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통매각에서 다시 지분 매각 선회 가능성
中 인수 차단 의지 본격화…'수비' 고민 던 SK하이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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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의 반도체 사업 인수 첫 관문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지만 판도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10여곳 후보 간 각축전에 더해 국가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한 일본 공적자금 투입까지 거론되면서 인수 구도는 더욱 복잡해졌다.
일본 정부 차원의 개입도 점차 구체화하고 있다. 중국이나 대만 기업이 인수하는 것을 막는 방안도 언급되다보니 글로벌 합종연횡을 모색하던 후보들의 전략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SK하이닉스도 급변하는 변수 속에서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최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중국 및 대만 업체가 도시바 반도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될 경우 매각 거부 권고안을 내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 안전보장과 관련한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는 시각이다.
글로벌 인수 후보 중 자금 동원력 측면에서 가장 강점을 보였던 중국계 업체들의 참여는 제한될 가능성이 커졌다. 중국의 칭화유니는 물론, 주요 생산 설비 및 공장을 중국에 둔 홍하이·TSMC 등 대만 업체의 참여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그간 SK하이닉스에 가장 큰 위협이었던 도시바의 기술력과 중국 자본의 결합 가능성도 다소 낮아졌다.
동시에 일본 정부는 반도체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 혹은 일본정책투자은행을 통한 인수 참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의 주요 의사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34% 이상) 확보를 목표로 일본 기업들의 참여를 독려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반도체 사업부 전체 매각으로 진행되던 인수 구도가 일정 지분 매각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커졌다. 최대 26조원까지 거론되던 인수 부담은 줄어들 전망이지만, ‘낸드 기술 확보’라는 목적은 달성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일본 상법상 제3자 유상증자, 해외 신규 공장 증설 등 주요 결정은 특별결의를 통과(주주 과반 참석에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의 찬성)해야 정관으로 올릴 수 있다”라며 “지분 34% 이상을 산업혁신기구가 보유하게 되면 도시바와 SK하이닉스간 기술 공유 건 등에 사사건건 반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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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의 개입 의지가 본격화하면서 진성매각 여부 자체도 미궁에 빠졌다. 중국계 후보들의 참여가 제한되면 인수전 흥행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다만 일본 정부가 실제로 구조조정 카드를 꺼낼지는 미지수다. 산업혁신기구 등 정부 주도 산업 재편에 대한 일본내 여론이 호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위기에 처한 디스플레이 업체들을 산업혁신기구 중심으로 재편해 재팬디스플레이(JDI)를 설립했지만, 대규모 투자 시기 및 결정이 늦어지면서 LG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등 국내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졌다.
정부가 '회계 부정으로 몰락한 도시바를 지원해야 하느냐'를 두고 일본내 여론이 긍정적이지 않은 점도 고려해야 한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정부 차원의 도시바 지원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일본 산업 담당 연구원은 “일본내에서 도시바를 두고 각 은행으로 대표되는 채권단과 정재계 간의 파워게임 양상으로 갈 수도 있다”라며 “다만 샤프 매각전에서 산업혁신기구와 대만 홍하이 중 홍하이를 택한 전례가 있듯이 일본 채권단의 입김이 강한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 차원에서 미국 업체가 인수하는 것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도 언급된다. 일본 정부는 도시바의 손실 원인이 된 미국 원전 자회사의 파산 신청을 원하지만, 채무 보증을 선 미국 정부 및 금융권과 지난한 협상 과정이 남아있다. 미국 현지 고용 인력을 감축하는 것에 대한 후폭풍도 예고된다. 이에 따라 미국과 일본 정부 간의 외교적 거래가 이뤄질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웨스턴디지털(WD), 마이크론 등 미국 업체들의 재무 여력이 크지 않아 현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SK하이닉스는 하루가 달리 변수들이 등장하자 전략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SK하이닉스가 본 입찰 단계에 도달해 도시바의 낸드 기술력에 대한 실사 참여를 최우선 목표로 삼고, 최종 인수 결정은 그 이후로 미룰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거래에 정통한 관계자는 “일본 정부의 진성매각 의지 여부를 가장 큰 변수로 보고 있다”며 “내부에서도 제안서는 제출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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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3월 24일 08: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