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성 상품 줄이고 변액상품에 집중
향후 과제는 자산운용 역량 강화를 통한 수익성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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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생명이 PCA생명을 인수하며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달 중으로 대주주 승인이 나오면 본격적인 합병 과정에 들어간다. 영국계 생명보험사인 스탠다드라이프와 마찬가지로 자산운용에 중심을 둔 보험사로 탈바꿈 하겠다는 전략이다. 관건은 수익성을 어떻게 끌어올리느냐다.
미래에셋생명은 그간 스탠다드라이프에 인력을 보내왔다. '견학'이 주된 임무였다. 스탠다드라이프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함이다. 1825년 에딘버러에서 시작한 스탠다드라이프는 유럽, 북미, 아시아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글로벌 생명보험사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규모는 3571억파운드(약 500조원), 영업이익은 7억2300만파운드(약 1조원)다.
비즈니스 모델은 간단하다. 변액보험과 퇴직연금 부문이 두 축이다. 변액보험에서 3억8300만파운드, 퇴직연금에서 3억6200만파운드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사실상 두 부문이 전체 영업의 전부를 차지하고 있다. 보장성 상품 중심의 국내사와는 다른 비즈니스 모델이다. 최근에는 영국의 자산운용사인 에버딘을 38억파운드(약 5조4000억원)에 인수하며 규모를 키웠다. 이번 인수로 스탠다드라이프의 자산규모는 6600억파운드(933조원)로 커지게 된다.
PCA생명을 인수한 미래에셋생명도 이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영국계 PCA생명은 변액보험에 중심을 둔 보험사로 그 비중이 75%에 이른다. 업계 평균이 15%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변액보험 비중이 ‘압도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자산운용에 강점이 있는 PCA생명 인수는 미래에셋생명의 변액보험 판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평가다.
김고은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양사 모두 변액보험 위주의 판매 전략을 펼쳐온 회사로 영업조직 통합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라며 “변액보험 부문에 시너지가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생명은 저금리 장기화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주목하고 있다. 공시이율이 2% 중반으로 떨어지면서 저축성 보험의 매력이 떨어진데다, IFRS17 도입으로 저축성 보험 판매는 보험사의 부채만을 증가시켜 오히려 부담이 된다. 중장기적으로 저축성 보험 고객이 변액보험 등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에 저축성 보험은 단계적으로 규모를 줄이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의 보험부채 중 저축성보험 비중은 35.9%로 생명보험업계 평균인 44.7% 보다 낮다. 저축성보험 판매를 줄이고 보장성 보험 판매에 주력하는 삼성생명의 저축성 보험 판매비중도 41%에 이른다.
다만 변액보험의 경우 눈에 띄는 수익증가가 나타나는 데에는 상당시간이 소요된다. 변액보험 판매는 빠르게 증가하지만 이익 인식에는 시간이 걸리는 구조인 까닭이다. 저축성보험은 매출을 수익으로 인식하는 데 반해 변액보험의 경우 수수료만 영업 외 이익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일정 수준으로 운용자산이 커지지 않으면 수수료만으로 수익을 창출하기 힘든 구조다.
미래에셋생명의 지난해 연간 순이익은 372억원으로 전년동기 보다 67.6% 감소했다. 자기자본이익률(ROE)도 2.2% 수준에 불과하다.
스탠다드라이프의 경우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지난해 말 기준 15%에 이른다. 자산규모가 500조원에 이를 정도로 고객을 확보한 탓이다. 미래에셋생명이 궁극적으로 스탠다드라이프의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하기 위해선 자산운용 역량 강화에 있다는 설명이다. 높은 사업비 등 변액보험에 대한 고객들의 불신해소도 풀어야 할 숙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변액-퇴직연금 중심의 상품 포트폴리오로만 이익을 늘리기 위해선 안정적인 운용수익률에 바탕을 둔 고객확보가 우선이다”라며 “스탠다드라이프가 자산운용사를 인수한 사례처럼 미래에셋생명의 성패도 결국 자산운용역량에 달릴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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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4월 11일 16:36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