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열사 내에서 금융일류화 추진팀에 대한 반감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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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금융사의 컨트롤 타워이자 ‘시어머니’ 역할을 하던 금융일류화 추진팀이 지난달로 해체됐다. 팀장은 퇴임했고, 팀원들 중 상당수는 아직도 인사가 나지 않았다. 한때 금융지주사 역할을 하던 곳이었지만, 이제는 계열사에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금융일류화 추진팀은 이건희 회장이 건재하던 2004년 그룹 내 금융계열사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테스크포스(TF)로 출범했다. 이재용 시대를 맞아 전자와 금융이 그룹의 두 축이 되면서 금융일류화 추진팀 역할은 주목 받기 시작했다.
최근 몇 년간 신속하게 진행된 금융계열사의 지배구조 개편이 이 팀의 주도로 진행됐다. ‘금융지주회사 도입’, ‘보험계열사의 자본확충 계획 마련’ 등 금융사 핵심 사안도 금융일류화 추진팀의 지휘아래 진행됐다. 지난 2015년 말에는 TF에서 미래전략실 소속 기존 6개팀과 마찬가지로 공식직제상 정식 팀으로 편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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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은 각 계열사에서 우수 인력을 차출했다. 2013년 말부터 수장을 맡은 임영빈 금융일류화추진팀장(60)은 삼성생명 출신으로 82년 입사 후 자산운용, 경영관리, 지원팀을 맡았다. 금융일류화 추진팀장을 맡기 전에는 삼성증권 재무책임자(CFO)를 역임했다.
이 밖에도 자산운용 관리를 맡고 있는 유호석 전무, 기획을 담당하는 이승재 전무, 경영지원을 담당하는 박종훈 상무가 삼성생명에서 차출됐다. 삼성화재에선 장석훈 전무가 차출 돼 인사업무를 담당했다.
업무가 힘들긴 하지만, 금융일류화 추진팀의 일원이 된다는 것은 곧 ‘꽃 길’에 입성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지난 2013년말 삼성화재 CEO로 부임한 안민수 대표는 금융일류화 추진팀장을 맡았었다. 임영빈 부사장의 경우 금융지주사 전환 시 차기 삼성생명 사장으로도 거론됐다. 부장급으로 파견 된 인사는 원하는 보직에 임원으로 승진해서 가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는 금융사의 임원이 되기 위해서는 금융일류화 추진팀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최순실 사태’ 여파로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일시에 모든 것이 바뀌었다. 미래전략실 해체 방침에 따라 금융일류화 추진팀도 해체됐다. 임영빈 부사장은 다른 미전실 팀장과 마찬가지로 퇴임했다. 팀원들은 차출된 회사로 돌아갔다. 이전처럼 승진인사가 아닌 팀 해체에 따른 복귀 조치다.
금융사 안팎에선 이들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임 부사장은 한 순간에 회사를 떠나게 된데다, 기존의 회사로 돌아간 인력들도 앞날이 평탄치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일부 부장을 제외하고는 상당수의 인사발령이 아직 나지 않은 상태다”라고 말했다.
그간 금융 계열사들의 금융일류화 추진팀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았다. 추진하는 일마다 금융일류화 추진팀에 보고를 해야 하는데다 자산운용, 인사, 기획, 경영지원 등 사실상 전 분야에서 금융일류화 추진팀이 간여하면서 사업추진에 어려움이 거론된 일도 많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룹 조직이다 보니 계열사 사장들조차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한 삼성그룹 관계자는 "복귀한 인력 상당수가 삼성생명 출신이라 이들에게 주어질 역할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 일을 두고 삼성그룹 내에선 “인사는 하늘이 정한다”는 말도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금융일류화 추진팀 출신들이 본격적으로 삼성 금융계열사를 장악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최순실 사태’의 불씨가 삼성그룹으로 번지면서 이들의‘운명’이 엇갈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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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4월 05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