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대규모 해외 M&A 나설듯
국내외 IB '러브콜'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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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자본시장의 열쇠를 쥔 플레이어로 SK그룹과 CJ그룹이 부상하고 있다. 이들은 손발이 묶인 삼성그룹과 내부 정비에 한창인 LG그룹, 영업환경 악화에 마주친 현대자동차그룹보다 적극적으로 자본시장을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SK그룹은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올해 가장 눈에 띄는 그룹으로 꼽힌다. 올해 1분기 국내 전략적 투자자(SI)간 M&A 중 가장 큰 거래였던 실트론 인수의 주역이었다. 10조원대에 육박하는 도시바 반도체부문 인수전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SK그룹은 회사채 발행 시장에서도 여전히 큰손이었다. SK㈜를 비롯해 SK인천석유화학, SK브로드밴드 등이 발행에 나서 1분기에만 1조원을 조달했다. 현대차, 롯데에 이어 발행 규모가 세 번째로 많은 그룹이었다.
동시에 SK그룹을 향한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이 SK그룹에 도시바 반도체 인수금융을 제안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SK그룹의 가능성을 본 미래에셋이 빅딜(big-deal)을 계기로 중장기적인 관계를 쌓고 싶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SK그룹에는 앞으로도 투자은행(IB)과 함께 할 수 있는 딜이 상당수 남아있다. 당장 SK하이닉스를 둘러싼 지배구조 해법이 필요하다. SK증권 보유 여부에 대한 실타래도 풀어야 한다. 현 시점에서는 다소 꼬여있지만, SK해운·SK B&T 기업공개(IPO)도 남아있다. 도시바 반도체 부문 인수 타진 이후 지속적으로 해외 대형 M&A에 대한 관심을 가질 가능성도 크다는 지적이다.
CJ도 자본시장에서 주목받는 그룹이다. CJ그룹은 최근 영국 스킨케어 브랜드인 더바디샵 인수를 타진하고 나섰다. 지난 2006년 프랑스 로레알이 9300억여원에 인수한 더바디샵의 현재 예상 매각가는 1조2000억원 안팎에 달한다. 또 베트남 물류 1위 회사인 제마뎁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CJ그룹은 올해 핵심 경영 전략 중 하나로 M&A를 내세웠다. 지난 3월말 열린 CJ㈜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채욱 CJ그룹 부회장은 "기존 사업 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M&A에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쏟겠다"고 밝혔다.
이재현 회장 복귀를 앞둔 CJ는 2020년 매출 100조원, 해외 매출 비중 70%의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목표 달성을 위해선 대규모 해외 M&A가 필수적이다.
회사채 발행 시장에서도 CJ는 여전히 '큰손'이다. 지난 1분기 7800억원을 발행해 국내 그룹 중 다섯번째로 많은 발행량을 기록했다. CJ헬스케어는 상장을 검토하고 있고, 국내 최대 화장품 유통망을 갖춘 CJ올리브네트웍스도 상장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옛 계열사였던 넷마블게임즈(구 씨제이게임즈)가 상장에 성공하면 CJ E&M에 2조원 안팎의 '총알'이 생긴다. 보호예수 기간 이후 지분을 어떻게 현금화할지, 자금을 어떻게 활용할지 여러 가능성이 열려있다.
두 그룹 모두 인하우스(in-house)라고 할만한 증권사가 없다. SK증권은 규모가 매우 작은데다 지배구조 이슈가 걸려있고, CJ는 2008년 현대중공업에 증권사를 매각했다. 두 그룹 모두 국내 거래의 경우 NH투자증권·KB증권 등 대형사를 꾸준히 활용하고 있을뿐 특별한 '선호'를 드러내진 않고 있다. IB의 역량에 따라 얼마든지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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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4월 10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