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캐피탈ㆍ루터PEㆍ스틱·JKL 등 펀딩 시동…IMM인베·SK증권도 국민연금 관심
작년까지 주요 운용사 펀딩 완료…”올해 믿을 곳 없다” 지적도
경기 침체, 기업 위축에 정국도 변수…내년 투자시장도 불투명
-
주요 기관출자자(LP)들이 국내외 경기불안과 정세불안 속에서도 예년 수준의 사모펀드(PEF) 출자를 예고했다. 대체투자의 한 축을 유지해야 하는 LP들은 출자 주제를 다양화하며 새로운 길을 찾고 있다.그러나 PEF 시장 경쟁 심화와 그에 따른 수익성 하락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시장에 자금이 너무 많이 풀렸다는 지난 몇 년간의 우려가 최고조에 달한 분위기다. 올 하반기 또는 내년 결성될 2017~2018 빈티지 PEF가 넘어야 할 산들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민연금 이어 産銀도 곧 공고…중소 기관 매칭 출자도 이어질 듯
올해 출자 시장의 문을 연 국민연금은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메자닌펀드와 공동투자(Co-Investment)펀드 운용사 선정 절차에 돌입, 5월까지 제안서를 접수받는다. 미드캡(Mid-Cap)과 벤처펀드 부문은 하반기에 제안서 제출 요청 공고를 내고 9월에 접수를 마감한다.
산업은행도 이달 공고를 내고 운용사 일괄공모에 나섰다. 지난해와 같이 크게 PE와 VC 부문으로 나눠 6100억원 출자하기로 했다. 1월부터는 신산업 육성 PE 펀드에 1050억원을 출자하기로 결정하고 운용사를 선정 중이다. 하반기엔 매칭 출자 및 정부연계 출자도 예정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도 2000억원 규모 출자에 나선다. 수백억원 수준이던 지난 2년에 비해 규모가 커졌다. 예금사업단과 보험사업단이 각각 1000억원씩 출자를 예정하고 있다. 보험사업단은 이달 초 운용사로부터 제안서를 접수해 심사에 들어갔다. 우정사업본부는 이에 앞서 운용사들을 초빙해 출자 전략을 설명하는 자리를 갖기도 했다. 2014년 출자 과정에서 잡음이 일었던 것을 감안한 탓인지 ‘앵커출자자 역할은 어렵지만 출자는 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사학연금은 600억원 출자 계획을 밝혔고 오는 18일까지 제안서를 접수하기로 했다. 국민연금과 산업은행 등 큰 기관의 자금을 받는 운용사에 매칭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출자를 걸렀던 행정공제회를 비롯 다른 기관투자가들도 운용사의 자금 모집 상황을 살펴 하반기 출자사업에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다음 단계 오르려는 운용사 경쟁 치열할 듯…큐캐피탈ㆍ루터PEㆍ스틱·JKL 등 시동
가장 관심이 가는 부분은 역시 어떤 운용사가 국민연금과 산업은행으로부터 낙점 받느냐다.
올해 자금모집을 진행 중인 운용사 관계자는 “기존 대형 운용사들은 올해 펀드레이징 계획이 없기 때문에 메자닌·그로쓰에서 바이아웃, 중소형 바이아웃에서 대형 바이아웃으로 커가는 중견 운용사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큐캐피탈파트너스와 루터어소시에잇코리아(루터PE) 및 스틱인베스트먼트, 그리고 JKL파트너스 등이 주요 후보군으로 꼽힌다.
최근 몇 차례 투자수익을 확보한 큐캐피탈은 3000억~5000억원 수준의 블라인드 펀드 조성을 목표, 우정사업본부 제안서 제출을 시작으로 산업은행 지원도 검토 중이다.
루터어소시에잇 코리아도 국민연금 메자닌 펀드를 운용, 2호 펀드 소진을 앞두고 3000억~4000억원 수준의 펀드를 마련할 계획이다.
-
스틱인베스트먼트는 국민연금 출자 펀드의 소진율이 낮아 산업은행 PE 부문 지원을 고려하고 있다. 5000억원에서 7000억원 규모를 원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1000억원 규모로 조성될 한국성장금융의 신산업육성펀드 중소·벤처분야에도 지원한 상황이다.
