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한 거래로 관계 강화에 나서
구속 따른 '후폭풍' 안팎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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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월스트릿저널, 뉴욕타임스 등에서 이재용 부회장 근황을 실시간으로 '태평양(BKL)에 따르면'으로 알리지 않겠습니까. 거기에 한 줄 들어가는 것 생각하면 글로벌 마케팅 측면만 생각해도 이건 무조건 받아야 하는 거래(Deal)죠”
최근 로펌 업계의 화제는 단연 ‘태평양’이다. 청와대 게이트와 연루돼 구속 수사 중인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변론을 독점하면서, 지난해 롯데그룹 송무를 독식한 김앤장에 쏠렸던 시샘 섞인 시선이 올해는 태평양으로 옮겨가고 있다.
태평양은 판사 출신인 문강배, 송우철 변호사를 중심으로 소속 인력을 투입해 변호 준비에 한창이다. 관계자는 “전담팀을 중심으로 연일 밤샘 작업을 하는 등 회사 차원에서 온 힘을 싣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이 부회장의 불구속 수사를 이끌어 내는 등 이번 수임이 성공으로 끝날 경우, '최고 대우'는 이미 따놓은 것 아니냐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한 발 떨어진 M&A 업계에서도 벌써부터 부대 수입을 거론하며 진행 상황에 촉각을세우고있다. 메가딜에서 점차 소외받고 있는 국내 로펌업계의 고민을 한 번에 떨쳐낼 기회일 수 있다는 시각이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하만인터내셔널 인수 과정에서 미국 폴헤이스팅스에 법률 자문을 맡긴데 이어, 최근 20조원까지 거론되는 SK하이닉스의 도시바 인수전에도 국내 로펌은 자문을 따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큰손인 대기업들이 인력 내재화에 나서며 시장은 줄고 있고, 줄어든 시장에 경쟁은 심화하면서 수수료 인하 압력은 커지고 있는 환경에서 '삼성'이라는 든든한 우군을 얻게 됐다는 평가다.
한 대형 법무법인 관계자는“롯데는 경영권 분쟁이다보니 각 계열사들이 공식적으로 돈을 낼 수 있었는데, 총수 사건은 개인이 아닌 계열사가 수임료를 내면 배임이슈가 있을 수 있다”며 “다만 결과가 좋으면 각 계열사들이 ‘그룹을 구해 준 곳’ 태평양 외 다른 곳에 M&A 자문을 맡길수 있을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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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태평양은 지난해 삼성 관련 거래에 대부분 참여하며 관계를 쌓아 왔다. 롯데그룹의 삼성SDI 화학사업 및 삼성정밀화학 인수 건에선 롯데 자문을 맡아 참여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외 삼성전자 프린트 사업부 매각, 삼성전기 진동모터사업부 분사, 삼성증권 보유 삼성카드 지분(37.45%)의 삼성생명으로 매각 등 삼성 관련 거래에 꾸준히 모습을 드러냈다. 최근에는 강기중 전 삼성전자 부사장을 영입해 오는 등 관계 강화에 나서고 있다.
다른 대형 로펌 관계자는“태평양 내부에서도 추후 실적, 손실 여부는 전혀 신경쓰지 말고 올인하자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해진다”며 “일부 변호사들은 기존 사건 고객들에게 사과하고 수임을 미루거나 재배정하는 움직임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정작 내부 실무자들 입장에선 살얼음판이란 시각도 나온다. 결과가 안좋을 경우 전체적으로 펼쳐질 ‘후폭풍’ 때문이다.
과거 김앤장 사례도 언급된다. 지난 2013년 최태원 SK그룹,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각각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기소되자 양 그룹 모두 국내 1위 로펌 김앤장을 찾았다. 결과는 구속이었다. 이어진 항소심에서 각각 태평양과 율촌이 재심에서 구원투수 역할을 해내면서 김앤장 입장에선 머쓱해졌다는 평가다.로펌 업계에선 김앤장이 이후 해당 그룹에‘출입 금지’처분을 받았다는 후문도 공공연하게 나온다. 반대로 불구속을 이끌어낸 한화 측 변호인은 직후인 2014년 ㈜한화 신규 사외이사로 부임하는 등 밀접한 관계가 이어졌다.
한 대형 법무법인 관계자는 “일단 국내대기업들 문화가 일이 잘 안풀렸을 때 누구 책임인지를 많이 따지다보니 1차 타겟은 자문사(어드바이저)가 되고, 그 이후자기들끼리 파벌을 만들어 싸우는 게 관례였다”며 “SK에 이어 삼성 총수 형사 사건에서까지 실적을 올린다면, 주춤했던 태평양이 올해 반전을 보일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