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성 보여준 쿠팡, '한국의 아마존' 외형은 거의 갖췄는데
입력 2020.07.21 07:00|수정 2020.07.22 10:20
    풀필먼트 본격화 쿠팡, 아마존 궤적 밟는 중
    적자 이어졌지만 올해 흑자전환 가능성
    파산 OTT 인수 등 내실 없이 과속 우려도
    • 쿠팡이 아마존 궤적을 밟아가며 상장 고삐를 쥐는 모양새다. 동남아 OTT 훅(Hooq) 소프트웨어부문 인수에 이어 핵심 사업인 풀필먼트까지 본격화했다. 아마존만의 독보적인 정체성인 풀필먼트와 종합플랫폼으로의 확장성을 외견상으론 갖춘 모습이다.

      관련업계에선 그간 수조원대 영업적자였던 쿠팡이 올해는 대규모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라 점치고 있다.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란 기대감과 함께 "알맹이 없이 껍데기 만들기에만 열을 올리는 것 같다"는 우려도 교차하는 분위기다.

      쿠팡은 최근 입점기업 대상으로 물류서비스를 종합 대행해주는 풀필먼트 사업 '로켓제휴'를 본격화했다. 쿠팡에 입점되는 모든 상품으로 로켓배송을 확장하겠단 얘기다. 오픈마켓 시장을 장악하겠단 의도로 풀이된다.

      쿠팡 매출은 크게 네 가지로 분류된다. ▲직매입에 따른 '상품 판매'. ▲마켓플레이스 방식의 '중개서비스 수수료' ▲입점업체 상위 노출 등 혜택에 따른 '광고 매출' ▲로켓배송 유료 결제식 '멤버십 매출'이다. 이중 직매입에 따른 상품판매 비중이 매출 상당 부분을 차지해왔는데 사입재고는 그간의 수조원대 영엽적자의 원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직매입 구조에선 매출이 늘수록 비용도 비례해 증가한다. 하지만 '로켓제휴'가 본격화하면 중개수수료에 따른 오픈마켓 매출 비중이 높아져 재고자산회전과 재고비용 감소, 매출액 증가 등의 이점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는 대체로 "파급효과는 상상 이상일 것"이라며 상기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매출액 대비 물류비 비중이 높아 물류대행 서비스가 필요한 잠재 고객들이 많은 데다 이들도 서비스 이용으로 마진율을 크게 개선할 수 있어 그 수요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은 멤버십 서비스인 아마존프라임을 론칭한 후 1년 뒤인 2006년부터 마켓플레이스 입점업체들을 위한 물류서비스 FBA(Fulfillment By Amazon)를 시작했다. 직매입을 통해 어느 정도 시장 지배력을 갖춘 뒤 점차 비중을 줄이고 제3셀러 상품 판매 비중을 높이면서 수익을 개선시키고 있다. 아마존프라임 고객 입장에선 아마존이 사입해서 재고로 쌓아둔 상품들보다 더 많은 마켓플레이스 상품들을 빠르게 받아볼 수 있다. 아마존으로 더 많은 고객이 모여들면 멤버십도 늘고 자연스럽게 마켓플레이스 매출 규모도 커지는 효과가 있다.

      유통업계에선 쿠팡이 멤버십 서비스와 풀필먼트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론칭하는 시점부터 수수료 수익이 비용을 크게 상쇄하기 시작할 거라고 예상해왔다. 이들의 평가에 따르면 '그 시기'가 지금 온 것이다.

      쿠팡이 2021년 미국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잡고 있다면 올해 연간기준 손익분기점(BEP) 도달 혹은 흑자전환까지 노려야 한다. 올해 흑자전환 가능성은 매우 높다는 평가다. 풀필먼트 없이도 규모의 경제만으로 영업손실 폭을 전년 대비 50% 이상 줄였는데 이익 질이 좋은 풀필먼트까지 본격화할 경우 흑자전환, 더 나아가 그 규모를 늘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유통 담당 연구원은 "쿠팡은 올해 대규모 흑자가 나올 것으로 보이고 그 성장 속도가 무서울 수준"이란 반응을 보였다. 이어 "지난해 11월·12월 설립 후 첫 흑자를 기록했는데 그 전까지의 적자를 단 두 달만에 메우면서 하반기에 BEP에 도달했었다.  풀필먼트까지 본격화하면 분기당 1000억원대 이상 흑자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흑자전환 가능성은 상장을 앞둔 쿠팡 기업가치 산정에 있어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 나스닥 상장을 염두에 두고 있는 쿠팡으로선 아마존과 비슷한 정체성을 만들어야 하는 데다 수익성을 개선해 '예쁜 재무제표'를 만드는 과제도 당면해 있다.

      상장업계 관계자는 "미국 투자자들에게 쿠팡이 적자를 단기간에 줄여나가고 있다는 것, 한국 내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갖췄다는 것, 아마존처럼 종합플랫폼이라는 식으로 상장 스토리를 풀 것으로 보인다"라고 예상했다.

      내실 없이 공격적으로 사세를 확장하는 데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쿠팡 내부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아마존만큼의 시장지배력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상장 페달이 너무 가속이 아닌가 싶다. 한국의 아마존이란 눈속임은 가능하겠지만 아마존 모델 도입이 너무 단기간에 많이 시도되면서 호흡이 지나치게 짧다는 느낌을 받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동남아 OTT 훅 소프트웨어부문 인수는 쿠팡이 종합플랫폼으로 확장해 아마존과 비슷한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인수 후 시너지에 대한 윤곽조차 나오지 않은 상황이고 심지어 훅은 청산절차에 돌입한 상황이라 껍데기만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아마존은 AWS라는 확실한 캐시카우가 있는 반면 쿠팡은 없지 않느냐"면서 "비슷한 사업만 연달아 내놓는다고 진짜 한국의 아마존이 될 수 있는지는 모르는 일"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