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이해 범위 넘어서…신뢰 위해 노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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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코스닥으로 이전상장한 엘앤케이바이오메드는 지난 16일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을 내놨다. 영업이익이 28억여원으로 2015년 대비 반토막난 수준이었다.
이런 실적을 예측한 주주는 많지 않았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영업이익이 46억원이었다.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엔 '자체결산으로 집계된 3분기까지의 영업이익은 58억원'이라고 적혀있었다. 상장 직후인 4분기에 30억여원의 손실을 털어냈다.
지난해 12월 증시에 입성한 신라젠도 3분기까지 누적영업손실은 303억여원으로 분기당 100억원 정도의 손실을 쌓았지만, 연간 영업손실은 469억여원으로 집계됐다. 역시 상장 이후 집계한 첫 분기 실적때 적자 폭이 크게 늘어났다.
업종 및 영업형태에 따라 분기별 손익은 출렁일 수 있지만 문제는 상장 직후에 실적이 급락했다는 것이다. 상장 직전 공모가를 산정할 때 활용한 실적과, 상장 직후 공시된 실적에 차이가 크면 '공모가가 공정하게 산정됐나?'하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런 일은 최근 수년간 지속적으로 반복돼왔다. 현대로템, 데브시스터즈, 제로투세븐, 파티게임즈, 트루윈, 코이즈 등이 상장 직후 기대 이하의 실적을 냈다. 당연히 주가도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발행사는 실적이 최고점을 찍었을 때 상장하는 것이 유리하다. 경쟁사 대비 높은 공모가는 자존심과도 직결된다. 지분 희석을 최소화하며 최대의 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다. 공모 규모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 주관사 역시 공모가가 높을수록 유리하다.
투자자들도 이를 알고 있다. 그래서 발행사가 공모가 산정에 유리한 시기를 택하는 것을 암묵적으로 용인한다. 예컨데 공공 및 정부 관련 사업 비중이 높은 기업은 연간 결산 후 3월 전후에 공모에 나서는 게 유리하다. 이익과 현금흐름이 12월에 집중되는 까닭이다.
상장 직전까지 계단식으로 충실히 상승하던 실적이 상장 직후 움푹 꺼지는 것은 이런 용인의 범위를 넘어서 있다는 지적이다. 수익은 앞당겨 인식하고 비용은 최대한 뒤로 미루는, 분식에 가까운 회계처리를 통해 공모가를 끌어올린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생기는 까닭이다.
한 자산운용사 공모주펀드 담당자는 "상장 전 실적을 발행사에 유리하게 만드는 이른바 '실적 마사지'가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건 알고 있다"며 "드러나는 제무재표 및 회사에서 제시하는 미래 전망 만으로 단기적인 실적 변동을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투자업계에서는 이런 사례들이 모여 결국 공모주 시장에 대한 전체 신뢰도를 떨어뜨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발행사와 주관사, 투자자 사이에 불신이 쌓이면 공모주 시장이 침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임원은 "높은 공모가보다는 적절한 공모가를 제시하고, 상장 후 실적과 주가가 모두 오름새를 보이는 게 최고의 거래"라며 "큰 틀에서 시장 주체들이 상호 신뢰를 위해 노력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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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2월 19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