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낸드사업 분사·中 시장 진입 '변수' 여전
"그룹 지원 기대 어려워…개선된 현금흐름으로 투자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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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메모리반도체 산업 호황에 힘입어 분기 영업이익 2조원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러나 경쟁상대인 일본과 중국 업체의 사업 구조조정과 투자 확대에 나서며 산업 변동성이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룹 차원의 지원이 쉽지 않은 SK하이닉스로서는 자체 역량 강화를 위한 전략적 판단이 중요해졌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말 글로벌 낸드플래시 업계 2위인 도시바가 반도체 사업 분사를 결정하며 지각변동이 예고됐다. 도시바는 낸드 사업을 떼어낸 뒤 지분 20%가량을 매각한다고 밝혔다. 미국 원자력 사업투자 손실을 메우고 주력인 낸드 부문을 강화하겠다는 시도로 풀이된다. 미국 웨스턴디지털(WD), 중국 칭화유니그룹, 대만 훙하이그룹, 일본정책투자은행, 사모펀드(PEF)인 베인캐피탈 등 10여곳이 지분 인수전에 참여했고 SK하이닉스도 인수를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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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설비 증설에 차질이 생겨 수급에 긍정적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낙관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도시바가 자금 문제를 해소한 뒤 다시 3D낸드 투자를 집중할 가능성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어느 기업이 지분을 인수하는지에 따라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이 바뀔 가능성도 제기된다.
도현우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몇 년 전까지 도시바는 삼성전자와 함께 낸드 공급을 주도했고 3D낸드 개념을 고안해낸 회사"라며 "재무 이슈가 불거지는 모기업에서 독립해 낸드 사업에만 집중할 수 있다면 경쟁력이 지금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屈起)'를 위한 작업도 현재 진행형이다. 칭화유니그룹은 연초부터 총 1000억달러에 달하는 반도체 라인 설립 계획을 잇달아 발표했다. 지난해 인수한 XMC에서 설립 중인 메모리공장에서 2018년부터 3D낸드 제품 양산도 예정돼 있어 공급 과잉 우려도 커졌다. 3D낸드 사업에 전념하고 있는 SK하이닉스에겐 부담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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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의 고민은 깊어지는 모습이다. 작년부터 48단 3D낸드 제품을 양산했지만 이익에 기여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최근 SK하이닉스 실적도 '수요 초과'인 시장 상황이 견인했다는 평가다. 안정적인 D램 수익이 부재했다면 현재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지 못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컨트롤러(Controller) 기술 강화도 풀어야 할 숙제다. 컨트롤러 전문 업체인 LAMD 인수 및 미국 씨게이트 합작 추진 등으로 보완하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도시바 지분 인수를 추진한 것도 이런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투자 부담은 늘어났다. SK하이닉스도 올해 투자 금액을 예년보다 많은 7조원으로 잡았지만 향후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제품 사양이 고급화되면서 이를 구현할 미세화 공정 등을 갖추기 위해선 수조원의 투자가 요구된다. 3D낸드 이후 차세대 메모리 개발 자금도 고려해야 한다. 반면 투자가 생산량과 수익성으로 바로 이어지지 않아 일정부분 적자 감수도 불가피하다.
그룹 차원의 투자금 지원은 기대하기 어렵다. SK㈜나 모회사 SK텔레콤은 자체 사업 확장에 전념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생존을 위해 자체 재무 체력을 갖춰야 하는 상황이다. SK㈜나 SK텔레콤도 SK하이닉스 배당금 수익 등을 누리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하향 사이클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면 벌어들인 돈 대부분을 투자금으로 활용해야 한다"면서 "SK그룹이 SK하이닉스에 캐시카우 역할을 원하겠지만 SK하이닉스는 현금을 쌓아두는 것이 오히려 부정적"이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낸드 시장을 주도하는 업체가 아니기 때문에 투자 여력을 꾸준히 키워야 한다"면서 "길게는 중국과의 연합, 독자생존, 니치마켓 개척 등 다양한 선택지 중 어느 길을 택할 지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행인 것은 SK하이닉스가 재무 숨통이 트였다는 점이다. 영업현금흐름이 개선되며 순차입금도 크게 감소했다. 도시바가 주춤하고 중국이 3D낸드 양산을 시작하기 전까지 경쟁 상황을 대비할 시간도 벌었다.
이에 대해 SK하이닉스 측은 "우호적 메모리 시장환경이 이어지길 희망하나 보호무역주의 움직임, 환율변동성, 신규 사업자 시장 진입 위험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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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2월 03일 09:49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