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장기투자 '의문'…기관은 조기 수익 확정 가능 기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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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중공업이 발행을 추진 중인 5000억원 규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가 사실상 '안전판 있는 주식투자'로 평가받고 있다. 채권으로서의 가치는 기대하기 어렵고, 고부가가치 기술 투자를 통해 주가가 상승할 거라는 데 '베팅'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대규모 채권 거래가 가능한 기관투자가들은 오랜만에 열린 공모 차익거래(arbitrage; 아비트리지) 기회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번 두산중공업 BW가 제시한 금리는 표면금리 1%, 만기금리 2% 수준이다. 만기는 5년이지만 3년이 됐을 때 조기상환을 청구할 수 있어 사실상 3년물로 받아들여진다.
두산중공업과 같은 신용등급(A-)의 민간평균금리는 3년물 3.37%, 5년물 4.039%다. 등급전망이 '부정적'이라 추가로 하향조정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반 채권과 금리 차이는 더 커진다. 현재 BBB+ 등급 민평금리는 3년물 5.864%, 5년물 6.108%에 달한다.
물가상승을 감안하면 채권 투자로는 원금만 보전하는 수준이다. 결국 수익성의 핵심은 신주인수권(warrent; 워런트)이다. 이는 정해진 가격(주당 2만6550원 예정)에 주식 1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다.
두산중공업은 이번에 조달한 자금을 대형 가스터빈 등 고부가 제품 원천기술 투자에 쓴다는 방침이다. 요컨데 '돈 될 기술에 투자할테니 향후 주가가 오르면 주식을 팔아 이익을 가져가라'는 게 투자 조건이다.
이는 바꾸어 말하면 원천기술 개발에 실패하거나, 재무 등 기타 사유로 주가가 내리면 BW 투자자가 수익을 제대로 낼 수 없다는 말과 같다.
두산중공업은 이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가격재조정(re-fixing; 리픽싱) 요건을 넣었다. 3개월마다 한번씩 평균 주가를 산출해 주가가 떨어지면 그에 맞춰 신주인수권 행사가액을 낮춘다. 할인 한도는 20%다. 신주인수권 행사가액을 2만1240원까지 낮추는 게 가능하다는 말이다. 이 선까지는 주가가 떨어져도 BW 투자자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모회사인 ㈜두산의 지분율(36.82%)를 고려하면 주주우선공모 후 일반 배정분이 적어도 1000억에서 최대 3000억원 수준은 될 것"이라며 "회사가 2019년 핵심역량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는만큼, 개인이 장기투자하기엔 마땅치 않은 상품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기관들은 오랜만의 차익거래 기회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청약을 통해 BW를 인수한 뒤 채권과 신주인수권을 각각 나눠 매각하는 방식으로 비교적 단기간에 무위험 수익을 낼 수 있는 까닭이다.
예컨데 이번 BW에 1억원을 투자한 기관은 1억원의 채권과 3766장의 신주인수권을 받게 된다. 채권은 3%가량 할인해 매각하고, 신주인수권도 장당 1000~1500원 안팎에 유통시장에서 털어내면 채권 할인으로 손해본 금액을 만회하고도 2~3% 가까운 수익을 조기에 확정할 수 있다. 분리형 BW가 대유행했던 2011~2013년 기관들이 주로 수익을 냈던 방식이다.
분리형 BW가 발행 금지되고 주식연계증권(ELB) 시장이 중소기업·소규모·사모 위주로 돌아가며 이런 기회는 최근 흔치 않았다는 평가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두산중공업 주식을 직접 사는 것보다 훨씬 좋은 투자 기회"라며 "채권과 신주인수권 매각 시기만 잘 조정하면 큰 위험 없이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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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3월 02일 14:32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