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비용ㆍ불확실성 상승 극대화
'반짝 신사업'에 매력도 잃어
SKㆍ삼성ㆍLGㆍCJ 정도만 투자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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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민간경제와 투자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는 사모펀드(PEF)들 역시 한결같이 암울한 새해 전망을 내놓고 있다. 대내외 정치ㆍ경제상황의 불확실성이나 금리 등 매크로 변수의 변동성은 그 어느 때보다 커졌지만, 이에 대비하는데 필요한 제도적이고 투자문화적 뒷받침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인베스트조선은 국내에서 주로 활동하는 로컬(Local)과 동아시아권 리즈널(Regional)의 대형 사모펀드(PEF) 25곳을 대상으로 PEF산업에 대한 현황과 올해 전망을 조명하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응답 결과 이들 상당수는 2017년에 PEF들의 신규투자는 물론, 투자회수(Exit)rk 만만치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었다. 규제 측면의 뒷받침과 함께, 산업전반에 있어 투자자(LP)들의 인식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관련기사 5면)
◆"금리 오르고 투자비용은 상승...수익률 방어 힘들어"
국내ㆍ해외 PEF 상관 없이 펀드 운용사들 거의 대부분은 '글로벌 금리 인상'을 향후 수년간 PEF 산업에 가장 큰 악영향을 미칠 요소로 꼽았다.
경영권 M&A에 주력하는 바이아웃 펀드들은 전체 거래금액의 50% 이상은 은행 또는 증권사 등으로부터 인수금융(Debt Financing)을 일으키고 있다. 여기서 금리인상이 이어지면 인수금융 조달금리가 상승하는데, 이는 투자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결국 펀드의 수익률을 높이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발생한다는 진단이다.
바이아웃이 아닌, 그로스 또는 메자닌 펀드도 금리 인상으로 투자자(LP)들의 기대수익률이 높아지면서 펀드 운용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 우려를 표명했다.
불확실한 경제상황에 대한 우려도 높았다.
대형 PEF들은 한결같이 설문 응답을 통해 "2017년 대선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투자계획의 가변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투자와 관련된 정책변화의 일관성 및 대기업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 변화가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의미다.
'전가의 보도(寶刀)'로 활용해 온 중국시장 진출이란 기업가치 상승 테마도 현저하게 힘을 잃은데 대한 아쉬움도 적지 않았다. 동시에 국내 대기업의 '투자심리 위축'에 대한 우려도 컸다. 한 국내 PEF는 "기업들이 소극적인 투자집행으로 인해 바이 사이드 매물을 국내에서 찾는 움직임이 거의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PEF들로서는 보유한 포트폴리오를 매각 및 처분하는데 있어 바이어들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것이란 의미다.
PEF에 출자하는 기관 투자자 등 출자자(LP)의 '심리'를 거론하는 펀드 운용사들도 적지 않았다. 또다른 운용사는 "연기금과 공제회들의 보수적인 투자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며 "이 경우 위험회피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겉으로는 PEF등 대체투자에 집중한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최소수익률 이른바 채권투자보다 나은 수준의 다운사이트 프로텍션(Downside protection)에 집중하는 기관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걱정하기도 했다.
점점 더 늘어나는 유동성과 난립하는 펀드 운용사(GP)들에 대한 우려도 많았다.
독립게 PEF운용사는 "블라인드 펀드가 점점 늘어나고 있고 경쟁규모는 커지고 있다"며 "그러나 로컬 PEF들이 이 자금을 다 투자할만한 매물을 국내에서 찾는데는 이제 한계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비독립계 운용사 중 한 곳은 "유동성의 증대는 결국 동일한 매물을 놓고 가격경쟁만 확대하는 현상을 야기한다"며 "이를 방지하려면 튼튼한 내수기반에 기댄 성장산업의 다양화가 필요하지만 현재 한국경제에서 이는 먼 미래의 얘기"라고 설명했다.
◆바이오ㆍO2O등 신산업 투자 "글쎄요"..."SKㆍ삼성ㆍCJ 등은 투자 늘릴 것"
지난 몇년간 국내에서 주목을 받은 '신산업'에 대한 주목도는 크게 줄었다. 이른바 '제약ㆍ바이오' 또는 '온오프라인 통합산업(O2O)'이 대표적인 사례. 이들은 이번 정부 아래에서 한국경제의 새 먹거리로 주목을 받고 관련 기업들의 주가상승까지 이어진 바 있다.
