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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를 둘러싼 잡음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룹 계열사와 한 배를 탄 파트너들의 거취 문제도 주목을 받고 있다. 계열 기업공개(IPO) 전 투자에 나선 재무적 투자자(FI) 외에도 카카오에 사업을 매각하고 재출자하거나 중복상장을 약속받는 등 관계를 맺은 이들이 많다. 카카오그룹 악재로 이들 역시 당초 기대한 효과를 누리기 어려워졌을 거란 분위기가 전해진다.
투자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는 최근 카카오페이증권(전 바로투자증권) 지분 일부를 FI에 매각하려 했으나 잠정 보류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와 카카오 법인 등, 이달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검찰에 송치되며 카카오 측 대응에 공백이 발생했고 진행 중이던 거래가 차질을 빚은 것으로 파악된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2021년 증권업 진출 목적으로 신안캐피탈 산하 바로투자증권 지분 60%를 300억원에 인수해 현재 사명으로 변경했다. 이후 카카오페이가 수차례 증자하며 6월말 기준 카카오페이증권에 대한 지배력은 67.4%, 장부가는 약 2619억원이 됐다. 이 기간 잔여지분을 양도받았던 신안그룹 오너 측 지분(28.85%) 가치도 같은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FI 유치 작업이 계획대로 이뤄졌다면 잔여지분 가치가 재차 뛸 수 있는 상황이었다. 카카오페이 역시 카카오페이증권 등 자회사를 통한 턴어라운드를 꾀하던 참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투자 관련 계획 전반이 차질을 빚는 분위기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14일 미국 종합 증권사인 시버트파이낸셜 인수 절차가 보류됐다고 공시했다. 회사는 지난 4월 글로벌 금융사업 확장을 위해 약 1000억원에 시버트파이낸셜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1차로 시버트 지분 19.9%를 확보한 뒤 미국 규제당국 승인을 거쳐 31.1% 지분을 추가 확보할 예정이었으나 시버트파이낸셜 측에서 "2차 거래 종결하기 어려운 중대한 부정적 영향이 발생했다"라는 서신을 보내왔다.
투자 업계 한 관계자는 "당국 승인이 어려워질 경우 거래를 철회(revoke)해야 할 수도 있고, 거래 무산에 따른 위약금 외 배상 책임 가능성까지 살펴봐야 한다"라며 "거래를 주도하던 경영진이 공백인 터에 카카오그룹 대응 여력은 부족하고 사업을 넘기기로 한 파트너들 역시 곤란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그룹 악재로 계열 사업은 물론 맞손을 잡은 파트너들의 장기 청사진 역시 틀어진 상황으로 풀이된다. 카카오페이증권과 비슷한 사례는 상장을 위해 공격적인 확장에 나섰던 계열사 전반에서 확인되고 있다.
스타쉽엔터테인먼트 경영진들은 카카오그룹 합류 이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자회사 편입 과정에서 5년 내 IPO 또는 지분 매각 조건을 확보했다. 2019년 카카오엔터와 함께 증자에 참여한 창업자 서현주 부사장 등 경영진은 현재 스타쉽엔터 지분 약 30%를 갖고 있다. 지난 7월 약 1조원 가치에 구주 일부 매각과 신주 발행을 통한 투자 유치에 나섰으나 모회사가 주가 조작 의혹에 연루되며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한 출자시장 관계자는 "카카오엔터가 사업을 확장하며 파트너사에 제공한 풋옵션 계약만 6건에 달한다"라며 "카카오엔터 IPO에 베팅한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는 물론 출자기관(LP)들도 회수 문제로 노심초사하는 터에 관계사들이 받아든 조건까지 챙길 여력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카카오엔터에 사업을 매각한 뒤 재출자에 나선 연예인 등도 다시 조명된다. 카카오엔터는 지난 2021년 지분 19%를 보유 중이던 안테나 잔여지분 전량을 인수했는데, 당시 유희열 대표와 소속 연예인 유재석 씨가 카카오엔터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직접 지분을 확보했다. 증자 당시 기업 가치는 약 11조원 이상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카카오 핵심 경영진과 법인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막 시작된 상황이라 그룹 전반의 대응 공백이 장기화할 거란 우려가 늘고 있다. 현재 카카오엔터 외 카카오모빌리티까지 계열 IPO에 수조원의 FI 자금이 묶인 것과 마찬가지로, 그간 카카오 공동체에 합류한 파트너들도 당분간 협력 내용의 진척을 기대하기 어려워질 거란 얘기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줄줄이 상장 계획을 철회했던 카카오게임즈 자회사 라이온하트나 세나테크놀로지 등과 마찬가지로 당분간 대기하는 것 외 방법이 없을 것"이라며 "거래를 책임졌던 사람이 자리를 비운 터에 그룹 각 계열사들이 맺은 수많은 이해관계자와의 조율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FI 외 사업 확장 과정에서 공동체 합류한 파트너 수두룩
사업 협력 외 매각 후 재출자·IPO까지 내건 조건 많은데
카페이, 美 시버트 인수 제동 등 유사 사례 이어질 전망
檢 수사 이제 시작…책임자 공백 장기화·대응 부실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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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3년 11월 23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