMIC가 보유하던 메가박스 지분 일부를 프리IPO를 통해 KB자산운용과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에 매각하여 1100억원을 마련했다. 지난해 기준 KB자산운용과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은 각각 메가박스 지분 11.50%, 7.96%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같은 해 제이콘텐트리는 포레스트파트너스의 메이플트리 사모투자 합자회사(이하 메이플트리)를 대상으로 399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발행했다. 교환대상은 제이콘텐트리가 보유한 메가박스 지분 6.9%로 포레스트파트너스는 메가박스의 시가총액을 6000억원 규모로 평가했다. 메이플트리는 지난해 EB 절반을 교환하여 지분 3.5%를 확보한 바 있다.
제이콘텐트리는 FI들을 유치하면서 메가박스의 48개월 내 상장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상장 기한은 내년 4월 30일로 1년이 채 남지 않았고 합의에 의해 IPO를 6개월 연기할 수 있다.
그러나 제이콘텐트리는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되던 3월, IPO를 연기했다. 이후 5월부터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고 증시 유동성이 크게 늘었음에도 상장 추진 움직임은 아직 미미한 상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연기된 이후 주관사단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은 크게 없다"고 말했다.
업황부터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영화 '반도'가 개봉 한 주 만에 200만 관객을 모으며 영화 산업에 훈풍이 불 것이란 기대감이 커진 건 사실이다. CJ CGV 증자에도 이 같은 분위기가 일부 반영됐다. 다만 증자와 상장은 다르다는 평가다. CG CGV 증자에 참여한 주주들은 '반도' 이후 새로운 흥행작이 나오지 않는다면 주식 보유 비중을 재검토할 수 있다. 하지만 상장엔 적어도 1년 가까운 기간이 소요된다. 더 강력한 업황 회복 신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IPO업계에서는 메가박스가 올 하반기 이후에도 IPO를 추진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코로나19 이후 넷플릭스 등 OTT 서비스가 재조명된 까닭이다. 이전까지 OTT와 영화관산업은 크게 겹치지 않는 영역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OTT가 영화관의 입지를 점점 좁아지게 만들고 있다는 데에 이론이 많지 않다.
한 관련업계 관계자는 "코로나로 인해 여전히 적자가 지속되고 있고, 회복되더라도 이전과 같은 영업이 가능할 것이라 보이진 않는다"며 "영화관의 밸류는 이전보다 낮게 매겨질 수밖에 없고 이를 거래소에서도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장 지연이 지속되면 결국 경영권을 내놓을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열려있다. KB자산운용과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은 메가박스에 투자하면서 IPO가 흥행하지 않으면 투자자들이 제이콘텐트리가 보유한 메가박스 지분까지 시장에 매각하거나 제이콘텐트리가 투자자 지분을 미리 정해둔 가격에 사오는 투자구조를 짰다.
그러나 M&A업계에서도 밸류를 높게 매기는 데 한계가 있다는 비슷한 우려가 나온다. 피어그룹으로 비교되는 경쟁사 CJ CGV의 주가는 지난해 11월 4만원대였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1만9000원대다. 게다가 시가총액도 저평가되는 상황이다. 영화산업 내 시장점유율 1위인 CJ CGV의 시가총액은 22일 415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7년 포레스트파트너스가 업계 3위인 메가박스의 기업가치를 6000억원 가량으로 매긴 것보다도 규모가 작다.
한 M&A업계 관계자는 "M&A업계에서도 영화산업은 최악이라고 보고 있다"며 "하고 있던 영화산업 관련 기업의 딜도 고꾸라진 상황인 만큼 밸류를 높이는 건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어두운 회수 전망에도 FI들은 상장은 일단 계획대로 상장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예정대로 4월 상장이 목표이며 기간이 밀리거나 그럴 것 같지는 않다"며 "아직 기간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지켜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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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7월 24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