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수수료 폐지하며 ‘상생’ 강조했지만 실효성 부족 평가
'울트라콜' 월정액에 오픈서비스 수수료…업주 부담은 남아
DH는 중개수수료(요기요)·광고플랫폼(배민) 병행 ‘일석이조’
-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로의 매각을 진행 중인 우아한형제들의 최대 과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기합결합심사 통과로 꼽힌다. 소상공인 단체, 기존 소비자 등 이용자들은 향후 DH의 수수료 인상 가능성을 제기하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회사 측은 ‘M&A 이후 일정기간 수수료 동결’을 상생안으로 제시했다.
현재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과 DH(요기요•배달통)는 국내 배달어플리케이션 시장 내 각각 1,2위 사업자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배달앱 시장점유율(M/S)은 배달의민족(55.7%), 요기요(33.5%), 배달통(10.8%) 순이다. 이들 업체 세 곳이 모두 합병하면 사실상 100%에 가까운 시장 지배력을 갖게 된다. 기업결합으로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공정거래법상 해당 M&A로 m/s가 높아지더라도 ‘경쟁제한적인 기업결합’이 아님을 증명해내야 한다.
회사측은 ‘M&A 이후 일정기간 수수료 동결’이란 카드를 내놓았다. 김범준 차기 CEO는 17일 “합병 후 중개 수수료 인상은 있을 수 없고 실제로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면서 “배민의 낮은 수수료율은 음식점주님들을 모셔오는 원동력이며 업주와 이용자들이 모두 만족할 때 플랫폼이 성장할 수 있어 M&A를 했다고 수수료를 올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우려 여론 진화에 나섰다. '상생모델'을 강조해 공정위 설득의 근거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런 대안이 긍정적으로 수용될지는 미지수다.
현재 국내 배달앱 수익 모델은 크게 중개수수료(요기요)와 광고플랫폼(배달의민족) 두 가지로 나뉜다. 요기요 모델에서 업주는 무료로 업체 등록은 할 수 있어도 주문이 들어오면 건당 12.5%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카드결제 대행수수료 3.3%까지 합치면 대략 16%다.
배민도 2015년까지는 건당 6.5%의 중개수수료를 받았지만 현재는 광고플랫폼 모델로 전환했다. 이른바 웃돈을 지급하는 업체를 앱 상단에 배치하는 방식이다.
배민의 광고 상품으로는 주문 건당 수수료를 받는 '오픈리스트'와 월8만8000원 정액제 형태의 '울트라콜'이 있다. 다만 오픈리스트의 수수료는 중개만 해주면 되는 요기요와는 다르다. 상단에 매장을 노출시켜주는 광고 대가로 건당 6.8%의 수수료를 받는데 카드결제 대행수수료 3.3%까지 합치면 10% 수준이 부과된다.
광고플랫폼 모델은 중개수수료 모델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배달앱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오픈리스트로 광고 수수료를 지불하는 업주가 전체의 20% 수준인데 이 20% 업주들로부터 벌어들이는 수익이 전체 업주로부터 일정한 중개수수료를 받는 수익보다 훨씬 높다"며 "배달앱 이용자들이 주로 최상단에 랭크된 업체에 주문하기 때문인데 결제 확률을 비중으로 따져보면 최상단이 7, 상단부터 중반부가 3으로 하반부에 위치한 업체까지 결제로 이어질 확률은 사실상 0에 수렴한다"고 전했다.
배민은 2015년 중개수수료를 폐지하며 ‘착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얻었지만 업계 종사자들은 광고플랫폼 모델에 더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업주들에 상단 노출 경쟁을 유도하면서 광고 수수료를 추가로 내도록 하는 구조가 이미 플랫폼 내 조성된 상태다.
오픈리스트는 많은 금액을 써낸 음식점 3곳만 앱 상단에 노출시켜주는 광고 상품이다. 신청업소가 3곳을 초과하면 업체명이 랜덤으로 노출되는 롤링 방식을 쓴다. 공개 입찰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업주들은 일단 상위에 랭크되기 위해 높은 금액을 적어내야 광고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울트라콜이라는 8만8000원짜리 정액제 상품을 이미 이용하고 있는 업주는 오픈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을 경우 앱 하단에 배치된다. 결국 광고 효과를 누리려면 건당 수수료를 내야 하는 오픈리스트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
배민이 이달초 발표한 ‘배민 요금체계 개편안’에 따르면 오픈리스트는 내년 오픈서비스로 바뀔 예정이다. 오픈서비스에서는 수수료율이 6.8%에서 5.8%로 1%포인트 낮아진다. 하단에 배치되는 울트라콜 요금도 향후 3년간 동결된다.
그럼에도 불구, 여기에도 맹점이 있다. 오픈서비스 등록 업소가 화면 내 모두 보이도록 개편되면 기존 3개 업체 안에만 드는 것보다 더 부담이 따르는 데다 기존 울트라콜 이용 업주들은 스크롤을 한참 내려야 눈에 띈다.
결국 과거엔 중개수수료만 내면 됐던 업주들이 현재 입점비에 울트라콜 월이용료, 오픈리스트 입찰료(내년엔 오픈서비스 수수료)까지 배달의민족에 내고 있는 셈이다. 중개수수료만 받던 전과 비교하면 과금 명목을 중개수수료에서 광고료로 전환했다는 차이만 생겼다. ‘팁 문화’에 익숙하고 이를 꺼리지 않는 해외 대비 국내엔 반감이 있다 보니 수수료 대신 광고료라로 이름만 바꾼 셈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한 법무법인 변호사는 “웃돈을 내면 상단에 걸어주는 광고 모델로의 전환은 앱 특성상 상단 노출을 중시하는 업주들을 자극할 수밖에 없는 광고 상품인데 오픈서비스 수수료 5.8%를 결국 모든 업주들에게 다 받아내겠다는 의도로 풀이될 수 있다”라면서 “입점한 업주 입장에선 불리해졌지만 배민은 서비스 과금 명목에 수수료라는 단어를 빼 ‘착한 기업’ 이미지도 얻고 수익도 챙겼다”고 분석했다.
그간 김봉진 대표와 회사 측은 언론 등을 통해 “가맹점들과 ‘상생’하기 위해 수수료 수입을 포기했더니 오히려 흑자가 났습니다.”라며 회사의 문화를 소개한 바 있다. 입점업주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방식으로 회사의 매출·영업이익 등 기업가치를 키우는 게 '상생'이라기엔 모순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결과적으로 기업결합심사를 진행할 공정위를 설득할 카드로 “수수료 동결로 업주들과의 상생에 노력해왔다”는 점을 내세운다고해도 설득력을 확보할지는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수수료 동결' 카드는 울트라콜 월정액료에만 해당되는 사항으로, 수수료를 받아가는 오픈리스트에는 해당하지 않아 시장의 의구심을 온전히 해결하지 못했다.
이번 딜이 성사될 경우 '분리 경영'을 선언한 DH로서는 이익 극대화가 가능해진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즉 요기요와 배민이 별도 플랫폼을 유지할 경우 기존에 가지고 있던 수수료 모델(요기요)과 광고플랫폼 모델(배민) 두 가지 형태를 병행하며 수익을 거둬들일 수 있어서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12월 17일 21:58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