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면적으론 자본확충 차원
투자자 “감독당국 눈치보느라 배당금 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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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3 보험사들이 일제히 배당을 축소했다. 향후 있을 자본확충에 대비하기 위함이라는 설명이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선 감독당국 '눈치보기' 용이란 해석도 나온다. 실효성이 떨어지는 데다, 그나마도 인기가 없는 보험주에 대한 투자자 외면이 더욱 커질 것이란 지적이다.
삼성생명은 주당 1200원의 결산배당을 결정, 2015년 결산 배당금 대비 600원 줄였다. 배당성향은 27.5%에서 23%로 4.5%포인트 낮아졌다. 배당총액은 3328억원에서 2155억원으로 1173억원 감소했다. 배당성향 추이로만 놓고 보면 상장 이래 최저수준이다.
한화생명도 배당규모를 축소했다. 지난해보다 100원 줄인 주당 80원의 배당을 결정했다. 배당성향은 전년 대비 7.9%포인트 낮아진 19.1%다. 배당총액은 601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752억원 줄었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보다 1250원 줄어든 주당 3750원에 배당을 결정했다. 배당성향도 17.9%에서 15%로 하락했다. 오너 경영인과 재무적투자자(FI)가 주요 주주로 참여하는 만큼 배당규모에 민감하지만, 다른 두 보험사와 마찬가지로 배당축소라는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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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일제히 배당축소를 결정한 표면적인 이유론 자본확충 필요성이 거론된다. IFRS17 도입 될 경우 부채 시가평가에 따른 대규모 자본확충이 필요하다. 이를 준비하기 위한 차원이란 설명이다.
한승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생명의 배당 축소는 올해 예정된 IFRS17 기준서 공개, 한국형 신지급여력제도 도입 관련 규제 불확실성을 고려하였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투자자들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다. IFRS17 도입 시 수 조원의 자본확충이 필요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마당에 배당금을 줄여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란 설명이다. 이들과 달리 손해보험사들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배당성향을 유지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배당을 줄이더라도 지급여력비율(RBC) 등 재무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라며 “배당축소를 통해 IFRS17 도입에 대비하기에는 턱없이 작은 금액이다”라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빅3의 배당축소가 선제적 자본확충을 요구하는 감독당국에 나름으로 자본확충 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배당까지도 줄였다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란 설명이다. 이 연구원은 “굳이 꼽자면 감독당국의 눈치 보기용 배당축소라고 보여진다”라며 “이것 말고는 다른 이유를 찾기가 힘들다”라고 말했다.
부진한 업황에 배당까지 줄자 보험주에 대한 투자자의 외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화생명 주가는 3월 들어 6000원선을 오가며 연중 최저치에 머물렀다. 교보증권의 박혜진 연구원은 ‘주가순자산비율(PBR) 0.47배는 너무하다’는 리포트를 내기도 했다. 삼성생명은 지주사 전환 이슈로 인해 주가가 오르긴 했지만, 사업적인 측면과 배당만을 놓고 보면 매력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보험주에 대한 관심이 낮은 상황에 배당마저 축소하면서 투자자들의 이탈이 더욱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라며 “투자자들의 보험주 외면은 앞으로도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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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3월 23일 11:12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