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하락에도 설비 투자 확대…태양광 '2차 치킨 게임' 예고
정보 비공개 기조 유지하며 투자자 혼란 가중
한화케미칼 등 그룹 부담 전이 가능성 재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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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을 담당하는 한화큐셀이 7분기만에 적자 전환했다. 일시적인 분기 손실이라는 회사의 해명에도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 올해 이후 태양광 업계 재편을 위한 글로벌 업체들의 ‘치킨 게임’이 예고된 가운데, 한화큐셀이 독자 생존 능력을 보일 기회를 놓쳤다는 평가다.
투자자들은 한화그룹의 향후 대응 전략을 묻고 있지만 오히려 석연치 않은 정보를 제시하면서 시장의 불만은 고조되고 있다. 향후 투자가 집중될 경우 모회사 한화케미칼로 부담이 옮겨질 가능성이 다시 거론되면서 그룹 차원의 고민도 커질 전망이다.
미국 나스닥(Nasdaq) 상장사 한화큐셀은 지난해 4분기 매출액 약 5610억원, 영업적자 약 68억원, 당기순손실 약 28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 분기 대비 20%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연간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까지 쌓아온 실적을 바탕으로 양호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투자자들의 우려는 오히려 커졌다. 시장의 관심은 ‘일시적 호재’가 끝난 지난해 4분기 이후, 한화큐셀이 수익성을 방어할 수 있을지 여부에 집중됐다. 한화큐셀이 이를 증명해 보이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한화큐셀은 미국 태양광 발전사 '넥스트에라(NextEra)'로의 대규모 모듈 공급 계약을 통해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태양광 발전설비의 필수 재료인 모듈 공급 가격은 계약 당시(2015년) 가격에 고정됐지만, 모듈의 원재료인 태양전지 및 폴리실리콘 시장 가격이 지난해 크게 떨어지면서 한화큐셀은 큰 폭의 이익을 거뒀다. 하지만 계약 종료와 동시에 수익성이 수직 하락하며 결국 ‘기초 체력’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캐나디언솔라(Canadian Solar)·징코솔라(JinkoSolar)·JA솔라(JA Solar) 등 글로벌사 대비 이익 하락 폭도 컸다. 각 사 모두 제품 가격 하락으로 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하락세를 보였는데 한화큐셀은 그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분기 매출총이익률(gross margin)을 기록했다.
수익 하락에 대한 석연치 않은 회사의 해명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한화큐셀은 투자자 대상 컨퍼런스콜을 통해 적자전환 원인으로 일부 프로젝트의 수익 인식 지연을 꼽았다. 그런데 회사가 내놓은 올해 1분기 매출 전망에선 지연된 이익이 인식되지 않고 오히려 전 분기 대비 26% 감소할 것으로 제시됐다.
한 증권사 태양광 담당 연구원은 "컨퍼런스콜을 통해 밝혔듯 지난해 쌓인 재고가 해소되지 않아 수익성 확보 대신 가격을 낮춰서라도 판매처를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넥스트에라로의 대규모 공급을 대체할 수요처를 찾아야하는데 이전만큼 좋은 조건에 계약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사가 이익을 거둘 수 있는 평균판매단가(ASP) 수준에 대한 투자자들의 질문도 이어졌지만 한화큐셀은 구체적 수치 제시를 거부했다. 최근 태양광 전문지 PV인사이트에 따르면 2013년 와트당 0.9달러 수준이던 모듈 가격은 0.34달러 수준으로 급락했다. 올 초엔 대만 현지 언론이 '한화큐셀이 중국에서 시장가보다 낮은 가격에 모듈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하는 등 우려섞인 시선도 이어지고 있다. 한화큐셀은 계약 단가 수준을 밝힐 수 없다는 기존 방침을 공식화했다.
주력 제품가격 하락이 이어지자 한화큐셀은 독자적인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 운영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한화큐셀은 이달 초 터키 현지 업체와 공동 투자를 통해 1조5000억 규모의 발전소 운영 계약을 따냈다. 수익성 확보 여부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한화큐셀은 15년간 고정 계약 수준의 요금을 수익으로 얻고, 15년이 지난 이후 변동된 시장가에 따라 요금을 조정할 수 있다. 1년내에도 원재료 가격 변동 폭이 큰 태양광 산업에서 장기 계약에 대한 의구심이 따라 나오고 있다.
향후 태양광 업황 전망도 좋지 않다. 업계 관계자들은 '2차 치킨게임'이 예고됐다고 입을 모은다. 모듈 가격이 생산원가 이하까지 떨어지고 있지만, 중국을 중심으로 주요 업체들은 모두 가동률을 줄이지 않고 오히려 설비를 늘리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화큐셀도 올해 태양전지와 모듈 생산규모를 각각 1.5GW씩 증설하는 계획을 세웠다. 반면 올해 전 세계 태양광 발전 수요는 전년 대비 7% 감소할 전망이다.
강정화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태양광 업체들의 증설 전망을 보면 4~5개 주력 업체 중 한 업체가 도산할 때까지 가격 인하 경쟁을 펼치는 치킨 게임이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화큐셀 지분 약 94%를 보유한 한화케미칼에 미칠 여파도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화케미칼의 '태양광 및 기타 부문'은 4분기 316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관계자들은 올해 내 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이 다시 흑자 기조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입을 모은다.
다른 증권사 화학 담당 연구원은 “그간 대규모 투자 및 지급보증이 태양광 사업에 집중되면서 시장에서는 한화케미칼의 기업가치는 태양광 업황이 좌우할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라며 “지난해 화학 사업이 더할나위 없이 좋았지만, 태양광 사업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주가 등 기업가치는 지지부진한 모습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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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3월 28일 16:12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