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 比 늘어난 분기배당…주당 약 7000원 예상
갤럭시S8출시·지주회사 전환 가능성 기대감도 ‘한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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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주가가 1975년 기업공개(IPO)이후 최초로 200만원을 돌파했다. 올 들어 외국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이어지면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다. 오너리스크에 특히 민감한 외국인투자자들은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실적과 사업전망에 더 주목하고 있다. 분기배당, 그리고 갤럭시S8 등 신제품 출시라는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오너리스크를 압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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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삼성전자 주가는 200만9000원으로 마감했다. 3월6일 사상최초로 200만원을 넘어선 이후 연일 상승세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수사가 결정된 직후에도 삼성전자의 주가는 동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 부회장의 구속수감 이후 전자 관련 계열사들의 주가는 꾸준히 상승했다. 삼성물산, 그리고 삼성생명을 비롯한 금융계열사의 주가가 연일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서만 삼성전자 주식 5000억원 이상을 순매수 했다. 이는 외국인의 국내 기업 순매수 금액의 절반이상을 차지한다.
이들의 주식매수에는 대규모 배당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반영돼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엘리엇 등 외국인 주주들에게 배당확대를 비롯해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요구를 꾸준히 받아 왔다. 이에 따라 회사는 지난해 말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발표하고, 올해 총 4조원을 기준으로 매 분기별 약 1조원씩 분기배당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배당규모는 전년(3조1000억원)대비 30% 이상 늘었다. 올 1분기부터 당장 적용되며 3월말 주주명부에 등재된 주주를 대상으로 실시할 전망이다. 구체적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시장에선 1주당 7000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황에 힘입은 반도체(DS) 부문과 신제품 출시를 앞둔 모바일(IM)부문의 실적호조가 예상된다는 점도 투자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창립이래 최대위기를 맞았던 삼성전자는 거듭된 악재에도 불구하고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0.4%, 10.6% 증가했다. 갤럭시노트7 폭발사고 이후 지난해 3분기 IM부문의 영업이익은 1000억원에 불과했지만, 4분기 갤럭시S7의 마케팅 강화로 영업이익 손실을 만회할 수 있었다. 조만간 공개되는 갤럭시S8의 판매실적이 상반기부터 반영될 경우 IM부문의 영업이익 상승이 기대된다는 점도 투자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국내증권사 한 주식 운용역은 "삼성전자의 대규모 분기배당과 새롭게 출시되는 갤럭시S8 성과에 대한 기대감이 외국인투자자들이 삼성전자에 몰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사업적 성과가 가시화 하는 탓에 업사이드 리스크를 피하기 위한 국내 기관투자가들 또한 삼성전자 주식을 꾸준히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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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삼성전자는 지주사 전환 방안에 대해 6개월가량의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고 검토가 끝나는 대로 주주들에게 공개하기로 했다. 당시 삼성물산과 가칭 삼성전자홀딩스 간의 합병 가능성도 거론되긴 했지만, 회사 고위 관계자는 '삼성물산과의 합병은 전혀 검토하지 않고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만 고려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삼성물산의 주가는 실적과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도 영향을 미쳤지만, 그룹차원의 지배구조 개편에서 다소 멀어지며 삼성전자와 정 반대의 곡선을 그리고 있다.
오너의 부재에도 외국인투자자들은 삼성전자의 기업가치가 훼손될 여지가 없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오히려 삼성전자가 더 이상 국내 정치권과 시장의 눈치를 보지 않고 해외진출이 가능해 질 것이란 기대감도 나타낸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인투자자들은 국내 투자자들보다 오히려 오너 리스크에 더 민감한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며 "삼성전자의 경우 오너의 부재상황을 사업적인 성과와 향후 투자에 대한 기대감 등이 상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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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3월 12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