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노렸지만 구속…주가 오르고 배당 늘어
사외이사 요구 남았지만 지분율 떨어져 추진력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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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헤지펀드 엘리엇어쏘시에이츠(이하 엘리엇)이 '행동'을 취할 것이라는 금융시장의 예측이 빗나가게 될 전망이다. 삼성그룹을 둘러싼 잇딴 파문에도 엘리엇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생각보다 강력하게 추진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과 미래전략실 해체 등 급변 상황을 염두에 두지 못해 대응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7%대 대규모 지분을 바탕으로 표 대결에 나섰던 삼성물산 합병 때와는 달리, 지금은 엘리엇이 제시할만한 카드도 마땅치 않다.
엘리엇은 오는 3월24일로 예정된 삼성전자 정기주총에 어떤 제안도 내놓지 않았다. 0.6%의 소수지분을 6개월 이상 보유해 주주제안권까지 확보했음에도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은 것이다. 덕분에 이번 삼성전자 주총의 안건은 재무제표 승인과 이사 보수한도 승인으로 단촐해졌다.
엘리엇이 2015년 시작한 공세의 최종 목표는 '이재용'으로 분석된다. 그룹 경영권 승계에 반드시 필요한, 그러나 최대주주 지배력이 단단하지 않은 계열사만 노렸다. 삼성그룹 입장에서 반드시 경영권을 안정시켜야 하는 두 회사의 지분을 매입해 이 부회장의 대척점에 섰다. 총수익스왑(TRS) 구조를 도입하고 한국어 홈페이지를 만드는 등 치밀하게 계획했다.
그런 엘리엇에게 이 부회장의 구속은 '카운터 파트'(상대)가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그룹'이라고 할 수 있을만한 미래전략실도 일거에 해체됐다. 그룹 지배구조 개편 청사진까지 제시하며 '판'을 벌린 엘리엇이지만, 이에 호응해줄 이가 없어진 것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엘리엇이 최순실 게이트와 이에 따른 이 부회장의 구속까지 예측하진 못했을 것"이라며 "이 부회장은 사태가 일어난 이후인 지난해 10월 등기이사로 취임했기 때문에, 회사에 손해를 끼친 이사의 책임을 묻는 대표소송권이나 유지청구권 행사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엘리엇이 주춤하는 사이 막상 요구한 내용은 초기 단계에서나마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미래전략실이 해체되며 지배구조 개편의 물살이 거세지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결국 지주회사 체제를 확립해 안정적으로 계열사 관리를 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지난해 11월 삼성전자는 최소 6개월 이상의 지배구조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고, 엘리엇도 이에 수긍한 바 있다.
배당도 크게 높아졌다. 삼성전자의 올해 배당 총액은 4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다. 지난 2013년(2조1000억원) 대비 2배에 가깝다. 엘리엇이 요구한 30조원의 특별배당엔 미치지 못하지만, 올해 9조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까지 포함하면 삼성전자가 '성의'를 보였다는 평가다.
엘리엇의 주장 중 남은 건 다양한 국제 경험과 다양성을 갖춘 사외이사 최소 3명 이상 신규 선임 정도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기업 경험이 있는 사외이사 1명울 선임을 검토했지만 이번 주총 안건으로 올리진 않았다.
그렇다고 엘리엇이 사외이사 추천에 발벗고 나서기도 쉽지 않다. 삼성전자 외국인 지분율은 50.59%에 달한다. 엘리엇의 지분은 극소수에 가깝다. 엘리엇이 추천한 사외이사 선임안에 다른 주주들이 호응해줄지 장담할 수 없다.
오랜 준비 끝에 1조원 가량을 투입하며 삼성전자 공격에 나선 엘리엇이지만, 급변 사태를 맞으며 동력을 상실한 것이다.
금융시장 일각에서는 엘리엇이 이미 지분을 빼서 매각한 게 아니겠느냐는 추정도 내놓고 있다. 주가가 200만원에 가까운 현 시점에서 삼성전자 투자를 통한 엘리엇의 차익은 4500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엘리엇이 삼성전자 지분 매입을 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평균 주가는 140만원대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정기주총을 위한 주주명부 폐쇄 및 공고문 발송 등의 절차를 진행하다보면 엘리엇이 지분을 아직도 보유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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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3월 06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