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설수·가족 분쟁으로 난항인 기업도
친족 경영의 한계…계열 분리 가능성
외국인 투자자의 저평가 인식 커질 듯
IB 시장에 다양한 먹거리 쏟아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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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재계의 2세 경영이 막바지에 다다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필두로 3세, 4세 경영의 시작이 예고되고 있다. 오너 승계 작업과 동시에 그룹 내 핵심임원 인사에서도 ‘젊은피’가 대량 수혈되는 등 체질 개선이 진행 중이다.
새로운 오너 경영인들은 글로벌 저성장ㆍ내수 둔화ㆍ산업경쟁력 약화 등의 악조건 속에서 자신의 경영 능력을 보여줘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투자자들은 대대적이면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는 한국 재계의 세대교체에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표명하고 있다. 창업주와 2세들에 비해 검증이 되지 않은 인물들이 많다. 또 경영권 승계 분쟁이 가시화할 경우 기업 가치가 떨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승계작업과 분쟁관련 소송, 지배구조 개편과 구조조정으로 인해 투자은행(IB) 업계의 '먹거리'가 늘어날 가능성도 기대되고 있고 있다.
◇ 세대 넘어갈수록 어려워지는 친족경영체제…'계열 분리' 가능성 커져
4대 그룹은 상대적으로 순탄한 승계 작업이 진행 중이다.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섰고, 현대차는 정의선 부회장이 뒤를 이을 준비를 하고 있다. SK는 최태원 회장의 인사들이 요직에 자리잡았고, LG는 4세 구광모 상무에 앞서 구본준 부회장이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문제는 나머지다.
GS그룹의 후계 구도는 말 그대로 오리무중이다. GS는 보수적인 유교 가풍으로 ‘장자승계’를 고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에 허창수 회장의 장남 허윤홍 GS건설 전무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의 장남인 허준홍 GS칼텍스 전무,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 장남인 허서홍 GS에너지 상무,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장남 허세홍 GS글로벌 대표이사 부사장도 유력 후보군으로 부상했다.
그 와중에 3세 막내인 허용수 GS EPS 대표이사 부사장의 ㈜GS 보유 지분이 허창수 회장을 넘어서면서 후계 구도를 흔들 변수로 부상했다. 허 부사장은 고(故) 허완구 승산그룹 회장의 아들이다.
범LG가인 LS그룹도 크게 다르지 않다. LS는 고 구평회 명예회장의 장남 구자열 LS그룹 회장을 중심으로 구자용 E1 대표이사, 구자균 LS산전 대표이사, 구자엽 LS전선 회장, 구자은 LS엠트론 대표이사 등 형제·사촌 경영의 친족경영을 하고 있다. LS는 지난해말 3세 경영 준비에 들어갔다. 구자엽 회장의 외아들인 구본규 LS산전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켰고 구자열 회장의 아들 구동휘 이사도 30대 젊은 나이에 임원이 됐다. 그밖에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의 아들인 구본웅 포메이션그룹 대표, 고(故) 구자명 회장의 아들 구본혁 LS니꼬동제련 전무, 구자철 예스코 회장 아들 구본권 LS니꼬동제련 차장도 있다.
두산그룹은 4세 경영 체제가 시작됐다. 시장의 가장 큰 관심은 ‘형제 경영’ 전통이 이어질 것인지에 쏠린다. 두산그룹의 4세 경영인들은 박용곤 명예회장의 자녀인 박정원 회장·박혜원 두산매거진 부사장·박지원 두산중공업 부회장, 박용성 전 중앙대 이사장의 아들인 박진원 전 두산 사장·박석원 두산엔진 부사장,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의 아들인 박태원 두산건설 사장·박형원 두산인프라코어 부사장·박인원 두산중공업 전무, 박용만 회장의 아들인 박서원 오리콤 부사장·박재원 두산인프라코어 부장 등 무려 10명에 달한다.
그밖에 한화그룹(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신세계그룹(정용진 부회장, 정유경 총괄사장), KCC그룹(정몽진 KCC 회장, 정몽익 KCC 사장, 정몽열 KCC건설 사장), 한국타이어그룹(조현식 사장, 조현범 사장), 세아그룹(이태성 세아베스틸 대표, 이주성 세아제강 전무), 한솔그룹(조연주 한솔케미칼 부사장, 조성민 한솔홀딩스 과장) 등도 있다.
결국 이들은 아직 잠재적이긴 하지만 나중에 3세 혹은 4세들에게 사업을 나눠주기 위한 '계열 분리' 가능성이 남아 있는 그룹으로 분류된다.
