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 아티스트 확보 통한 'IP 확장' 노려
과연 '최대주주 혜택'을 포기할 지가 관전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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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SM엔터테인먼트(SM엔터)의 지분 인수를 두고 네이버와 카카오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양 사 모두 공격적인 콘텐츠 부문 인수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K팝 아티스트를 보유한 SM엔터를 인수해 ‘IP(지적재산권)’ 확장 등 시너지를 노릴 전망이다.
다만 SM엔터 최대주주인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회사 사업에 전방위적인 영향을 끼쳐옴과 동시에 막대한 수익 등을 누려온 점을 감안해 향후 어떤 식으로 거래가 진행될 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7일 SM엔터는 “사업제휴 및 지분투자 관련 다각적인 논의를 하고 있으나 확정된 바 없다”며 “향후 관련 사항이 확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내 재공시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같은날 네이버와 카카오 또한 이와 관련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중이나,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공시했다.
이번에 거론되는 매각 대상은 최대주주인 이수만 SM엔터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일부 혹은 전부로 알려진다. SM엔터의 지분 매각설은 꾸준히 시장에서 회자된 바 있다. IB업계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해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인 하이브(구 빅히트)가 SM엔터 지분 인수를 검토했지만, 결국 무산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지분 매각 및 사업제휴 추진은 이 총괄 프로듀서가 대형 IT회사와 손을 잡는 것이 사업 확장에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최근 이어진 ‘강력’ 세무조사로 이 총괄 프로듀서가 피로감을 느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초까지 과세당국이 SM엔터와 이 총괄 프로듀서를 상대로 특별 세무조사를 진행했다고 알려졌다. 탈루 혐의 포착에 따른 비정기 세무조사로, 이 총괄 프로듀서와 법인 간 거래에서 법인 자금 유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이 총괄 프로듀서가 전체 지분 매각에 나설 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이 총괄 프로듀서는 SM엔터의 창립자로, ‘SM=이수만 제국’으로 불릴 만큼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아티스트 발굴부터 음악, 각종 사업까지 전방위로 이 총괄 프로듀서의 의사가 반영되는 것은 유명하다.
무엇보다 이 총괄 프로듀서가 SM엔터 최대 주주로서 누리는 '혜택'을 어느 정도 포기할 지가 관건이다. 엔터 산업의 특수한 업태에 힘입은(?) SM엔터의 불투명한 지배구조 및 수익 흐름은 꾸준히 시장에서 지적돼왔다.
2019년 이 총괄 프로듀서가 100% 지분을 가진 SM엔터 자회사 ‘라이크기획’을 통해 연간 100억원 이상을 가져간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논란이 됐다. 당시 과거 5년간 SM엔터 영업이익의 44%가 해당 회사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리조트·레스토랑·와인 사업 등 이 총괄 프로듀서의 ‘개인 취미’와 연관 깊은 사업을 영위하는 자회사들이 부진한 실적이 계속되고 있는 점도 시장의 의심을 샀다. SM엔터가 상장 이후 단 한번도 배당을 하지 않은 점도 거론됐다.
이에 SM엔터 주주인 KB자산운용이 라이크기획과 SM엔터의 합병, 비주력사업 정리, 주주환원 등의 제안을 담은 주주서한을 SM엔터에 전달해 시장의 관심이 쏠렸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최대주주로서 배당뿐 아니라 각종 자회사들을 통한 수익 또한 챙길텐데, 지분을 팔면 다 끊기니까 과연 그것을 포기할 수 있을까가 문제일 것”이라며 “그만큼 네이버나 카카오가 페이백(보상)을 얼마나 해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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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와 카카오가 엔터사인 SM엔터 지분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콘텐츠 강화 측면이라는 분석이다. 소속 아티스트가 없는 것이 ‘플랫폼’의 한계로 지적돼 온 가운데 다수의 아티스트를 보유한 SM엔터 지분 인수 시 IP 확보에도 유리해질 수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연예인 매니지먼트 7개사와 음악 레이블 4개사를 산하에 두고 있기도 하다. 향후 미국 상장 가능성도 열어둔 카카오엔터는 최근 M&A(인수합병), 인재 영입 등 공격적인 확장 전략을 꾀하고 있다.
네이버는 최근 SM엔터와의 돈독했던 관계가 다소 소원해짐을 감안해 거래 성사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네이버는 SM엔터와 전략적 제휴(MOU)를 맺고, SM엔터 계열사에 1000억원을 투자했다. 이어 연말 SM엔터가 자체 플랫폼 ‘리슨(lysn)’의 팬클럽 커뮤니티 서비스를 네이버의 ‘브이라이브 팬십’으로 옮겼다. 그러나 올해 1월 네이버가 하이브의 팬클럽 커뮤니티인 ‘위버스’와 브이라이브 통합을 발표하면서 ‘뒷통수’를 맞은 SM엔터가 네이버에 내용증명을 보내는 등 갈등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지분 전체 인수가 아닌 부분 투자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네이버가 하이브에 투자한 것과 유사하게, SM엔터의 팬 커뮤니티인 ‘디어유’에 투자할 수 있다는 것. 팬덤 플랫폼을 운영하는 자회사인 디어유는 하반기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SM엔터는 디어유 지분 71%를 소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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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5월 30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