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로 나온 낸드 '원조' 도시바…SK그룹 차원 결단 남아
애플의 D램 증설 요구, 단기 수익 극대화 둔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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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투자자들은 여전히 SK하이닉스를 사이클이 꺾이면 언제든 역성장하는 기업으로 보지만, 국내에서는 어느 정도 사이클에 관계없이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과점 사업자’로 체력을 다졌다고 보다보니 회사를 보는 격차가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최근 외국계 증권사 UBS의 ‘혹평’이후 SK하이닉스를 떠나는 외국계 투자자들을 지켜본 한 증권사 관계자의 관전평이다. UBS는 지난 8일 "SK하이닉스가 올해 1분기 최고점을 기록한 이후 내년 영업이익은 36%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며 투자 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중립'으로 변경했다. 이어 "도시바 지분 인수는 SK하이닉스 신용도에 부정적"으로 평가한 무디스 코멘트, JP모건의 부정적 시각 등이 가세하면서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이틀새 9% 가까이 떨어졌다.
적어도 내년까지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슈퍼 사이클'이 유지될 것이란 의견이 대다수였던 국내 시장과 상반되는 시각이다. 한 국내 증권사는 리포트를 통해 외국계 투자자들의 이탈 현상을 '군중심리 확대'로 평가했다. 과거 반도체 업체 간 '치킨 게임'이 펼쳐진 2008년과 2012년엔 D램 가격 하락으로 SK하이닉스의 실적도 치명타를 입었지만, 지난 2016년에는 가격 하락에도 실적을 방어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두 차례 고난을 겪으며 산업 재편이 이뤄졌고, 업체들의 설비 투자가 줄어들어 사이클 하락에도 현금 창출을 해내고 있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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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해프닝'은 국내 반도체 산업 전반에 대한 사이클 논쟁이라기보다 SK하이닉스의 '미래'에 대한 전망과 기업 가치에 대한 시각이 극명히 나뉜다는 점을 드러낸 사례가 됐다. 삼성전자는 선제적으로 차세대 반도체 낸드 부문에 투자해 독점적으로 3D낸드 양산에 성공하면서 논쟁에서 빗겨나 있는 반면, 여전히 수익의 90% 이상을 D램으로부터 벌고 있는 SK하이닉스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시각이다.
때맞춰 SK하이닉스의 향후 기업가치를 가를 두 가지 커다란 변수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매물로 나온 ‘도시바’와 D램 증설을 요청해온 ‘애플’이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선 중·장기 성장을 위한 M&A와 단기 수익 극대화라는 갈림길에 섰다.
도시바의 재무 악화가 예상보다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흘러가면서 알짜 반도체 자회사 매각도 '소수 지분'에서 '경영권 포기'로 판도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도시바는 글로벌 업체 중 최초로 '3D낸드'의 개념을 고안해 내는 등 낸드 부문 특허와 원천기술을 선점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선 오랜 취약점으로 꼽혀온 차세대 메모리 낸드 시장 진입에 속도를 낼 기회가 열린 셈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적어도 8조원에서 10조원까지 거론되는 도시바 경영권 인수는 재무적·전략적으로 SK하이닉스 계열사 차원의 '배팅'을 넘어서 이제 그룹차원의 결단을 해야하는 상황"이라며 "SK그룹이 SK하이닉스를 캐시카우로 계속둘 건지, 자본 투입을 다시 시작해 반도체를 그룹 핵심사업으로 키울건지 결정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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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애플의 ‘달콤한’ D램 수주 요구에 대한 결정도 내려야 한다. 최근 IT업계에선 애플이 아이폰 차기 모델의 출하량을 1억2000만대 수준으로 계획해 부품사들과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 출시한 아이폰7 모델이 8000만대 수준 판매량을 기록한 점과 대비해 약 50% 확대된 물량이다. D램 업체들의 빗그로스(비트단위 환산 생산량 증가률)는 지난해 대비 74%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에선 애플이 모바일 D램의 안정적 수급을 위해 SK하이닉스에 일정 공급 물량을 보장하고 설비 증설 요청을 해온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애플의 차기 모델 요구에 맞춰 D램 설비에 투자할 경우, SK하이닉스는 단기 호황 효과를 더 누릴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수요처인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이 과거처럼 크지 않은 상황에서, 증설 물량이 당장 2018년 1분기 이후 재고로 돌아올 리스크도 비례해서 커지게 된다. 아이폰 차기 모델의 양산 시점이 올해 5~6월로 예상되고, 부품을 공급하는 '리드 타임'이 보통 두 달인 점을 감안하면 늦어도 3~4월까지는 결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3D낸드에 본격적인 투자를 결정한 만큼 늦어도 2022년에는 차세대 메모리가 D램 수요를 대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라며 "여기서 D램 설비를 늘리는 결정을 내리면 외국계 증권사의 시각처럼 SK하이닉스는 지금 팔고 떠나야 할 회사"라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낸드에서도 대규모 투자를 통해 독자 생존할지, 중국과 연합하거나 도시바의 손을 잡을지 아니면 글로벌 2위 점유율을 확보한 'D램'에 맞춰진 틈새시장으로 갈건지 결단을 내릴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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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2월 20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