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수위권 생명·화재도 아쉬운 실적…카드는 성장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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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금융시장 실적 시즌의 특징 중 하나는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의 하락세였다. 상당수 계열사가 지난 4분기 시장 예상보다 저조한 실적을 내놨고, 고객이 이탈하는 모습도 보였다.
경쟁이 치열해지며 금융시장에서 '삼성' 브랜드파워가 예전만 못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 우려가 가장 많이 모이는 계열사는 삼성증권이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연결기준 1740억여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2015년(2750억여원) 대비 37% 줄어든 규모다. 위탁매매, 자산관리, 투자금융(IB) 등 주요 업무 영역 실적이 모두 전년대비 하락하며 순수수료수익이 17% 줄어든 탓이다.
삼성증권의 자랑이었던 핵심 고액 자산가 고객군도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4분기말 기준 1억원 이상 자산을 예탁한 고객 수는 9만명으로 전 분기말 대비 3800명 줄었다. 이들이 맡긴 총 예탁 자산도 89조원에서 84조원으로 5조원가량 빠져나갔다.
자기자본수익률(ROE)이 5%대 초반으로 대형사 중 최하위권인 점도 부담이다. 여기에 오는 3월 3380억여원규모 유상증자가 예정돼있어 ROE 개선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그룹에서 삼성생명을 통해 주식을 추가 취득하고 증자 참여도 검토하는등 지원을 이어가고 있지만 실적은 기대에 부응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자산관리 부문에서의 경쟁력을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업계 수위를 지키고 있는 삼성화재 역시 만족스러운 한 해를 보냈다고 보기엔 어렵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8410억여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 2015년 대비 7% 증가했다. KB손해보험·현대해상·동부화재 등 2위권 손보사들이 두자릿 수 수익 상승률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긍정적으로만 보기는 어려운 수치다.
삼성물산 지분에서 615억원의 손상차손이 났고, 삼성전자 대만 창고 화재, 삼성물산 가거도 선박 침몰 등의 고액사고가 발생하며 실적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경쟁 심화에도 자동차보험 점유율과 수익성이 안정적이었다는 게 위안이었다.
맏형 격인 삼성생명도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일회성 이익을 제외한 지난해 연간 이익은 9370억여원으로 2015년 9860억원 대비 5%가량 감소했다. 보장성 연납화보험료(APE)도 전년대비 4.9% 줄었다. 투자수익률 역시 3700억여원에 달하는 삼성증권 염가매수 차익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4분기 3.3%에 그쳤다.
지급여력(RBC)비율은 연말 기준 304.4%로 전 분기 말(388.3%) 대비 크게 줄었다. 금리 상승과 신뢰 리스크 신뢰수준 상향 등으로 인한 영향이다. 이익을 쌓아 자본건전성 강화에 나서며 배당 성향도 10%로 뚝 떨어졌다. 2011~2015년 사이엔 적어도 25% 이상을 유지했었다.
그나마 양호한 실적을 보인 곳은 삼성카드였다. 삼성카드는 지난해 3490억여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2015년(3340억원) 대비 4.5% 성장한 것이다. 카드사의 성장에 대한 회의에도 불구, 총 카드사업 취급고가 30조5800억여원으로 연간 12.3% 성장했다.
특히 개인 신용판매 취급고가 12% 늘어나며 시장 성장률(8.5%)를 넘어섰다. 온라인 구매가 늘어나고, 세금·관리비 등도 카드로 납부하는 일이 늘어나며 예상보다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다.
한 금융 담당 연구원은 "지난해엔 삼성이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보험 분야에서 압도적인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으로 그룹 전반적인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올해엔 각 계열사별로 살 길을 찾아나서는 모양새가 자주 연출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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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2월 20일 14:05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