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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 업무를 왜 해요? 돈도 더 못 받는데. 다른 업무보다 일에 대한 책임도 너무 크고요, PB센터로 옮겨가서 반년 만에 퇴사하신 선배분 봤는 데 정말 아닌 것 같아요.” (한 시중은행 주니어급 행원)
“PB 하려는 직원이 없다. 지점에 마지막에 들어온 직원도 벌써 5년 전이다. 본점에서도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 조직에서 비전을 심어주지 못 하는 게 아닐까?” (한 대형은행 PB센터 팀장급 관계자)
비이자수익원 확보에 나선 은행들이 몇 년 전부터 자산관리(WM)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지만, 막상 업무 최전선의 프라이빗뱅커(PB)들의 사기는 바닥으로 떨어질만큼 떨어진 상태다.
승진에 별로 유리하지도 않고 성과급도 타 금융회사보다 보장받지 못하는 은행 PB직은 젊은 주니어 직원들에겐 이미 '기피 대상'이라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투자운용 전문직종으로 화려하게 부상하며 '은행의 꽃'이라고 불리던 이전의 위상이 퇴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의 PB 인력은 663명으로 지난해 575명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별로는 하나은행 304명, 국민은행 140명, 신한은행 130명, 우리은행 60명 순이었다.
은행들이 WM사업에 힘을 실으며 PB인력의 수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다만 문제는 '양보다 질'이라는 평가다. 현직 PB들의 사기는 떨어져 있고, 젊은 직원들은 PB가 되길 꺼리는 풍토가 만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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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업무가 주니어들한테 이질적으로 느껴진다는 이유가 가장 먼저 거론된다.
한 시중은행 강남권 PB센터 팀장은 “PB는 고객이 얼마나 예치했느냐, 큰 틀에서 고객 수와 자산관리를 가지고 평가하다 보니, 고객의 발굴을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지점에서 온 친구들은 수동적인 창구업무에 익숙해 일하는 방식에서 어려워한다”라고 말했다.
달라진 근무 환경 속에서 영업실적 압박, 고객 자산 관리 등 스트레스는 상당한데 다른 직군과 급여 차이가 없어 유인책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 PB의 성과급 체계는 증권사 등 다른 금융회사에 비해 보수적이다.
은행들은 20년 전부터 PB들의 성과급 확대를 추진해왔지만, 현실은 아직도 호봉제의 큰 틀에서 많이 벗어나진 못했다는 게 현장 PB들의 생각이다. 게다가 그 사이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경쟁 직업군인 증권사 PB들이 억 단위 잭팟을 수시로 터뜨리며 상대적 박탈감이 매우 커졌다는 분석이다.
다른 시중은행 PB센터 팀장급 관계자는 “급여는 주니어만의 문제는 아니다. 어차피 다른 행원들과 똑같은 월급을 받으면서 내 돈도 아닌 고객 돈이 마이너스로 가면 마음이 불편하다. 가끔은 왜 내가 이런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업무를 하지? 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차라리 증권사처럼 급여가 성과급 위주으로 구성된다면, 고객 자산관리에 대한 부담감을 느껴도 어떻게든 고객을 설득하고 끌고 나갈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상황이다.
현재 금융산업의 큰 흐름상 은행들은 PB를 중심으로한 WM사업 육성을 포기하기 어렵다. 디지털화가 진행되며 일반 행원 업무는 시스템화하고 있지만, 고액자산가 등 고객을 직접 상대하고 설득하며 자금을 운용하는 PB직무는 디지털-비대면으론 대체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보상'에 대한 이슈에 사모펀드 논란이 겹치며 은행 내 PB직군 선호도가 더욱 떨어졌다는 점이다. 대규모 원금손실을 낸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사태와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논란의 주범으로 몰리며 PB의 위상은 크게 추락했다.
한 시중은행 PB팀장은 한 금융권 “요즘 후배들 말을 들어보면 PB보다는 오히려 중소기업 RM을 더 선호하는데, 이는 아무래도 최근 사모펀드 사태 영향으로 해석된다”라고 말했다.
보상에 대한 이슈는 임금 및 성과급뿐만이 아니다. 인사 평가에 대한 불만도 만만치 않다. '고과 평가가 박하다'는 인식이 자리잡으며 PB 선배들의 말로(末路)가 좋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다른 시중은행 실무급 PB는 “초기에 센터를 만들고 확장하는 과정에서 주변에서 잘한다는 행원들을 PB로 모아놨었다. 그런데 승격 비율이 일반 지점과 똑같았다. 일반 지점에서 근무하면 쉽게 상위 10% 안에 드는데, PB센터는 상위 10%만 모아놨으니 상위권에 들기가 어렵다. 불만을 토로하면 ‘공정성’에서 막힌다. 그렇게 되다 보니 다들 떠나가고 이러한 부분이 주니어들한테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조직에서 비전을 심어주지 못하는데다, 중요성에 비해 양성에 들이는 자원이 한정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전에 비해 PB 양성에 들이는 비용과 시간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들어 PB 수가 갑자기 늘어난 것과도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양적 확장에 몰두하다보니 정작 중요한 '질'은 챙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시중은행 강남권 센터 PB는 “옛날에는 PB만 교육하는 부서도 있었는데 지금은 균등하게 교육시키고 있다. PB들의 ‘케파’(업무능력)도 과거보다 떨어진다”라고 토로했다.
영업실적 압박에 자산관리 스트레스 까지
성과급 불만족-인사 고과에도 불리해
주니어 행원들 'PB 기피' 현상 심화
은행은 WM사업 포기 어려워...'미스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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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10월 28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