JKL파트너스는 국민연금의 미드캡 부문은 물론 산업은행에도 제안서를 낼 것으로 점쳐진다. 3000억원대 펀드를 불과 2년 만에 소진한 만큼 이번에는 5000억원 규모 PEF를 결성해 안정적인 투자를 꾀하려는 전략으로 알려졌다.
IMM인베스트먼트도 출자 시장 참가를 조율하고 있다. VC 부문은 아직 소진율이 낮지만 주요 출자 일정이 하반기에 몰려 있기 때문에 새로 펀드 결성에 나설 여지는 있다. 5670억원 규모 메자닌펀드(페트라6호, 페트라6의 1호)는 55% 정도의 소진율을 보이고 있어 국민연금의 메자닌펀드에 지원할 가능성도 있다.
국민연금이 새로 시도하는 공동투자펀드엔 금융계 운용사들이 주로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펀드 규모의 20%에 달하는 운용사 의무 출자 규모 때문이다. SK증권과 신영증권 등이 연합해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펀드 결성을 거르려는 운용사도 있다. 유니슨캐피탈은 자금 소진율을 고려해 올해는 투자 및 관리에 집중하고 내년쯤 자금 모집에 나설 계획이다.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도 같은 이유로 펀드 결성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 이큐파트너스는 올해 블라인드 대신 프로젝트펀드에 중점을 두고 있다.
지난 2년간 국민연금 문 앞에서 좌절했던 오릭스PE도 당분간은 본사 자금에 기반한 투자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메자닌 부문 강자인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도 올해는 제안서를 내지 않을 전망이다.
◇자금은 많은데 줄 곳은 없고…경기 침체·정국 불안정 등도 우려
올해 말까지 자금을 받은 운용사들은 내년부터 투자에 나서게 된다. 그러나 자금소진 경쟁 심화, 국내 경기와 기업들의 위축, 새 정부 설립 이후의 불확실성 등으로 투자 불안감은 여느 때보다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운용사들의 자금모집 규모는 갈수록 증가세다. 몇 년 전만 해도 2000억~3000억원 수준의 블라인드펀드면 넉넉해 보였으나 이제는 웬만큼 이름이 쌓인 운용사들은 5000억원 바라본다. 개별 투자건의 덩치가 커지기도 했지만 매년 자금을 풀어야 하는 기관들의 사정 탓도 있다. 아직 그 후의 회수 실력을 입증한 곳은 많지 않다. 고민 끝에 이종(異種)의 투자 테마를 선보이는 사례는 늘고 있다.
경기침체와 반감 정서로 위축된 기업들이 얼마나 더 PEF들이 참여할 만한 거래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몇몇 기업을 제외하면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움직임을 찾아보기 어렵다. 어쩌다 나오는 대형 거래는 MBK파트너스가 독식하며 ‘우리나라에 재무적투자자(FI)는 한 곳뿐’이라는 푸념이 나온다. 수 년간 지속된 구조조정 국면에서 PEF의 역할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은 이미 드러났다.
정국 변동이 자본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예상하기 어렵다. 당장 정권이 바뀌는 올해는 물론 새 정권의 철학이 본격적으로 구현되는 내년부터는 투자 시장의 분위기가 또 달라질 수 있다. 대기업에 대한 견제가 강화될 수 있고, PEF에 여러 정책적 주제를 강조할 가능성도 있다.
기관들은 기관대로 고민이 많은 분위기다. 믿고 돈을 맡길 만한 곳은 내년 이후에나 다시 찾아올 가능성이 크다. 투자 테마를 세분화하고 새로운 주제를 도입해 신성의 탄생을 꾀하곤 있으나 불안감을 지우긴 어렵다. 갈수록 시장에 풀어둔 자금과 관리해야 할 운용사는 늘지만 인력은 그만큼 뒷받침되지 않아 허덕이고 있다.
기관출자자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시장에 자금이 너무 많이 풀렸다거나 자금을 줄만한 운용사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올해는 특히 더 심한 상황”이라며 “두둑한 자금을 쥔 운용사들이 많아지며 자금 소진 경쟁 심화하고 너무 높은 가치에 투자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4월 10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