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동양시멘트 매각 때와 다른 모습…"인수의지 강했다"
"숙적 삼표의 성장도 인수의지에 한 몫" 평가도
업계 1위 올라서지만 경기불확실 등 대외변수 상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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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시멘트가 현대시멘트 경영권 인수에 성공했다. 쌍용양회·동양시멘트 인수 전에선 번번이 고배를 마셨지만 이번엔 달랐다. 재무적투자자(FI)와 함께 인수에 나서 상대적으로 재무적 부담을 덜면서 업계 1위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한일시멘트는 대형화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향후 건설경기 상승세가 지속할지 여부가 불확실하고, 철도운임 상승 및 지역자원시설세 신설 등 시멘트업계에 미칠 대외변수가 남아있다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금융기관은 지난 16일 현대시멘트 경영권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한일시멘트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LK투자파트너스, 신한금융투자가 FI로 참여했다. 한일시멘트의 제시금액은 6000억원 중반으로 예비협상대상자인 IMM 프라이빗에쿼티(PE)와는 약 200억~300억원의 격차를 보였다.
지난해 말 현대시멘트의 매각작업이 본격화하고, 이달 중순 본입찰이 실시될 때까지만해도 시장에선 시멘트 업계 주요 전략적투자자(SI)들이 인수전에 불참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일시멘트도 마찬가지였다. 쌍용양회와 한라시멘트(옛 라파즈한라시멘트)가 입찰에 참여했지만, 이들의 실질적인 인수주체는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한앤컴퍼니와 베어링PEA라는 평가였다.
한일시멘트는 인수 우선협상대상자가 발표된 직후 모습을 드러냈다. 입찰서를 제출한 LK투자파트너스의 SI로 참여한 것을 공식화하며 오히려 주목을 받게 됐다.
한일시멘트는 지난 쌍용양회와 동양시멘트 인수전에 참여했지만 연달아 인수에 실패했다. 토종 시멘트업체로서 자존심을 구겼다는 평가와 함께 일각에선 경영진이 공격적 M&A를 할만한 의지가 없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시멘트 업계 한 관계자는 "여러 번의 시멘트업체 매각에서 한일시멘트가 유력한 인수후보로 거론돼 왔지만 결국 실패했다"며 "시장에선 오너를 비롯한 경영진이 과감한 베팅을 하지 않을 것이란 평가들이 많아 현대시멘트 매각에서도 확실한 원매자로 여기지 않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인수전에선 한일시멘트 컨소시엄은 시장의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금액을 제시했다. 본입찰 당시 현대시멘트의 매각대상 지분가치가 약 410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경영권 프리미엄에 70%이상이 반영된 금액이었다.
한일시멘트의 이번 인수가 가능했던 데는 LK투자파트너스와 신한금융투자가 재무적으로 뒷받쳐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일시멘트는 LK투자파트너스가 조성하는 PEF에 LP로 참여할 계획이다. 향후 주주 간계약에 의해 LK투자파트너스의 보유지분을 한일시멘트가 매입해 단독 경영권을 확보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현재까지 구체적인 방안은 협의 중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한일시멘트는 약 4000억원의 가용현금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엔 서울시 영등포구에 위치한 공장을 철수하면서 2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하기도 했다. 외부차입 없이 상당부분의 투자금을 지불할 여력은 있다는 평가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한일시멘트가 투자금을 지불할만한 재무적인 여력은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두 차례 시멘트 회사 매각에서 보였던 소극적인 모습과 달리 이번엔 FI와 함께 인수에 나서 2000억~3000억원의 자금을 들여 향후 재매각을 고려하지 않고도 시장우위를 선점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관련 업계에선 숙적인 삼표가 보유한 동양시멘트의 성장 또한 한일시멘트의 잠재적 위협 요인이었다는 평가도 있다. 한일시멘트와 삼표는 드라이몰탈(즉석시멘트) 시장에서 경쟁 중이다. 2014년 삼표가 드라이몰탈 시장에 진출하면서 한일시멘트는 직접적으로 영업에 타격을 입었고, 이후 시장주도권을 쥔 한일시멘트는 드라이몰탈 가격 인하를 비롯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기도 했다.
한일시멘트는 이번 현대시멘트 인수를 통해 출하량 기준 업계 1위로 올라서게 된다. 회사는 ▲수도권 중심 영업력 강화 ▲물류기지 합리화 ▲ 규모의 경제를 통한 원자재 구매비용 절감 ▲양사 노하우 교류 등을 기대하고 있다.
시장점유율은 기존 12%에서 약 25%로 상승하며 쌍용양회(약 20%)와 함께 시멘트시장의 절반가량의 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한일시멘트의 시멘트 가격 협상력이 업계 가격 정책의 변수가 될 가능성도 커졌다. 현재로선 단언할 수 없지만 2000년대 중반 출하량 감소시기에 라파즈한라시멘트로부터 촉발된 가격인하 경쟁이 재점화할 여지도 있다. 한일시멘트가 드라이몰탈 시장에서 가격인하와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 전례가 있는 만큼 향후 1~2년간 시멘트업계가 치킨게임 양상 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일시멘트는 이번 딜(Deal)에서 재무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몸집을 불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다만 ▲건설경기의 하향 추세 ▲불안정한 원자재가격 ▲현재 입법을 추진 중인 지역자원시설세 ▲철도운임 상승 등 대외변수가 늘어난다는 점은 몸집이 커진 한일시멘트에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어 인수 효과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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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2월 21일 18:02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