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고있는 증권사 IB 업계...부동산·인수금융 '셀다운 적체'에 구조조정 불가피
입력 22.09.01 07:00
대체투자·인수금융 등 금리 상승에 직격타
셀다운 물량 적체에 신규 투자도 ‘몸 사려’
수년 간 늘려온 IB 인력에 증권사들 ‘고민’
연말 인사 및 부서 구조조정 가능성도 거론
  • 급격한 금리상승 여파에 증권사 투자은행(IB) 부서가 직격타를 맞고 있다. 셀다운(인수 후 재매각) 물량이 쌓이자 새로운 투자를 집행하기가 어려워진 만큼 인력 구조조정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태다. 

    특히 국내외 대체투자 및 인수금융 부서 내 셀다운 리스크가 최근 증권가의 고민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그간 ‘투자 호황기’를 겪으며 증권가에서 앞다퉈 관련 부서 인력을 늘려왔는데 최근 급격한 시장 변화를 맞으며 인력 관리에 애를 먹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증권업계 IB 부서 내 최대 화두로 ‘셀다운 처리’가 꼽히고 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해외 부동산 투자 및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에서 미처 재매각을 마무리 하지 못한 물량들이 쌓이면서다. 딜 소싱(발굴)을 주로 하는 프론트(영업)부서 뿐만 아니라 증권사 내 리스크관리 부서까지 셀다운 관리에 힘을 쏟고 있다. 

    자연스레 증권사별 하반기 인력 구조조정이나 부서 이동 및 축소 등의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한다. 일부 증권사의 경우 현재 사실상 ‘해외 투자 금지’ 명령이 내려온 만큼 그간 충원해왔던 인력 구조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대체투자 부문에서 셀다운 적체를 두고 하나증권이 화두가 되고 있다. 과거 수년 동안 ‘부서 간 업무제한’ 영역을 사실상 없애다시피 하며 부동산 투자에 집중했는데, 이에 비해 셀다운 성공 빈도가 높지 않아 여러 부서의 책임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고위 임원은 “요즘 대체투자 부문 셀다운은 대다수 증권사가 안고 있는 문제”라면서도 “다만 하나증권의 경우 전임 임원들이 향후 셀다운 가능성보다는 당장 좋은 딜을 따오는 것에 집중했던 경향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특정 부문 할 것 없이 증권사들이 전반적으로 그간 IB인력을 늘려왔는데, 막상 침체기에 들어서니 인력 활용도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증권사 임원들로서는 인력 구조조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가용할 수 있는 북(Book·운용한도) 여유가 남아있는 곳이더라도 글로벌 금리 상승 여파로 새로운 딜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전언이다. 특히 해외 대체투자 부서의 경우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투자 물건을 찾기가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이미 금리가 높아져 학교 기숙사나 멀티패밀리(다세대주택)과 같은 니치(틈새)자산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부동산 투자 시장이 침체됐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대체투자 고위 임원은 “해외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거래량 자체가 줄어들었고, 입찰에나오는 물건들도 웬만하면 5~10% 정도 할인된 가격에 나오고 있다”라며 “과거 인기가 많았던 오피스 자산은 완전 우량 자산 또는 주요 지역에 위치한 물건이 아니면 투자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대세”라고 말했다. 

    증권사 인수금융 부서 역시 신규 투자 건에 뛰어들기 부담스러운 것은 매한가지다. 여기에 과거 셀다운 물량 처리로 고심을 했던 곳은 특히나 연말 부서 구조조정 가능성에 촉각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최근 증권가에서는 특히 한국투자증권 인수금융 관련 부서의 축소 또는 타 부서와 통합 가능성을 비중있게 거론하고 있다. 과거 MBK파트너스의 두산공작기계 인수금융 자본재구조화(리캡)를 주선했다가 셀다운을 마무리 하는 데 고전했고, 작년 IMM PE의 한샘 인수합병(M&A) 과정에서도 1조원이 넘는 금융주선을 맡았지만 금리상승 여파로 난처한 상황에 직면해있다. 

    이외에 과거 엥커에쿼티파트너스가 참여한 카카오뱅크 프리 IPO(상장전 지분투자) 과정에서 약 3000억원이 넘는 규모의 리캡을 맡았지만 아직까지 마무리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증권사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 공제회나 연기금 등에서 자금줄이 막히다 보니 일부 하우스에서 인수금융에 더해 에쿼티(지분투자)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라며 “하지만 증권사 입장에서는 최근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더욱 안정성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만큼 선뜻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 서로 간의 의견이 맞지 않으니 (인수금융 부서에서도) 투자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