하지만 투자자금을 쌓아둔 PEF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특히 수천억원이 넘는 블라인드 펀드를 보유한 PEF들의 투자의사가 크지 않았다. 한 PEF는 "제약 및 바이오 기업은 지속 발전이 예상되지만 최근 몇년 새 급속한 주목으로 인핸 쏠림현상 때문에 밸류에이션이 과하게 형성되어 있어 거품이 제거된 이후 투자가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아예 투자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현한 운용사도 적지 않았다. "운용사가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역량이 제한적이며 업계 전반적으로 밸류에이션이 높게 형성됐다"는 평가가 이유였다. 또 설령 투자를 한다고 하더라도 "핵심기술에 기반한 시장지배적 제품을 보유하거나, 그게 아니면 해외시장 확장성이 용이한 기업일 경우만 투자할 의향이 있다"라는 답변도 나왔다.
O2O산업에 대한 전망은 더욱 부정적이었다. 이 같은 답변을 내놓은 PEF 운용사들은 한결같이 '비용구조'와 '수익모델'을 지적했다. 한 PEF 운용사는 "현재 국내에 존재하는 O2O기업들은 비용구조를 감당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보유한 업체들이 드물다"고 지적했다. 다른 PEF운용사들도 "PEF가 추구하는 안정적인 현금흐름(Cash flow) 창출이 어렵다" , "수익성과 안정성이 확인되지 않아 유보적이다"라는 반응을 내놨다.
국내 M&A 시장에서 가장 활발히 움직일 곳으로 대부분의 PEF들이 SK, 삼성 그리고 CJ와 LG를 꼽았다. SK그룹은 반도체 관련, LG와 삼성은 반도체 및 자동차ㆍ전강관련 산업 등이 투자대상으로 전망됐다. 인공지능 관련 산업과 소재산업들도 이들 기업이 앞으로 투자를 늘릴 것이라 보는 운용사들도 많았다.
다만 이들 기업과의 관련 거래가 늘어날 것이냐에 대해서는 '유보적이다'라는 반응이 많았다. 이들 대기업 역시 해외에서 기술력을 갖춘 매물을 찾는데 주력하다보니 PEF들이 보유한 포트폴리오 기업을 인수할지 여부는 미지수라는 것. 한 PEF운용사는 "올해는 대기업을 위시한 전략적 투자자들이 자산과 계열사 '매각'을 단행할 지언정, 국내에서 '인수'를 시도할 경우는 많지 않다고 본다"며 "PEF들로서는 '투자'를 검토할 상황이지, '회수'에 주력하는데 우호적인 상황은 못된다"고 지적했다.
◆변화하는 기업환경, PEF 활용에는 오히려 '보약'
최근 최순실 게이트로 불거진 정치권과 기업들의 관계변화에 대해서는 '뚜렷하게 예측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거꾸로 이번 사태가 중장기적으로는 한국경제 전반에 있어 '보약'이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한 대형 PEF는 "재벌개혁을 포함한 경제민주화가 가속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한국경제의 주력산업 분야와 대기업들의 주력들이 바뀌는 과정에서 아주 다양한 M&A 기회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PEF는 "불황의 지속은 우려되지만 이 과정에서 비핵심 산업 매각이 일상적인 활동이 되면서 상시적인 M&A 딜소싱을 할 수 있는 창구가 열린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이 같은 평가는 결국 소유-경영의 분리가 이뤄지지 않는 국내 대기업들의 거버넌스 구조를 대체할 수 있는 대안세력으로 PEF들이 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판단으로도 풀이된다. 즉, 오너십 다변화와 전문경영인 체제 구축을 통해 국내는 물론 해외 주주들도 수혜를 받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자금력과 경험을 갖춘 PEF들이 '구조조정'의 실행에 참여하는 주력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의미다.
[설문에 응해주신 회사들] (이하 회사명 영문 알파벳 순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 이큐파트너스, 글랜우드PE, H&Q AP코리아,한앤컴퍼니, IMM PE, JKL파트너스, KDB PE, KTB PE, MBK파트너스, 미래에셋운용, 모건스탠리 PE, 네오플럭스, NH PE, 오릭스 PE, 큐캐피탈파트너스, 루터어소시에잇, SC PE, SG PE, 신한 PE, SK PE,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스틱인베스트먼트, VIG파트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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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1월 18일 08: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