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밥캣 인수와 비교될만
-
삼성전자의 미국 전장기업 '하만'(Harman) 인수가 인수합병(M&A)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다채로운 금융기법의 활용이나 오랜 협상기간, 다수의 금융회사와 은행ㆍ자문사의 참여 등이 일절 없이 역대 최대 M&A거래가 진행된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지 시간으로 14일 월요일 새벽, 뉴욕증시(NYSE)가 열리기 전에 이 거래가 돌발 발표되자 시장관계자들은 당혹스러움을 금치못했다. 이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이들이 태반이었던 때문이다.
해당 거래는 매각자문사 JP모간과 라자드(Lazard)가 글로벌 기업들에 하만 인수의사를 타진하고 있었고, 미국 투자은행 에버코어 파트너스(Evercore partners)가 사전작업(Cooking)을 진행한 후 삼성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거래가 빠르게 진행됐다는 것. 매매계약서도 하만 측은 '왁텔' (Wachtell, Lipton, Rosen & Katz), 삼성전자는 삼성코닝 매각, 씨게이트 매각 등에서 고용했던 폴 헤이스팅스 (Paul Hastings) 등 글로벌 로펌들만 참여해 마련됐다. 국내 자문사들은 참여하지 못했다.
9조원이 넘는 거래가 현금거래로 진행된다는 점도 놀라움을 안겼다.
기존의 대기업 M&A에서는 자금부족을 대비하고자, 또는 금융시장과의 소통 및 활용차원에서 은행과 기관투자가들이 참여하는 일이 많았다. 이들과의 협업 과정에서 거래에 대한 정보가 흘러나오는 일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수십조원에 달하는 내부유보금을 활용, 이런 과정을 전부 생략했다. "역사상 최대 M&A거래에 금융회사들이 전혀 끼어들지 못했다"라는 점에 허탈함을 표현하는 금융회사들도 적지 않았다.
이번 거래는 2007년 두산의 미국 밥캣 인수와 극명히 대비되고 있다. 하만 인수 직전까지 국내 기업의 해외기업 최대 M&A가 바로 5조7000억원의 밥캣 인수였다. 당시 두산은 이 거래를 위해 사모펀드(PEF)들과 은행, 증권사 등 국내 상당수 금융회사들과 접촉해 자금을 마련했다.
1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밥캣 인수는 두산그룹의 부채증감과 유동성을 옥죄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기업공개(IPO)를 통해 차입금 상환 계획을 마련했지만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하만 인수가 향후 대기업 M&A의 새 트렌드라고 단정짓기는 아직 이르다는 평가다. 삼성전자이기에 가능한 거래였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 이번 거래는 밥캣과는 대척점에 서서 '레버리지'(Leverage)를 활용한 M&A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강화시키는 요인으로는 작용할 전망이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11월 16일 06:38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