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 등 타 생보사는 모두 신주 위주 구조 활용
"최대주주만을 위해 자본확충 기회 날린 것"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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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얼마나 좋은 기회인데... ING생명 재무담당자들은 아쉽겠네요. 기업공개(IPO)는 평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자본확충의 기회인데, 최대주주(MBK파트너스)만을 위해 날려버렸군요. 어쩌면 나중에 삼성생명과 비슷한 후회를 할 것 같습니다." (한 대형보험사 관계자)
국내 생명보험사들의 상장 구조는 크게 '삼성생명식'과 '한화생명식'으로 나뉜다. 삼성생명은 기존 주주의 지분만 매각하는 방식으로 구조를 단순화했고, 한화생명은 신주도 함께 발행하며 재무적 조화를 꾀했다.
ING생명은 삼성생명식을 택했다. 최대주주의 사정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동양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이 한화생명식을 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를 두고 보험업계에서는 안타까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ING생명 상장공모에서 투자자들에게 배정되는 3350만주 전량은 최대주주인 라이프유한투자회사가 매각하는 것이다. 라이프유한투자회사는 MBK파트너스가 세운 특수목적회사다.
신주 발행은 없다. 상장 후에도 ING생명의 자기자본은 4조1474억원(2016년말 기준)에서 한 푼도 늘어나지 않는다.
7년 전 삼성생명도 그랬다. 삼성생명은 삼성자동차 채권단 지분만을 공모의 대상으로 삼았다. 사실상 투자자의 돈을 빌어 빚을 갚는 형식이었다. 그럼에도 불구, 자본시장에 익숙치 않은 일부 실무자가 공모 초기 비공식적으로 "상장하면 자본이 늘고 재무구조가 좋아진다"는 발언을 내놔 빈축을 사기도 했다.
공모 당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삼성에버랜드(현 삼성물산)가 보유한 삼성생명 주식만 40%에 달했다. 삼성그룹은 공익재단 및 계열사를 포함해 총 51.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당시 발행주식 총수의 10%인 2000만주의 신주를 발행해 2조2000억원을 조달했더라도 삼성그룹 지분율은 46.9%로 소폭 희석될 뿐이었다.
그러나 삼성생명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 지분 7%를 보유한 삼성생명의 지배력이 약화하는 걸 원하지 않았던데다, 여러 법률적 이슈를 고려했다는 후문이다.
이는 IFRS17 전면 시행을 눈 앞에 둔 현재 회사 안팎으로 상당한 아쉬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룹 지원 없이 부족 자본을 자체 확충할 계획인데, 2010년 2조 안팎의 보통주 자본을 미리 확충해뒀다면 그 부담이 크게 경감됐을 것이기 때문이다. IFRS17 전면 시행시 삼성생명의 자기자본은 최소 수 조원에서 최대 수십 조원이나 줄어들 수 있다.
ING생명이 신주 발행을 하지 않은 건 결국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원활한 투자 회수(exit) 목적으로 분석된다. 신주를 발행하면 MBK파트너스의 지분이 희석되는 까닭이다.
지난 2013년 MBK파트너스의 ING생명 인수 원가는 1조8000억원, 주당 단가는 2만2000원(액면분할 반영, 배당 제외)이다. 현재 공모희망가 밴드(3만1500~4만원) 대비 크게 낮다. 3년간 ING생명의 자기자본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덕분이다.
이번 상장에서 최대 1조3000억원을 회수하고도 MBK파트너스에겐 경영권 지분이 남는다. 신주를 발행해 지분이 일부 희석되더라도 수익 확보가 충분히 가능했던 셈이다.
ING생명의 지급여력(RBC)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319.2%로 업종 평균 대비 높은 편이다. 다만 RBC비율 신뢰수준 상향, 솔벤시2(Solvency 2) 적용 등 보험사의 재무에 영향을 주는 규제 정책이 계속 도입되고 있고, 2021년 IFRS17이 전면 적용되면 ING생명도 부정적인 영향을 피해나갈 순 없을 전망이다. 상장시 신주 발행은 이에 대한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삼성생명을 제외하면 ING생명에 앞서 상장했던 모든 생보사는 신주 비중을 구주보다 높여 잡았다"며 "이들이 신주 위주의 상장 구조를 짠 건 상장이 보험사에 얼마나 중요한 기회인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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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3월 27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