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광윤사 통해 롯데홀딩스·호텔롯데 영향력 증대 가능성 주목
신동빈 회장, 그룹 인사 단행해 안팎 분위기 다잡기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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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롯데쇼핑 지분 일부를 매각, 4000억원가량의 현금을 손에 쥐게 됐다. 시장에선 롯데그룹의 '형제의 난'이 제 2라운드에 돌입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이 꺼낼 수 있는 카드가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보유 현금으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롯데 계열사 지분 매입 경쟁에 나설 수도 있고, 신격호 총괄회장이 쥐고 있는 각 계열사들의 지분을 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도 지분 경쟁에서 물러날 뜻이 없음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진다.
한동안 소강 상태였던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2월 들어 재점화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16일 장 마감 이후 롯데쇼핑 지분 5.5%(173만883주)에 대한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를 추진하기로 했다. 매각금액은 최대 4000억원 수준이다. 매각이 이뤄지면 신 전 부회장의 롯데쇼핑 보유 지분은 13.45%에서 7.95%로 줄어든다. 1대 주주는 신동빈 회장으로 13.46%(423만7627주)를 보유하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이 롯데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 지분을 매각하기로 하면서 일각에선 신 전 부회장이 경영권 경쟁을 포기하고 자신의 사업 자금을 확보하기로 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경영권 분쟁의 관건이 되는 신격호 총괄 회장의 후견인 지정 문제도 항고심까지 가며 신동빈 회장의 승리로 끝났다. 아버지를 전면에 내세운 신 전 부회장으로선 법원이 신 총괄회장에게 후견인 지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경영권 싸움을 이어나가기 어려워진다.
하지만 최근 신 전 부회장의 행보를 보면 오히려 경영권 분쟁 제 2라운드를 대비하기 위한 실탄 마련에 나섰다는 평가가 더 힘을 얻는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달에 신격호 총괄 회장에게 부과된 증여세 2126억원을 전액 대납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금 마련을 위해 신 전 부회장은 롯데쇼핑 주식 250만5000주를 담보로 맡기고 금융권서 대출을 받았다. 담보를 절반 가량만 인정받았다고 해도 최소 2800억원이 유입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격호 총괄 회장과의 긴밀한 관계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후견인 지정과 관련해서도 대법원에 재항고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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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주 전 부회장은 이번에 확보한 현금을 갖고 롯데 계열사 지분 매입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2015년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은 롯데제과 지분 매입 경쟁을 펼쳤고 올해 1월 들어 신동빈 회장은 그룹 지배력 강화를 이유로 롯데제과 지분을 더 사 들여 9.07%까지 늘렸다.
롯데제과는 롯데칠성음료(18.33%), 롯데푸드(9.32%), 롯데쇼핑(7.86%), 롯데리아(13.59%), 롯데정보통신(6.12%), 코리아세븐(16.50%) 등 계열사 지분을 다수 보유한 그룹의 핵심 계열사 중 하나다. 이에 롯데쇼핑 보다 지배구조 상 상위에 있는 롯데제과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신동주 전 부회장이 현금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격호 총괄 회장을 통해 일본 광윤사 지배력을 강화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신 전 부회장이 신 총괄 회장의 증여세를 대납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광윤사 지분 구조는 명확하게 드러나진 않았지만 현재 광윤사의 주요 주주는 신동주 전 부회장 50%, 신동빈 회장 38%, 어머니 시게미쓰 하스코 여사 10%, 아버지 신격호 총괄 회장 0.8% 정도로 알려진다. 신 총괄 회장과 시게미쓰 하스코 여사가 보유한 광윤사 지분을 신 전 부회장이 상속받게 되면 신 전 부회장의 광윤사 지배력은 절대적으로 커지고, 광윤사 우리사주가 신 전 부회장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이번에 마련된 자금이 광윤사 지분 상속에 대한 상속세 재원으로 쓰일 수도 있다.
광윤사는 일본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다. 일본롯데홀딩스를 통해 호텔롯데의 지배력에 관여할 수 있게 되고, 이는 곧 한국 롯데그룹 전체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는 셈이다. 신 전 부회장 입장에선 호텔롯데가 상장 되기 전에 광윤사를 통한 지배력 강화가 필수적이다. 호텔롯데가 상장되면 일본 롯데그룹 지분율을 낮추면서 한국롯데를 독립 구조로 운영하기 위한 지배구조 변환이 가능해진다. 결국 호텔롯데 투자회사와 롯데쇼핑 투자지분이 주축이 된 지주회사와의 합병 등을 통해 신동빈 회장이 지배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한국롯데의 확실한 오너가 될 수 있다. 호텔롯데 상장은 올해 하반기나 돼야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신동빈 회장 입장에선 마음이 조급해질 수도 있다. 이러는 와중에 롯데그룹은 조만간 미뤄왔던 그룹 인사를 단행할 계획이다. 황각규 정책본부 운영실장이 그룹 전반의 기획과 조정 업무를 책임지는 신설조직 경영혁신실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지난해 8월 검사 수사 과정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인원 전 부회장을 대신할 사실상의 2인자다. 소진세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은 지난해 신 회장이 직접 밝힌 롯데 쇄신안에 따라 새로 만들어지는 준법경영위원회를 책임질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정기인사는 신 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한 사실상의 첫 인사다. 신 회장은 2011년 롯데그룹 정기인사에서 회장직에 오른 이후 지난해까지 인사의 큰 그림을 그렸지만, 구체적인 인사는 이 전 부회장이 맡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은 그동안 12월 말 사장단 정기인사를 단행했지만, 지난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으로 특검 조사가 예고되면서 인사를 계속 미뤄왔다.
인사가 이뤄지면 신동빈 회장 입장에선 형과의 경영권 분쟁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된다. 동시에 두 형제의 경영권 분쟁이 다시 한번 본격화할 가능성도 그만큼 커졌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신동빈 회장은 그룹의 경영도 챙기면서 동시에 검찰 조사와 국회 청문회 등으로 정신이 없었다"며 "이번 인사를 통해 그룹의 대소사를 책임질 수 있는 자기 사람들을 옆에 둠으로써 내부 분위기를 다잡고 외부에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신동주 전 부회장은 실탄을 확보하고 신동빈 회장은 인사를 통해 계열사 경영 안정화를 꾀하려고 한다"며 "그동안 소강 상태였던 경영권 분쟁이 새 국면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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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2월 17일 09:41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