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매각 추진에…“이익 극대화보다 시장가 찾기 위한 것” 평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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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지주가 현대저축은행과 현대자산운용을 잇따라 공개 매물로 내놓았다. 작년 10월 진행됐던 현대저축은행 매각 방식보다 인수후보자 참여 가능성을 열어뒀다. 보수적이고 안정된 사업기반 확보를 중시하는 그룹 특성상 가격만큼이나 신속 매각에도 힘을 쏟을 것으로 전망된다.
KB증권은 지난 2일과 6일 100% 자회사인 현대저축은행과 현대자산운용을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하겠다는 공고를 냈다. 이달 마지막 주에 두 회사의 공고 순서대로 인수의향서(LOI)를 접수할 계획이다. 실사 기간을 길게 부여하지 않고 매각 절차도 신속하게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매각은 KB증권 아래 사업적 시너지효과가 크지 않은 자회사를 둬 부담을 지울 필요가 없다는 의도가 담겼다. 그룹 전체적으로 상승 효과를 낼 수 있는 회사들로 보기는 어렵다. 현대저축은행은 기존 KB저축은행과 KB캐피탈이 하고 있는 중금리 대출 사업과 겹친다. 시중은행에 비하면 영업망도 매력적이지 않다. 현대자산운용도 마찬가지다.
KB금융은 두 회사를 병행 운용하거나 합치는 안을 검토했으나 결국 KB자산운용을 키우는 게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대규모 자산을 이전하는 과정에서 수익자 동의 등 절차가 복잡했기 때문이다. KB자산운용은 일부 사업부문을 떼내 대체투자 전문 회사로 키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증권사 금융담당 연구원은 “이번 매각은 중복에 따른 비효율을 제거하는 한편 100% 자회사화에 성공한 KB증권의 몸집을 가볍게 하고 영업기반을 다지기 위한 사후처리의 성격도 있다”며 “KB금융이 확실한 방침을 세운 만큼 매각 절차도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증권 시절인 지난 2011년에 인수한 대영저축은행이 전신인 현대저축은행은 강남 본점을 비롯, 목동ㆍ송파ㆍ분당 등 요지에 지점이 있다. 수도권 영업망이 부족한 금융회사들이 눈독을 들일만 하다. 지난 인수전에 참여했던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PAG), 아프로파이낸셜대부, 일본 라쿠텐 등도 잠재 후보로 거론된다. 매각 초기 중국 후보도 관심을 가진 바 있다.
현대저축은행은 부동산 관련 자산은 축소하고 소액 개인 대출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며 부실 가능성도 크게 줄었다. 지난해 약 35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고 대출자산 규모는 1조4000억원에 달한다. KB금융은 현대저축은행의 호실적이 이어지며 매각에 확신을 가지게 된 분위기다.
현대자산운용은 전통 자산뿐 아니라 부동산 등 대체투자 경험도 많다. 자산운용업 진입 장벽은 크게 낮아졌으나 업력있는 종합자산운용사에 대한 수요는 꾸준하다. 금융업에 대한 인기가 시들한 가운데서도 주가순자산비율(PBR) 2배에 거래되기도 한다. 공격적인 운용을 하지 않아 소송 관련 우발부채 부담도 크지 않다. 지난해 말 기준 자본총계는 310억원, 운용자산(AUM) 규모는 7조6000억원에 달한다. 지주사 전환을 꾀하는 우리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들이 관심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관건은 KB금융이 요구하는 가격 수준과 후보자들의 호응 여부다.
KB금융은 지난해 현대저축은행을 제한적 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 추진했으나 시장 가격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인수자의 접근 기회도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KB금융의 장부가(지난해 9월말 기준 2583억원)가 높기도 했지만, PBR 1배 수준은 받길 원했던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저축은행의 지난해 9월말 자본총계는 2225억원이다. 당기순이익이 자본에 반영되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현대자산운용도 PBR 2배를 원한다면 총 매각 금액은 3000억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KB금융이 가격에 욕심을 낸다면 이번 매각도 어려워질 수 있는 구조다.
다만 시장에선 KB금융이 증권사 부담 줄이기에 힘을 싣는 만큼 무리한 가격 기대는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저축은행 역시 이번엔 PBR 1배까진 원하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공개매각을 선택한 것 자체가 시장 가격을 확인하고 받아들이기 위한 신호라는 분석도 있다. 더 많은 후보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고, 정해진 일정에 따라 매각을 진행하기에도 유리하다. KB금융 역시 일단 LOI를 받아본 후 의사 결정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KB금융은 지난해 현대저축은행 매각을 통해 시장과의 괴리를 확인했고 장부가가 높다는 인식도 가지게 됐다”며 “매각 성사가 중요한 만큼 헐값 수준이 아니라면 공개매각에서 형성된 가격을 받아들이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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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3월 07일 15:15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