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전 넷마블만의 장점, 선점효과 끝나며 단점으로
위기관리 실패, 불매운동 움직임도..."청사진 구체화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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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제에 대한 반역'이라는 스토리에 열광했던 '페이트 그랜드 오더'(이하 페그오) 유저들이 넷마블이라는 '거악'(巨惡)에 항거하고 있네요. 넷마블이 위기관리에 실패한데다 유저들의 저항이 실제로 주가에 영향을 주며 판이 점점 커지는 느낌입니다." (한 증권사 트레이더)
넷마블 주가는 최근 2주간 10% 급락했다. 연초 이후 '광란의 유동성 장세'를 틈타 모두가 신고점을 갱신하는 사이, 넷마블만 뒤쳐졌다.
직접적인 도화선은 넷마블이 퍼블리싱(유통)하는 모바일 게임 페그오 유저들의 시위였다. 이들은 넷마블의 운영정책 변경에 반발해 조직적으로 시위를 계획했다. 넷마블 게임 불매 서약 운동도 벌이고 있다.
사상 초유의 유저 시위에 투심(投心)도 냉정하게 반응했다. 기업 이미지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가 증권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자산가치 상승을 감안해 지난 연말 넷마블에 베팅했던 투신과 연기금이 최근 들어 황급히 매물을 내놓는 모습도 포착됐다.
2017년 넷마블은 시가총액 기준 엔씨소프트를 누르고 국내 게임업계 1위를 차지했다. 지금은 시가총액이 엔씨소프트의 절반에 못 미친다. 인터넷ㆍ게임업계 최고의 블루칩으로 꼽혔던 넷마블은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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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해자(垓字)' 깊지 않았다...선점효과 2018년 '종료'
기업공개(IPO)를 1년 앞둔 2016년, 방준혁 넷마블 의장은 사내 워크숍에서 '2020년 매출 5조원, 세계 5위 게임사'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국내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해외 매출 비중 50% 이상을 달성, 글로벌 게임사로 성장하자는 청사진도 내놨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 넷마블은 사명처럼 '경이롭게' 성장했다. 3년간 평균 매출 성장률이 104%에 달했다. 망해가던 CJ E&M 내 게임 사업부를 방준혁 의장이 다시 인수해 맡자마자 일어난 일이었다. 해외 매출 비중은 2017년 50%를 넘어섰다. 사내에서조차 '방준혁 매직'이라고 불렀다.
방준혁 매직의 핵심은 모바일이었다. 대형 게임사들이 모바일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반신반의하고 있던 2014년, 방 의장은 모바일 올인(all-in)을 선언했다. 그 결과 넷마블은 세븐나이츠, 모두의마블, 리니지2레볼루션까지 잇따라 히트시키며 2010년대 중반 모바일 게임 시장을 주름잡았다. 구글플레이스토어 게임 부문 매출 상위 10개 중 6개가 넷마블이었던 시기도 있었다.
넷마블이 상장한 2017년 상반기만 해도 경쟁자가 없었다. 대부분의 넷마블 게임이 장수했다. 2013년 6월 출시한 '모두의 마블'은 출시 32개월 뒤인 2016년 2월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넷마블도 IPO를 위한 기업설명회(IR) 과정에서 제품생애주기(PLC) 장기화 역량을 자사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았다.
문제는 이런 선점 효과가 예상보다 길지 않았다는 점이다. 2016년 첫 모바일 게임 '리니지 레드나이츠'의 실패를 딛고 일어난 엔씨소프트가 2017년 하반기부터 넷마블에 본격적으로 도전하기 시작했다.
엔씨소프트를 비롯해 주요 게임사들이 개발 역량을 모두 모바일로 돌리며 신작들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2017년 6월 내놓은 '리니지M'이 출시 직후 매출 1위로 올라섰다. 중국으로부터 대자본이 투입된 이른바 '양산형 게임'들이 국내 시장에 본격 유입된 것도 이 무렵이다. 넷마블의 스테디셀러 게임들이 점점 매출 순위 30위권 밖으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넷마블의 2017년 매출액은 2조4250억원이었다. 시장 예상치 2조원을 크게 뛰어넘었다. 그랬던 매출액이 2018년엔 2조213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당초 시장 기대치는 2조8000억원이었다. 넷마블 주가는 2018년 1월을 고점으로 눈에 띄게 하락세를 보였다.
모바일 기득권을 빼앗기며 PLC는 더 이상 넷마블의 장점이 아니게 됐다. 하이투자증권은 최근 넷마블에 대해 "넷마블의 신작은 출시 이후 매출이 빠르게 급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퍼블리싱ㆍ타사 IP 위주 사업구조 한계 노출
성장이 멈추자 숨겨져 있던 넷마블의 약점들이 하나 둘 드러나기 시작했다.
퍼블리싱과 외부 지적재산권(IP)이 중심인 넷마블의 사업 구조는 수익성이 높지 않다. 실적 전성기였던 2017년에조차 영업이익률이 21%에 그쳤다. 당시 경쟁사 엔씨소프트는 '실적 암흑기'였음에도 불구, 영업이익률이 33%를 넘었다.