◇ 구설수 휘말린 후계자들도 많아...여성 '회장님' 탄생도 기대
롯데그룹과 효성그룹이 한 차례 홍역을 치렀던 것처럼 자연스레 재산과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이 커질 소지가 있다.
태광그룹은 그룹 총수인 이호진 전 회장의 아들 이현준씨가 차기 경영권 승계자로 꼽히지만, 가족 간 재산 분쟁과 장자 승계 관례 등으로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
부영그룹도 승계 작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중근 회장이 여전히 부영 지분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 자녀들(3남1녀)에게 경영권을 물려줄지 확실하지 않지만 누가 경영권을 승계 받든 지분 확보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분쟁이 주목 받으면서 재벌가(家)에 대한 여론 악화도 야기되고 있다. 동시에 이들 후계자들이 그룹을 이끌 리더로서 덕목과 능력을 제대로 갖췄는지, 검증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일찌감치 후계자로 지목됐지만 각종 구설수에 휘말린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 장선익 동국제강 이사,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대표적이다.
현대중공업은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추진 중이다. 정기선 전무로의 3세 경영을 위한 포석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전문경영인 체제 종식을 알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여러 부침을 겪은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의 장남 이선호씨로 경영권을 승계하는 시간과의 싸움에 돌입했다.
이른 감이 있지만 다수의 '여성 오너 경영인들'의 등장도 예고되고 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정유경 신세계 사장, 임세령 대상 전무 등의 뒤를 잇는 예비 후보군들이다. 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씨,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의 장녀 서민정씨,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자녀들인 박하민씨와 박은민씨, 그리고 한솔그룹의 조연주 부사장이 꼽힌다. 모두 미국에서 대학을 나와 컨설팅펌에서 일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딸인 박주형 상무는 금호가의 ‘금녀의 벽’을 깨고 임원이 된 경우다. 금호가의 첫 여성 오너경영인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점검 안된 경영능력과 승계 작업 불안감…IB시장 먹거리는 쏟아질 듯
투자자,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 입장에선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국정농단 사태로 재조명된 정경 유착, 거기에 3·4세 경영 본격화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인식을 키울 수도 있다.
일단 3·4세들은 창업주나 2세들에 비해 노출도가 떨어져 성향 파악이 어렵다. 저성장 기조와 글로벌 경쟁 심화라는, 앞선 세대들이 경험하지 못한 최악의 환경 속에서 경영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다. 상당 수가 외국에서 학교를 다녀 ‘글로벌 스탠더드’에 익숙하지만 지금 같은 위기 상황에서 대처 능력을 갖췄는지 의구심도 사라지지 않았다.
계열 분리, 재산과 승계를 둘러싼 분쟁 가능성, 오너경영인의 자질 부족 등은 기업의 성장저해와 가치 하락 요인으로 부상할 수 있다. 이런 움직임이 장기화되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불만이 강화될 경우, 승계받은 사업에 대한 경영 의지가 약해 보유 지분을 통한 배당으로만 만족하는 ‘전문 오너’ 그룹이 한국에서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혼돈 상황은 동시에 IB 시장에 많은 먹거리를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적지 않다.
일단 친족경영 체제가 한계에 봉착했고, 안팎에선 소유와 경영의 분리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된 다양한 딜(Deal)이 쏟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형제 수가 적어서 서로 돌아가며 경영을 할 수 있었지만, 한 세대가 넘어가면서부턴 승계 후보자 수도 늘었고 촌수상 친밀도도 떨어져 친족경영 체제를 유지하기가 어려워졌다”며 “또 그룹의 덩치가 커져 한 사람이 모든 사업을 관장한다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계열 분리 움직임이 점차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지주사 전환이 대표적이다. 지주사 전환으로 특정 계열사의 부실이 그룹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고, 이는 곧 오너 역량이 그룹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 외에 사업 구조조정, 지배구조 개편, 기업 인수합병(M&A), 상속 소송 등과 관련해 회계법인, 법무법인, 컨설팅기업, 사모펀드(PEF)들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주요 타깃은 4대 그룹 이하, 20~30대 중견 그룹들이다.
IB 시장 관계자는 “저성장 기조가 굳어진 상태에서 성장성에 투자할 만한 그룹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대신 중견 그룹들의 세대 교체 과정에서 다양한 먹거리가 나올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중견 그룹들과 IB를 위시한 시장 관계자들의 관계 역시 새로운 양상을 맞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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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2월 15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