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참여 후 협상 결렬…과실은 '삼성증권'으로
"앞으로 SK 딜 따내기 어려울 것" 업계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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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M인베스트먼트(이하 IMM인베)의 SK해운 투자 시도가 상처 뿐인 결과만 남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PE)과 투자 참여를 두고경쟁을 펼쳤지만 SK가 최종적으로 회사 분할을 택하면서 물거품이 됐다. 오히려 거래 과정에서 ‘말바꾸기’ 논란이 일면서 SK로부터 평판을 잃기도 했다. 향후 SK그룹과의 거래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10월 IMM인베는 SK해운 2대주주 보통주 지분과 후순위 전환사채(CB) 인수를 위한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SK해운은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와 미래에셋대우 등 기존 주주가 풋옵션을 행사하며 투자 원금과 이자를 합친 약 1600억원을 지급해야 했다. SK해운의 상환이 어려울 경우 지주사 SK㈜가 대신 지급하는 조항도 포함돼 있었다.
IMM인베의 초반 참여 의사는 확고했다. SK㈜의 신용 공여나 투자수익에 대한 보증 등의 조건 없이 SK해운 자체 '위험방지조항'만 포함되면 투자를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의사를 내비쳤다. SK해운은 SK㈜로의 부담 전이가 '앓던 이'로 여겨졌던 터라 IMM인베와의 협상은 급속도로 진전됐다. IMM인베는 SK해운의 부실 선박에 대한 구조조정 이후 수익성 회복 가능성이 열렸다는 점에 기대를 걸었다. 총 4000억원의 투자금 준비도 마쳤다.
상황이 반전된 건 지난해 12월이었다. IMM인베는 SK해운에 재협상을 요청했다. SK㈜도 위험방지조항 의무를 이행해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룹에 보고까지 마친 SK해운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고 거래는 지연되기 시작했다.
IMM인베의 갑작스런 태도 변화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블라인드 펀드 출자자(LP)들의 항의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SK㈜가 일부 위험 부담을 감수했던 기존 FI 계약보다 위험도가 높은 계약을 어떤 LP가 환영할 것이냐는 설명이다.
거래 관계자는 “SK해운 입장에선 지주사에 부담을 끼치지 않고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가장 원했는데 IMM인베가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 SK해운도 그룹에 보고까지 마쳤다”라며 “이후 IMM인베가 다시 SK㈜로의 풋옵션 조항이 포함된 재협상안을 요구하면서 결과적으로 첫 협상은 의도치 않은 ‘블러핑’이 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거래 관계자는 “기존처럼 SK㈜가 뒤에 서주는 조건이면 SK해운입장에선 다른 FI 후보들을 두고 굳이 IMM인베와 협상할 이유가 없었다”며 “IMM인베가 LP들의 불만 등을 애초부터 고려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SK㈜도 IMM인베와의 재협상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했다. SK해운은 다른 투자자를 찾기 시작했다. 미래에셋PE가 2대 주주 투자에 뛰어들었다. 미래에셋PE 측은 풋옵션이 아닌 드래그얼롱(Drag Along) 등 다른 옵션들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련이 남은 IMM인베도 다시 협상 테이블에 들어섰고 거래는 경쟁 입찰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결정은 늦어졌고 협상은 지지부진했다. 미래에셋PE는 기존 2대주주로 투자한 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과의 내부 이해상충이 문제가 됐다. 한 회사로 합병하며 부서간 업무 조정에 시간이 걸리기 시작했다.
두 PE가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이는 사이 SK그룹은 회사를 분할해 신주를 발행하는 새로운 방식을 두고 물밑작업을 시작했다. 삼성증권과 하나금융투자를 대상으로 조율하던 중 최종적으로 삼성증권을 선택했다. 결국 SK해운이 회사를 분할하는 방안을 최종 결정하면서, FI 지분 인수전은 양 PE 모두 소득 없이 끝났다.
PEF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PE와 IMM인베가 위험방지조항(Downside protection)을 보장받는 동시에 회사가 좋아졌을 때 과실까지 확보하는 데 골몰한 사이 삼성증권이 파고 든 격이 됐다”라며 “SK그룹이 향후 수익을 나누는 걸 꺼리는 상황에서 TRS 구조로 추가 수익은 유보하는 방안을 제안해 거래를 따냈다”고 전했다.
이번 거래와 시장 평가에 대해 IMM인베스트먼트 거래 관계자들은 "작년 10월말 SK측과 협의 과정에서 향후 인수금융 및 자금 조달 환경 변화에 따라 계약 조건 변동이 가능하다는 점을 명시 받은 바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IMM인베스트먼트는 "운용사가 독립성을 가진 블라인드펀드이기 때문에 시장에서 예상한 것처럼 따로 펀드 출자자(LP) 항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고 초기에는 출자자에게 투자 조건을 알리지 않았다"며 ""SK그룹이 오히려 기존 선택지가 아니었던 TRS를 꺼내 들고와서 우리 측이 오히려 항의를 해야 했던 상황이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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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3월 13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