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상충 금지...외국계 IB, "쏟아질 다른 보험사 딜 막힌다"
수수료 박한데 성사가능성 낮아...국내 주관사만 나설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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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보험공사가 한화생명 보유지분 매각을 위해 외국계 투자은행(IB)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반응이 시큰둥하다. 공공기관 거래라 수수료가 낮은 것은 물론이거니와 예보가 내세운 '이해상충 방지' 조항 때문에 앞으로 쏟아질 다른 보험사 관련 매각거래도 제한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예보는 지난 24일 '한화생명 주식 해외매각주관사 입찰공고'를 내고 다음달 13일까지 제안서를 받기로 했다. 국내와 외국계 증권사 한 곳 씩을 주관사로 선정하려 했으나 외국계 증권사는 한 곳도 참여하지 않음에 따라 재공고를 낸 것이다.
재공고에도 불구하고 주관사단이 꾸려질지는 불투명하다. 예보가 직접 나서 주관사를 맡아달라고 요청하고 있으나 외국계 IB들은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IB 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IB에겐 공공기관 딜은 그다지 매력적인 먹거리가 아니다"며 "예보 쪽에서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다들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일단 한화생명 주식 매각 거래에 참여했다 다른 보험사를 자문할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고민거리다.
보험업계에선 앞으로 지배구조 개편 및 IFRS17 도입에 따른 다양한 거래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생명, 교보생명 등 대형사는 물론 중소형사들의 자본확충, 인수·합병(M&A) 등이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예보는 매각주관사 선정 후에도 이해상충 가능성이 우려되는 다른 거래에 대해서는 반드시 예보의 사전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공고에 적시했다. IB 업계에선 예보가 이를 풀어줄 가능성은 크지 않고, 한화생명 지분 매각이 완료되기 전까지 발이 묶이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투자자 수요를 모으기도 쉽지 않은 거래다. 한화생명 지분(15.25%)매각은 경영권 거래가 아니고 주가 상승 여지도 크지 않다. 시가 8000억원대로 덩치는 크다. 고생만 하고 성과는 없을 수 있다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가뜩이나 국내 조직을 줄여가는 외국계 IB의 글로벌 본부에선 굳이 이런 딜에 참여할 필요가 있는지 따져 묻기도 한다는 설명이다.
궁극적으론 큰 돈이 되는 거래가 아니라는 점도 걸림돌이다.
외국계 IB에 앞서의 부담을 감수할 만한 수수료를 지불하면 되지만 정부기관들은 수수료가 박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외국계 IB들이 가격을 제안하더라도 예보가 온전히 받아들일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업무실적(트랙레코드)을 쌓는 의미는 있겠으나 앞으로 남은 서울보증보험, 우리은행 잔여지분 매각 등에서 얼마나 높은 가산점을 받을지도 점치기 어렵다.
외국계 IB 관계자들은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입을 모으지만 예보가 마땅한 '당근'을 제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결국 국내 증권사만 가지고 지분매각에 나설 상황에 몰릴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예보 관계자는 "재공고를 냈으니 제안을 받아보고 평가 기준에 부합하는지를 살펴 해외매각주관사를 선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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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2월 27일 11:38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