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눈높이 못 맞춘 두산밥캣, 공모가 대폭 낮춰
ING생명 좋은 회사지만 생보사 디스카운트 변수
-
ING생명보험 상장(IPO)에서 지난해의 두산밥캣이 겹쳐 보인다는 지적이 기관 투자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양사는 각각 금융업-제조업으로 업종도 다르고, 상장 과정에서 적용되는 평가방법이나 기관들이 대하는 태도도 다르지만 '구주매출을 통한 회수 극대화'란 공통점을 보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ING생명이 시장과 동떨어진 목표를 설정할 경우 두산밥캣처럼 투자자 외면과 상장 난항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지난 10일 한국거래소는 ING생명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심사를 승인했다. 아직 구체적인 상장 구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MBK파트너스는 처음부터 구주만 50%를 매출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두산그룹은 지난해 재무적 투자자(FI)의 투자회수 지원과 유동성 확보를 위해 두산밥캣의 IPO를 실시했다. 역시 신주는 발행하지 않았다. 두산그룹은 구주매출이 계약의 일부이며 향후 성장전략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두산밥캣이 좋은 실적을 보여주고 있었음에도 IPO 시장의 반응은 시들했다. FI 투자금을 돌려주는 것 외에도 재무구조 개선의 마지막 카드인 두산밥캣 가치를 최대한 활용해야 했던 두산그룹의 절박함이 독이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두산그룹이 처음에 내놓은 두산밥캣 희망공모가밴드는 4만1000원~5만원이었다. 투자자 사이에서도 목표치가 다소 높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지만 그룹의 의지는 강했다. 그나마 밴드 하단은 처음 상장신청서에 써낸 4만3000원보다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시장과 투자자에 접근 기회를 넓혀주려는 취지로 풀이되지만 그 조차도 투자자들의 눈높이와는 크게 달랐다.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 참패한 끝에 다시 IPO를 추진해야 했다. 트럼프 발 호재를 타고 간신히 IPO에 성공한 두산밥캣의 최종 공모가는 3만원이었다.
제조업인 두산밥캣은 현금창출력이, 금융업인 ING생명은 내재가치(Embedded Value)와 순자산가치가 평가의 주요 척도다. 투자자군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국내 기관투자가 사이에선 ING생명의 IPO를 두산밥캣과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하고 있다. 구주 매출을 통한 최대한의 현금 확보라는 목적이나, 그에 따라 과한 욕심을 부릴 위험성이 존재한다는 점은 유사하다는 이유에서다. 시장 자금이 회사로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추가 성장 동력도 약할 수밖에 없다.
기관투자가 관계자는 "사모펀드(PEF)의 투자금 회수를 위한 IPO다 보니 회사로 들어가는 자금도 없다"며 "시장 평가보다 높은 공모가가 책정된 두산밥캣의 사례가 재현될까 하는 우려가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ING생명 역시 두산밥캣처럼 성장성을 입증해 온 회사다. 그러나 산업 사이클까지 뒷받침되던 두산밥캣과 달리 생명보험업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소형 중장비 세계 1위 회사인 두산밥캣과 침체된 국내 생명보험 시장의 5위 회사는 위상에서 큰 차이가 난다.
회계기준 변화에 따른 부채 증가 등 불확실성도 잠재 투자자들이 꼽는 불안 요소다. 좋은 회사 만들기'에 주력했던 ING생명에 어느 정도의 성장 잠재력이 남아 있을지 점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PEF는 회수 시에도 투자할 때와 유사한 가치 평가 비율을 적용받길 원한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3년 말 ING생명을 1조8400억원에 인수했다. 직전인 2013년 9월말 자본총계(2조3143억원)에 댄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배다.
그러나 보험업계에서는 1위 삼성생명을 제외한 다른 상장사 정도의 평가를 받으면 성공이라는 의견이 많다. 매년 3000억~4000억원의 순이익을 내는 우량 생보사이긴 하나 기관들이 삼성생명 다음으로 담으려 할지는 미지수다.
2위 생명보험사인 한화생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54배고, 동양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은 각각 0.55배, 0.59배다. ING생명이 이들과 유사한 수준으로 상장에 나서더라도 향후 하향 가능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보험사에 투자한 기관 관계자는 "여러 사정을 감안하면 ING생명은 잘해야 PBR 0.6배 선에서 가치가 정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그보다 높은 수준의 가치 평가는 시장에서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3월 17일 16:14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