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인플레에 하반기 장 꺾일 우려
"최대한 서두르자"...IPO 쇠퇴 징후 평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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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공개(IPO) 시장에 '조급증'이 번지고 있다. '쿠팡 뉴욕거래소 상장'이 집중 조명을 받으며 신성장 산업으로 쏠리는 유동성의 힘을 확인할 수 있었던데다, 인플레이션 우려로 인해 하반기엔 글로벌 증시가 약세로 돌아설 거란 전망이 득세한 탓이다.
특히 유동성과 시장 분위기에 흥행 여부가 좌지우지되는 신성장기업의 경우 발행사는 물론, 투자회수(exit)를 기다리고 있는 투자자, 거래를 수임한 주관사까지 '속도전'에 나서고 있다는 평가다.
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당초 올해 하반기나 내년 상장 작업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됐던 상장 대기 기업들이 최근 대거 일정을 앞당기고 있다.
당장 올해 공모주 최대어 중 하나로 꼽히는 크래프톤이 조만간 예심을 청구할 거란 소문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고, 쿠팡의 국내 라이벌 회사 중 한 곳인 티켓몬스터는 늦어도 올 하반기 공모를 진행하겠다는 목표다. 직방ㆍ마켓컬리 등 신성장산업 상장 후보자들의 움직임도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형 유니콘'으로 꼽히는 야놀자는 이달 초 최찬석 전 넷마블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최고투자책임자(CIO)로 영입했다. 최 CIO는 인터넷ㆍ게임 부문 베스트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2016년 넷마블에 영입돼 넷마블의 상장 작업을 총괄했다. 증권가에서는 야놀자가 전격적인 예심 청구를 거쳐 이르면 상반기 내 공모를 진행할 수도 있을거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 증권사 IPO 담당 실무자는 "최근 공모주 호황장이 끝나기 전에 상장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푸시(압박)가 발행사들로부터 굉장히 크게 오고 있다"며 "주관사 차원에서도 인력이 되는 한 가급적 빠르게 진행하자는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불투명한 증시 전망이 이들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는 평가다.
올해들어 코스피ㆍ코스닥 지수는 연초 짧은 랠리를 끝내고 급락과 반등을 반복하며 방향성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들어 원자재 가격 급등ㆍ미국 국채금리 상승 등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는 까닭이다.
인플레이션 우려는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시중에 돈을 푸는 양적완화 정책을 유지할 명분을 약화시킨다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역사상 최대 규모로 풀린 달러 유동성은 코로나19 팬데믹에도 미국을 비롯해 각국 증시의 주가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원동력이 됐다. 달러가 흔해지며 달러화 가치가 약세로 돌아섰고, 상대적으로 원화가 강세를 띄며 8월 이후 10조원이 넘는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로도 쏟아져 들어왔다.
바꾸어 말하면, 미국 연준이 양적완화를 중단하면 국내 증시 역시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환율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외국인이 먼저 움직였다. 지난해 11월 국내 증시에서 6조원 이상을 순매수했던 외국인은 12월에 이어 1월에도 2조원대 중반의 순매도세를 보였다.
투자업계에서는 지금의 유동성 장세가 이어질 수 있는 한계점을 오는 6월 안팎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그 전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 아직 투자자예탁금이 65조원을 넘나드는 등 유동성이 본격적으로 빠져나가는 징후는 보이지 않고 있다. 사업 영역이 국내에 한정된 쿠팡의 기업가치가 미국 증시에서 30조~40조원으로 언급되며 신성장 기업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 또한 아직 완전히 식지 않은 상황이다.
한 사모펀드(PEF) 관계자는 "미국 경기가 안정세를 보이고 이에 따라 물가가 상승하기 시작하면 유동성 장세가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며 "이르면 5~6월에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영향이 가시화할 수 있는만큼 빨리 서두르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런 움직임을 두고 'IPO 시장이 쇠퇴 국면에 들어선 전형적인 징후'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 증권사 IPO 담당 임원은 "공모주 공급이 단기간 급증하면 투자자들이 옥석가리기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선택받지 못한 공모주 몇몇의 실패한 사례가 쌓이면 전체적인 공모주 시장 분위기가 점차 가라앉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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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2월 2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