2018년 넷마블이 IP 사용료 등으로 타사에 준 지급수수료는 8400억원에 달했다. 전체 매출액의 42%에 해당하는 규모다. 마케팅비와 인건비는 고스란히 넷마블의 부담이었다. 블록버스터급 신작이 나올 때마다 마케팅비가 급증했다. 넷마블 마케팅비는 2018년 3000억원을 돌파했고, 2020년엔 4000억원대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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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마블 상장 전 증권가에서는 넷마블의 예상 영업이익률을 평균 30% 이상으로 산정했다. 당시 넷마블은 세븐나이츠 등 자체 IP 기반 게임이 매출의 주력이었고, 상장을 통해 조달한 2조원대 자금으로 인수합병(M&A)을 통해 우수한 게임스튜디오를 내부로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을 세웠기 때문이다. 상장을 앞둔 2017년 초 '마블' IP 기반 모바일 게임을 만들고 있던 카밤스튜디오를 인수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전략은 결국 현실화하지 못했다. 넥슨 인수에 도전했던 넷마블은 매각이 철회되자 결국 코웨이 인수로 돌아섰다. 게임업계 내 기반 확충보다는, 안정적인 현금 창출 능력을 갖춘 이종 기업에 1조8000억원의 현금을 투입했다.
게다가 넷마블의 전성기를 이끌던 자체 IP 기반 게임까지 쇠퇴했다. 자연스레 수수료 부담은 크게 늘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넷마블의 게임별 매출 비중 순위에서 자체 IP 기반 게임은 찾아보기 어렵다. 일곱개의 대죄부터 해리포터까지 매출 절반 이상을 책임지는 게임들이 모두 외부 IP 기반이다. 이들 게임의 매출이 늘수록 수수료 부담은 커진다.
그나마 지난해 4분기 내놓은 세븐나이츠2가 선전하며 일말의 숨통은 트였다. 다만 세븐나이츠 역시 일 매출 추정액이 현재 4억~7억원에 그친다. 세븐나이츠 IP의 파괴력도 전만 같지 못하다. 넷마블에 상당히 우호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는 메리츠증권의 올해 세븐나이츠2 매출 추정액은 1582억원이다. 넷마블 올해 예상 매출액의 5.5% 수준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2019년 리니지2M 출시 이후 리니지2레볼루션의 매출 순위가 급락한 건 넷마블이 오리지널 IP 홀더와 경쟁했을때 유저 장악력이 떨어진다는 사례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며 "넷마블의 올해 1분기 예정작이 블레이드앤소울 레볼루션 글로벌 출시 정도인데,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앤소울2 출시와 겹친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 유저 대상 위기관리 실패까지
연초 불거진 '페그오 유저 시위'는 넷마블에 대한 유저들의 불만이 분화한 사건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최근 2년간 넷마블의 단점이 크게 부각됐다는 점이다. 돌파구를 찾지 못한 상황에서 유저들과의 불화에까지 휘말리며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했다.
유저 시위의 도화선이 된 '이벤트 재화 지급 중단' 사건은 1월4일 벌어졌다. 유저들이 이에 항의해 조직적인 미디어 트럭 시위를 기획ㆍ실행한 건 1월11일의 일이다. 앞선 주말 일부 투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넷마블에 큰 일이 났다더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시위가 시작된 11일 넷마블 주가는 5% 이상 폭락했다.
연말연초 넷마블 주가가 횡보할 때 적극적으로 주식을 매수했던 국내 기관들은 11일을 기점으로 돌아섰다. 특히 연기금과 투신이 집중적으로 매도에 나서고 있다. 연기금은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100억원 가까이 넷마블을 담으며 주가 상승에 일조했지만, 11일 이후 250억원어치를 집중 매도하며 하락세를 주도하고 있다.
넷마블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한 자산운용사의 운용역은 "불과 일주일새 운영진-본부장-대표이사 명의의 사과문이 잇따라 나왔는데도 유저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는 건 위기관리에 실패했다는 뜻"이라며 "넷마블 전체 게임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번질 기미도 보여 일단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페그오는 넷마블 매출 구조에서 '기타' 항목으로 분류된다. 다만 서브컬쳐 계열 모바일 게임의 특성상 유저들의 충성도가 매우 높다. 페그오 유저 커뮤니티에 불매를 인증한 '큰 손' 유저 8명의 결제액 합계가 1억8000만원에 달할 정도다. 핵심 유저층의 반발이 기업 평판에 영향을 주고, 낮아진 평판으로 인해 유저들이 연쇄적으로 이탈할 가능성이 언급되는 이유다.
2020년 넷마블의 매출액은 2조5000억원 수준에 머물 전망이다. 방준혁 의장이 내세운 '2020년 매출 5조원' 청사진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수치다. 방 의장은 연초 신년사에서 '강한 넷마블, 건강한 넷마블'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놨다. 이에 대해 메리츠증권은 "중장기 회사 성장 전략과 방향성에 대한 구체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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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1월 19일 16:53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