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위메프 선전에 점유율 낮아졌다 논리
당장 점유율·수수료 제한해도 결국 경쟁사 압도
"배달앱 업체 수수료 제약은 더 까다로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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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배민) M&A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심사 결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조건부 승인으로 가닥 잡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다. 합산 시장점유율이 90% 수준으로 독과점이 명백한 만큼 당초 공정위 심사를 통과하지 못할 거란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공정위가 이들에 비교적 강도가 높지 않은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지며 반발 여론을 키웠다.
기업 간 합병 소식이 잦아진 가운데 국내 인터넷 기업 최대 규모의 배민 M&A는 기업결합 심사에 중대한 기준점이 될 수 있어 주목 받아왔다. M&A 업계에 미칠 영향도 크다보니 국내외 투자자들뿐 아니라 법률 자문을 맡는 로펌들도 승인 여부를 주시해 왔다.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 논리가 설득력을 얻지 못할 경우엔 '나쁜 선례를 만들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조건부 승인에는 기업결합 심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후발주자인 쿠팡과 위메프의 약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기존 3위 사업자였던 배달통은 쿠팡이츠와 위메프오에 순위를 내주며 5위로 밀려났다. 99%에 육박하던 통합 시장점유율은 90% 수준으로 떨어졌다. 후발주자들의 성장세가 배달앱 시장 진출 장벽이 높지 않다는 근거가 돼 결합 심사 통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가 그간 견지해 온 경쟁제한성 평가 관례를 뒤집어 엎을 만큼의 설득력 있는 논리는 되지 못한다는 게 다수의 견해다.
공정위는 그간 결합사의 시장 점유율이 75% 이상, 2위 사업자와의 점유율 차이가 25%가 되면 경쟁제한성이 있다고 봐 왔다. 배민과 요기요 등의 합산 시장점유율은 90.9%에 이르고, 2위 사업자인 쿠팡이츠(6.8%)와의 차이는 기준치를 크게 능가한다. 이 때문에 양사 기업결합 최종 승인 가능성은 희박하고, 승인 되어서도 안 된다는 입장이 많았다.
예상 외 조건부 승인 소식에 반발 여론도 들끓기 시작한 분위기다. 참여연대 등 각종 시민단체가 성명문을 발표하며 "온라인플랫폼의 독과점과 불공정 문제가 커질 수 있다"며 "승인을 철회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통상 시정조치는 '구조적 시장조치(특정사업부 매각 명령)'와 '행태적 시정조치(수수료 동결 혹은 인하)' 등으로 분류된다. 합산 시장점유율이 그간의 기업결합 사례들 중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에서 배달통을 내놓는 식의 조치를 요구받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일부 주식과 자산 매각을 검토할 것을 요구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수수료 제약 조건이다. 3~5년간 수수료 단가 인상 금지 조건이 제시된 것으로 전해진다. 배달앱 업체들에 수익화 모델이 비단 '수수료'에만 있지 않다는 점에서 더욱 까다로운 수준의 조건이 제시돼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지난 2009년 이베이가 G마켓을 인수한 당시 향후 3년간 판매 수수료 동결을 조건으로 내걸은 바 있지만 배달앱 업체의 경우엔 더 까다롭게 적용돼야 한다는 해석이다.
배민은 지난 4월 월 8만8000원이던 정액제 수수료 체계를 매출액의 5.8%를 받는 정률제로 바꾸려 시도했던 바 있다. 정치권의 집중포화를 받으며 철회했지만 배민이 앞으로 얼마든지 새로운 수익 모델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 DH는 장기적으로 배민의 지원아래 거래액대비 EBITDA(상각전영업이익) 마진을 5~8%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4조8000억원의 투자금을 단행한 만큼 회수를 위해서라도 수익 모델 개편을 통한 수익 확대가 불가피하다.
공정거래에 정통한 로펌 변호사는 "수익 모델을 수수료 체계로만 한정지어 제한할 경우 추가적인 수익 모델이 나올 가능성이 사실상 열린다고 봐야 한다. 음식업체와 배달라이더에 배타적 거래 제한 또한 거론되는 '강요 금지' 수준은 애초 모든 사업자들에게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것"이라면서 "김앤장의 대관능력 등 물밑 설득이 주효했던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인수 측 법률 자문사인 김앤장은 통상 시간당으로 계산되는 수임료를 '성공 보수' 형태로 제시, 승인 통과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국내 인터넷 기업의 M&A 중 최대 규모란 점에서 향후 웬만한 기업결합 거절 논리도 나오기 어려워졌다는 평도 나온다. "나쁜 선례를 만들었다"며 공정위에 정식 항의하겠다는 법조계 관계자도 나오는 등 반발 여론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법조계 관계자는 "누가 봐도 독과점인 합병이었지만 국내 인터넷 기업 M&A 기업결합을 이렇게 승인해주면 앞으로 웬만한 기업결합 심사 거절 논리가 나오기 어려워진다. 결합심사 승인만 내주는 게 공정위 기업결합 조직 존재 의미는 아니지 않느냐"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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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11월 13일 16:01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