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B PE 대주단 내부 이견으로 공동매각 철회 한 듯
운용사·대주단 처지, 눈높이 달라 함께 하기 어려운 딜
LG실트론 경영권 확보 SK그룹, 추가 인수 여부에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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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과 KTB PE 대주단의 LG실트론 지분 49% 공동매각이 무산됐다. 함께 한다는 공감대는 있었으나 서로 처한 처지가 달라 뜻을 모으기 어려운 거래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각자 매각으로 선회한 만큼 투자회수 경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우리은행을 중심으로 한 보고펀드 쪽 인수금융 대주단은 LG실트론 지분 29.4% 매각 공고를 냈다. 지난 6일엔 KTB PE 등이 보유한 지분 19.6%까지 묶어 49%를 매각한다고 밝혔으나 변경 공고를 통해 KTB PE 측 지분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오는 21일까지 인수의향서를 접수한다.
이들은 당초 함께 매각하는 편이 협상력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KTB PE 및 농협은행ㆍ대구은행 등 KTB PE 대주단이 우리은행 등 보고펀드쪽 대주단의 공동매각 추진에 이의를 제기하며 매각과정이 바뀌었다. 양 측의 입장이 다르고 틈이 벌어진 터라 서로 회수를 위한 눈치 싸움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공동매각을 추진할 당시엔 몇몇 잠재후보가 투자 의향을 드러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올해 LG실트론 경영권을 인수한 SK그룹이 추가 지분 인수에 나설 것인지에 가장 관심이 모인다.
SK그룹은 표면적으로는 LG실트론 지분율 확대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대주단과 매각주관사의 접촉도 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주단과 KTB PE 지분이 해외로 넘어가도 비상무이사 자리를 내주는 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시장에선 SK그룹이 LG실트론 지분율을 더 높이려는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영권 지분 인수로 가치평가 기준이 나와 있기 때문에 그보다 싸게 지분을 늘릴 기회라는 것이다.
SK그룹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SK그룹 내부에서 LG실트론 지분을 추가로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실적 개선세와 향후 IPO 추진 가능성을 고려하면 현 시점에서 많은 지분을 확보해두는 것이 구주매출 시 유리하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SK그룹이 추가 지분 인수에 나서더라도 대주단과 KTB PE 중 어느 쪽을 선택할지는 미지수다. 상법상 특별결의 요건(지분율 67%)을 맞추려 한다 해도 16%의 지분만 더 있으면 되고, 양쪽이 처한 상황도 다르기 때문이다.
2014년 인수금융 디폴트로 인해 주식 매각 권한을 갖게 된 보고펀드 대주단과 달리 KTB PE 측 대주단의 여신은 정상으로 분류돼 있다. 보고펀드 대주단은 이미 충당금을 쌓아둔 상황이라 매각은 곧 이익으로 반영된다. 그러나 KTB PE 측은 낮은 금액에 팔면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운용사들의 처지도 다르다. 보고펀드는 법적으로는 여전히 실트론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매각 처분권은 대주단이 가진다. 원리금만 받아도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반면 KTB PE는 대주단 원리금 이상에 팔려야 자신들에도 돌아오는 것이 있다. KTB PE 측은 리파이낸생을 추진하며 자금을 더 태우기도 했다.
양쪽 모두 LG실트론 성장에 대한 기대감은 있으나 그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여지는 정상 여신인 KTB PE 쪽 대주단이 더 많다. 장기적으로 기업공개(IPO)를 통한 회수도 검토해 볼 수 있다. 인수금융 만기는 2018년까지 연장돼 있다.
농협 등 KTB PE 측 대주단 내부에선 업황 개선에 힘입어 실적도 개선되고 있는데 굳이 지금 매각에 나설 필요가 있느냐는 이견도 있었다.
공동매각 처리 과정에서 문제가 제기된 것도 명시적인 약정을 체결하지 않았던 면도 있지만 이처럼 대주단 내부의 의견 조율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란 지적도 나온다. 대주단의 핵심인 농협은행과 농협중앙회도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며 다툼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SK그룹이 향후 추가 지분 인수에 나선다면 보고펀드 대주단과 KTB PE의 제안을 받아 저울질할 가능성이 크다. 아직 정상 여신이고 후순위 지분가치도 있는 KTB PE 쪽의 주당 가격이 보고펀드 쪽보다 높은 반면 매각해야 할 지분은 적다. 보고펀드 대주단은 처분해야 할 지분은 많지만 시장 상황을 살펴 유연하게 매각을 추진한다는 의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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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4월 11일 18:28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