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불리기 분주한 구본준號 LX그룹, '급 맞는' 매그나칩 인수 성과에 주목
입력 22.08.10 07:00
6천억 한국유리공업 필두로 M&A·지분투자 등 분주
사세 확장엔 부족한 거래들…매그나칩 인수에 주목
첫 ‘조단위’에 LG반도체 아쉬움 달랠 거래란 평가
가격 차에 주춤하지만…"인수의지 여전할 것" 시선
  • LX그룹은 LG그룹에서 분리된 후 독자 영역 구축에 위해 분주하다. 한국유리공업 인수 등 성과가 있었지만 유력 대기업 집단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대규모 M&A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구본준 LX그룹 회장은 LG그룹 시절부터 반도체 사업에 애착을 가지고 있었는데, 매그나칩반도체 인수로 그룹 확장과 반도체 육성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LX그룹은 작년 5월 인적분할 방식으로 LG그룹에서 떨어져 나왔다. 작년 12월 구본준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각각 보유하던 ㈜LG, LX홀딩스 지분을 서로 주고 받거나 시장에서 처분하면서 계열분리 조건을 충족했다. 지난 6월 공정거래위원회의 최종 계열분리 확인을 받았다.

    LX그룹은 LX홀딩스 아래 LX인터내셔널(전 LG상사), LX세미콘(전 실리콘웍스), LX하우시스(전 LG하우시스), LX판토스(전 판토스) 등을 거느리게 됐다. LG전자, LG화학 등 핵심이 빠졌으니 그룹 규모가 크지 않았다. LX인터내셔널·LX하우시스·LX세미콘·LX엠엠에이 등의 작년말 총자산은 7조원에 그친다.

    LX그룹은 계열분리 후 사세 확장에 분주하다. 2018년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이 타계한 후 구광모 회장 체제를 다지느라 계열분리 시점이 늦었다. 일찌감치 LG그룹에서 분리된 GS그룹(2022년 대기업 순위 8위, 자산총액 약 76조원), LS그룹(17위, 약 26조원)을 빠르게 따라잡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는 평가다.

    LX인터내셔널이 지난 3월 한국유리공업 인수 계약을, 4월엔 바이오매스 발전사 포승그린파워 인수 계약을 잇따라 맺었다. 한국유리공업 인수는 그룹 첫 대형 거래(5925억원)로 작년 구본준 회장 생일에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주목을 받았다. LX세미콘은 작년말 LG이노텍의 실리콘카바이드(SiC) 반도체 유무형 자산을 인수했고, 5월엔 미국 텔레칩스 소수지분 인수 계획을 밝혔다. LX판토스는 올해 북미 물류회사 트래픽스 지분 투자에 나섰다. 해외 자원 개발이나 신사업 투자가 계속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LX그룹은 올해 매그나칩 인수에도 나섰는데, 이번 M&A가 그룹 사세 확장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LX그룹 계열사들은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바탕으로 사업확장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지 소규모거나 지분투자 거래가 많다. 한국유리공업도 매그나칩에 비하면 덩치가 작다. 한국유리공업의 작년 매출은 3093억원, 총자산은 2960억원인데 매그나칩은 매출 4억7420만달러(약 6200억원), 총자산 5억8786만달러(약 7700억원)다.

    매그나칩은 LX그룹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매그나칩의 전신은 LG반도체로 외환위기 당시 정부 주도 빅딜에 의해 현대전자로 흡수합병됐다. 현대전자는 2001년 사명을 하이닉스반도체로 바꿨다. 2004년 회사의 비메모리 부문이 분할돼 매그나칩이 됐고 씨티그룹 벤처 캐피탈(CVC)로 넘어갔다. 메모리 사업만 남은 하이닉스는 2012년 SK그룹으로 넘어가 SK하이닉스가 됐다.

    구본준 회장은 마지막까지 LG반도체를 지킨 인사로 반도체 사업에 대한 애착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분리가 거론될 때마다 실리콘웍스의 이름은 빠지지 않았다. 매그나칩은 디스플레이 구동 집적회로(DDI) 제조가 주력으로 사업 영역이 유사한 LX세미콘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LX그룹의 매그나칩 인수 의지가 강한데 거래 진행 시 자금 지원에 나서겠다는 금융사들도 있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양적, 질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싶어하는 LX그룹 입장에서 매그나칩만한 인수 대상이 없다”며 “하이닉스도 원래 자기 그룹 것이었다는 아쉬움이 있어 인수 의지가 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매그나칩 매각은 JP모건이 주관하고 있다. 최근 LX그룹이 마감시한 전에 인수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거론되기도 하지만 인수 의지를 접었을 것이라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그보다는 매각자의 기대치가 높은 데다, 올해 환율 급등으로 서로 접점을 찾기 어려웠을 것이란 평가가 많다. 매각자 입장에서도 굳이 한 인수 후보와 거래하기보다 경쟁입찰을 다시 진행하는 것이 유리하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돼 있는 매그나칩의 시가총액은 약 8700억원으로, 예상 거래 규모는 1조원 이상으로 거론된다. 작년 중국 사모펀드(PEF)로의 매각은 미국의 반대로 무산됐는데 당시 협의된 가격은 14억달러(약 1조8000억원)였다. 그 가격이 유지됐더라도 LX그룹 입장에선 환율만으로 수천억원의 비용 부담이 생긴 셈이다.

    다른 M&A 업계 관계자는 “LX그룹 입장에선 매그나칩 인수 의지가 있지만 지금 사면 비싸게 산다는 말이 나올 것이라 숨을 고르는 것으로 보인다”며 “매각자로서도 한 곳과 단독 협상을 할 수 없어 경쟁입찰 절차를 거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