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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한국기업에 대한 고고도미사일(THAADㆍ사드) 보복이 금호타이어 매각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미묘한 시기에 두 나라 갈등이 격화하면서 비록 기간산업은 아니지만 국내 기업을 중국에 매각하는 데 대한 여론 향방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금호타이어 인수와 관련, 박삼구 회장의 우선매수권이 '개인'에게만 적용된다는 원칙으로 인수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박삼구 회장 측으로서는 금호산업 인수 후 종자돈을 더마련하기 어려운 처지였고 자금력 있는 중국 기업들의 출현 등 부정적인 요소가 많았다. 여기에 채권단의 매각 의지도 강했다.
이에 박 회장 측은 13일 간담회를 통해 채권단의 우선매수권 행사 범위에 대한 반박과 함께 몇차례 주주협의회에 '컨소시엄 형태의 주식 인수 허용'을 올려달라고 요청했으나 채권단이 논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중국 더블스타는 총 9550억원에 6개 회사와의 컨소시엄으로 금호타이어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금호타이어에 대해 독립적인 경영을 보장하고, 협력으로 시너지를 만들어 글로벌 타이어 업계에서 영향력이 있는 브랜드로 만든다는 계획도 함께 제시했다. 30일 내로 박삼구 회장의 우선매수권 행사가 결정되지 않으면 더블스타로 매매가 진행된다.
남은 변수는 매각 절차 중 터진 사드 이슈의 향후 진행 상황이다.
중국은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그룹은 물론, 다른 국내 기업과 산업에도 전방위적 제재를 가하고 있다. 비단 롯데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제품 불매 운동이 본격화하고 관광ㆍ항공ㆍ화장품ㆍ면세 등 전반에서도 타격을 주고 있다.
국내기업들이 중국의 공세에 속수무책이고 국내 정서가 악화하는 극히 민감한 시기에 우리나라 기업을 중국에 넘겼다는 비판이 부담스러워 질 수 있는 상황이 된 셈이다.
더구나 지난 주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확정, 변수가 복잡해졌다. 선거가 채 두 달도 남지 않은 대선국면이 시작됐다. 금호아시아나는 명맥이 남은 유일한 호남 대표기업이다보니 유력 대선주자들 상당수가 '호남 표심'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고 거래를 주도한 산업은행에 대한 여파도 간과하기 어렵다. 다음 정권에선 국책은행이 주도한 거래에 대해 다른 판단을 할 가능성도 있다.
매각 방침을 바꾼다면 그간 치러진 게임의 룰이 무너지고 국제 신인도 하락이 우려된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국내기업 때리기에 비할 수준은 못된다는 것. 게다가 국내 제조업의 중국 피인수 실패사례로 '쌍용자동차'의 기억이 남아있다는 점도 간과하기 어렵다.
채권단도 일찌감치 이 점을 인지, 사드 문제가 커지기 전부터 금호타이어 매각 공정성 확보에 만전을 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 회장의 재계 영향력 등을 더 좋은 조건을 써내는 곳에 매각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이를 근거로 박삼구 회장의 '컨소시엄 허용 요청'이 제기될 때도 곧바로 원칙론을 유지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가뜩이나 사드 정국으로 중국의 심기가 불편한 상황에서 금호타이어 매각을 중단 또는 철회하는 선택을 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중국이 사드 이슈와 관련성이 떨어지거나 규모가 작은 곳, 인수 가치가 높은 기업에 대한 투자마저 중단하거나 거둬들이는 사례가 늘어날 경우가 문제다.
이로 인해 표면상 매각 절차가 계속되더라도 거래 종결은 끝까지 가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블스타와 차순위인 지프로 등 중국 후보들이 모두 나가 떨어지기라도 하면 금호타이어 매각은 불투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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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3월 13일 18:14 게재]
입력 2017.03.14 07:00|수정 2017.03.15 09:48
채권단, 민감한 시기에 국내 기업 中에 넘길 수 있을지 미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