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자문'은 명예직? 각 부서별 업무 조정에 '골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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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율촌'의 강석훈 변호사는 법조계에서 공공연하게 "한화그룹을 구해주신 분"으로 불린다. 과거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실형을 살던 김승연 한화 회장의 대표 변호를 맡아, 지난 2013년 파기환송심을 이끌어 집행유예를 받아냈다. 직후인 2014년 3월, 강 변호사는 ㈜한화 주주총회를 통해 신규 사외이사로 부임하게 된다. 현재까지 재선임을 거쳐 법무 분야 전문 사외이사로 등재돼 있다.
강 변호사의 사외이사 등재 이후. 각 로펌 M&A 담당 파트너 변호사들 사이에선 “한화 딜(Deal)은 글렀네”라는 푸념이 나왔다고 한다. 이후 알려졌다시피 한화 발(發) 대형 거래들이 쏟아지면서, 한화그룹 자문이 큰 폭으로 늘어난 율촌의 위상도 수직 상승했다.
상위 대형 로펌 간 역량 차이는 점차 줄어들고, M&A 시장 내 대기업의 영향력은 점차 커지면서 경쟁은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상대 로펌에 대한 변수 하나하나에 예민해진 상황에서 ‘총수와의 관계’가 로펌 업계에선 불문율처럼 전해지고 있다.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그룹 총수가 송무 비용을 개인 돈으로 내는 건 우리나라 ‘재벌’체제상 낯선 일일 테고, 이전처럼 계열사가 챙겨주면 배임 이슈가 있다보니, 각 계열사의 자문을 몰아주면서 '보전'해주는 분위기가 관행처럼 있어온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어 "한화그룹도 작년 말에 보전해주는 분위기는 다 끝난 줄 알고 있었는데, 올해 재선임한 것을 보니 계속 쓰는 분위기 같다"고 아쉬움 섞인 목소리를 드러냈다.
유사한 시기 총수가 형사사건을 겪은 SK그룹도 주요 딜(Deal)마다 같은 이유로 '법무법인 태평양'이 자문사로 제일 먼저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건까지 '단독 수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한 로펌 관계자는 "최종적으로 법률 자문사를 쓰지 않고 SK㈜ 내부 인력으로 참여했지만, 대성산업가스 예비입찰단계에도 태평양과 함께한다는 이야기가 업계에선 돌았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과거 한화·SK 1심에서 두 총수의 구속을 막지 못해 체면을 구긴 국내 선두 로펌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최근까지 해당 그룹에 ‘출입 금지’ 처분을 받았다는 후문도 공공연하게 나온다. 최근 SK하이닉스의 도시바 인수전이 시작되면서, 국내 최고의 ‘일본 팀’을 갖춘 김앤장이 자문을 따낼 지, SK가 태평양과의 의리를 지킬지 로펌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각 로펌내 M&A 자문 업무의 위치 보여주는 현상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로펌 입장에선 이제 M&A 자문업무가 수익에 큰 도움이 안 되지만, 각 로펌의 '명예'와 '평판'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는 분야로 인식되고 있다.
한 때 핵심 인력들의 이탈과 이전같지 않은 영향력으로 '위기설'이 지속돼온 김앤장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말 L(Lotte)ㆍO(Oxy)ㆍV(Volkswagen)' 단 세 건의 송무 수임으만 1000억원이 넘는 금액을 번 것으로 알려지며 한 숨을 돌렸다는 평가다. '조세(Tax)' 분야에선 김앤장 못지 않은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율촌도, 여전히 주요 수익원은 M&A 자문이 아닌 텍스 분야 업무로 알려졌다.
다른 대형 로펌 관계자는 “한 때 김앤장이 M&A를 독점하던 시기에는, 김앤장 M&A 변호사들은 자기가 쓴 시간대로 2주 마다 ‘시급’으로 중간 정산을 받는 다는 이야기가 있을 만큼 업계에 부러움을 독차지했었다”라며 “한동안 인력도 유출되고 어려운 시기를 겪다 지난해 송무로 엄청나게 돈을 벌면서, 다시 ‘시급’대로 받을 수 있는 영역을 찾았다는 시샘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각 조직원들 사이의 불만은 각 로펌의 과제로 남았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예를 들어 송무·조세 변호사들에게 돈을 많이주면 그 로펌 내 M&A 자문 변호사들은 불만을 갖고 떠나고, 그렇다고 앞단에서 뛰는 송무·조세 부서에 보상이 박하면 동기부여가 안되지 않겠나"라며 "각 로펌들도 골치를 앓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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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3월 06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