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그룹, 인지도 낮은 플랫폼사 4곳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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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가 기업공개(IPO) 공모가 산정 방식으로 전통 금융사 가치산정 기법인 주가순자산비율(PBR)을 택했다. 그러나 성장성 등이 기존 국내 은행권과는 다르다며, 해외 디지털 은행 및 여신 플랫폼을 비교기업(Peer group)으로 선정했다.
공모희망가 밴드 기준 PBR 3.1~3.7배로, 일단 시장의 첫 반응은 '장외가에 비하면 비교적 눈높이를 낮춘 것 같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인지도가 낮은 해외 회사들을 선정했다는 점에서 '대표성'에 대해 회의론이 제기된다. 중국 위뱅크ㆍ일본 세븐뱅크 등 그간 카카오뱅크와 유사한 기업으로 꼽혔던 인터넷은행들은 선정에서 제외됐다. 여전히 국내 은행 기반 대형금융지주의 평균 PBR보다는 훨씬 고평가된 수치이며, 시가총액 기준 하나금융그룹이나 우리금융그룹보다 비싸다는 점은 향후에도 논란이 될 요소로 꼽힌다.
카카오뱅크는 28일 공모를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공모희망가 밴드로는 3만3000원~3만9000원을 제시했다. 이번 공모로 카카오뱅크는 최소 2조1599억원 가량을 조달해 자기자본 5조원을 확보하게 된다. 대표주관사는 KB증권과 크레디트스위스(CS), 공동주관사는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이다. 한국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현대차증권이 인수회사로 참여한다.
기업가치 산출을 위한 밸류에이션(Valuation) 방법론은 일단 전통적인 금융회사 가치 산정 방식인 PBR을 선택했다. 은행업 가치 산정에 흔히 쓰이는 지표라는 점에서, 공모가 고평가 논란 등이 불거질 것을 의식한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뱅크는 피어그룹을 해외 플랫폼사 위주로 선정했다.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미국의 소매여신 플랫폼 로켓컴퍼니(Rocket Companies), 브라질 금융기술 회사 패그세구로(Pagseguro Digital), 러시아 디지털 은행 타타컨설턴시서비스(TCS Group), 스웨덴 디지털 금융 플랫폼 업체 노르드넷(Nordnet AB/은행) 등 4곳이 피어그룹에 포함된다.
그간 업계에서 비슷한 기업으로 꼽혀오던 위뱅크와 세븐뱅크는 제외됐다. 카카오뱅크는 비교대상 기업 선정 거래소를 '선진 적격시장'으로 한정했다. 중국 소재 거래소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세븐뱅크는 1차 후보 산정땐 포함됐지만, '과거 3개년 연 평균 성장률(CAGR) 15% 이상, 2020년 기준 영업이익 시현 회사'라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로켓컴퍼니의 기준 PBR은 4.6배, 패그세구로는 8.8배, TCS그룹은 8.0배, 노르드넷은 7.6배다. 카카오뱅크는 이들 4곳의 평균 PBR인 7.3배를 카카오뱅크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자본총계에 적용, 적정 시가총액을 23조원으로 계산했다. 공모주식 포함 주당 평가가액을 4만8058원이다. 여기에 할인율 18.8~31.3%를 적용해 밴드를 제시했다.
비교기업 선정이 적절했는가에 대해 시장의 의견은 엇갈린다.
미국 로켓컴퍼니는 미국 최대 주택담보대출 사업자다. 2015년 글로벌 최초로 100% 비대면 온라인 주택담보대출 서비스를 내놨다. 비대면 기반으로 개인 및 자동차 대출과 보험 등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개인 대상(B2C) 사업 외 중개업자와 중소은행 등을 연결하는 B2B 플랫폼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비대면 신용 대출이 여신 자산의 대부분인 카카오뱅크의 '이상향'일 수는 있지만, 당장 현 시점에서 '비교기업'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패그세구로와 TCS는 정보기술(IT) 기업으로 분류된다. 특히 패그세구로는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보기술(IT)사로, 은행업 진출이 아닌, 은행과의 협약을 통하고 있어 사업 유사성이 있다고 보긴 힘들다는 의견도 있다. TCS그룹은 IT 컨설팅 서비스회사로 세계 10대 은행 중 8곳을 대상으로 IT 컨설팅을 제공하는 곳으로, 은행업은 TSC그룹의 자회사인 팅코프은행(Tinkoff Bank)에서 영위하고 있다.
기존 은행기반 금융그룹과의 가치 산정 격차도 여전히 논란거리다. 카카오뱅크의 PBR 밴드는 평균 0.5배 수준인 국내 금융지주의 PBR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공모희망가 밴드 상단 기준 시가총액은 18조5000억원으로 KB금융(23조원)이나 신한금융(21조원) 보다는 낮지만, 하나금융(14조원)보다 크며 우리금융(8조원)의 두 배 수준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 장외가가 9만원대임을 고려하면 크래프톤 등과 비교해 비교적 눈높이를 낮췄다고도 볼 수 있고, 투자자들의 심리적 저항선인 PBR 4배는 넘지 않는 선에서 공모가를 정한 것 같다"라면서도 "'그래봤자 은행업'이라는 시장의 시선을 설명회(IR)를 통해 어떻게 설득해낼 수 있느냐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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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6월 28일 17:07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