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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수뇌부인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삼성 금융사들의 변화방향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계열사마다 독자 생존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면서 이전보다 CEO 역할론이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계획대로 이사회 중심의 체제가 갖춰진다면 CEO들에겐 ‘위기이자 기회’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삼성그룹은 지난달 경영쇄신안을 발표하고 미전실 해체를 공식화했다. 최지성 실장(부회장)을 비롯해 장충기 차장(사장)을 비롯한 7개 팀장 전원이 사임했다. 전략, 기획, 인사, 법무, 커뮤니케이션, 경영진단, 금융일류화 등 그룹의 모든 현안을 챙겨보던 컨트롤 타워가 사실상 사라지게 됐다.
이는 삼성의 기존 선단식 경영에 큰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당장 이사회 중심의 경영체제를 꾸려야 한다. 그간 그룹의 의사결정에 ‘거수기’ 역할에 그친 이사회가 앞으론 독자적으로 회사 경영에 중대한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맞은 것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비서실 해체 이후에도 미전실이란 그룹 컨트롤 타워가 존재했지만, 이마저도 없어지면서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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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금융사에도 미치는 여파가 상당할 것이란 관측이다. 생명-화재-증권-카드로 이뤄진 삼성금융사는 삼성전자 등 제조업 중심의 그룹 체계 하에서 ‘서자’ 취급을 받아왔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전부터 금융 전문경영인에 대한 요구는 높았지만, 번번히 ‘낙하산’ 식 인사가 이뤄진 점도 이와 무관치 않았다.
당장 현 삼성금융사 CEO들의 면면만 살펴봐도 이런 점이 드러난다. 삼성생명의 CEO를 맡고 있는 김창수 사장은 삼성물산에서 부사장을 하다 2012년 삼성화재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금융사에 발을 담궜다.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은 삼성전자로 입사해 옛 삼성비서실 비서차장을 거쳐 금융사로 자리를 옮겼다.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이 걸어 온 이력도 이들과 다르지 않다.
한 삼성금융사 관계자는 “삼성물산-전자의 1등 DNA를 심겠다는 취지 하에 제조사 출신의 인사가 금융사로 자리를 옮기는 사례가 빈번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인사는 앞으로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룹에서 내려 보내는 인사시스템 자체가 사라지는 데다 비금융 전문가를 이사회에서 승인하기는 점점 힘들어 질 것이란 관측이다. 삼성그룹이란 공동의 목표를 위한 경영에서, 이제는 각 회사의 이익 극대화에 경영의 초점이 맞춰질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실적 압박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삼성카드를 제외한 금융사의 실적이 예년에 미치지 못했다. 삼성생명의 경우 일회성 이익을 제외하면 지난해 연간 이익은 9370억원으로 2015년 9860억원 대비 5%가량 감소했다. 삼성화재는 2위권 손보사들이 두자릿 수 수익 상승률을 기록한 것 대비 연간 순이익이 전년대비 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삼성증권은 자기자본수익률(ROE)가 5%대 초반으로 대형사 중에서는 최하위 수준이다.
삼성 금융사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신뢰도 회복해야 한다. 투자업계에선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보험분야에서도 이전과 같은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시에 이제 더 이상 계열사를 옮겨가며 CEO를 하기도 힘들어질 것이란 예상이다.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의 경우 삼성화재 CEO를 거쳐 삼성생명 CEO로 선임됐다. 안민수 삼성화재 CEO는 차기 삼성생명 CEO로 유력하게 거론되기도 했다. 보험업계에선 생명보험업과 손해보험업은 완전히 다른 업권으로 취급하고 있지만, 그룹에서 인사를 좌우하다 보니 가능한 일이다.
이 같은 변화는 현재 삼성 금융사 CEO들에게 '위기' 일 수 있다. 컨트롤 타워 부재 속에 금융사 CEO 모두 연임에 성공했지만, 앞으로도 순항할지는 미지수란 이유에서다.
반면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사회를 설득할 실적이 뒷받침 된다면 그룹의 ‘외풍’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데다, 이사회의 멤버로 참여하는 현직 ‘프리미엄’도 무시하기 힘들다. 금융 지주사 CEO들처럼 장기집권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를 위해선 첫째도 둘재도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사 CEO들이 장기집권 하는 사례가 삼성금융사에도 나타날 수 있다”라며 “그룹 총수 보다는 이사회, 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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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3월 10일 07:00 게재]
입력 2017.03.16 07:30|수정 2017.03.17 11:26
인사 변화 예고...현 CEO, 성과에 따라 ‘장기집권’ 길 열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