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협력 절실한 LG그룹, 대응 전략 갈릴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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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가 글로벌 IT업체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접거나 휠 수 있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OLED 확보를 위해 구글 등 IT기업 및 완성업체들이 뭉칫돈을 들고 LG디스플레이에 협력을 요청하고 있다.
투자 제안을 앞둔 LG디스플레이의 고민은 깊어질 전망이다. '유이한' OLED패널 생산업체로 급성장을 앞둔 상황인데 일정 물량을 보장해 주는 것이 이익 측면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LG디스플레이의 속내다. 반면 신사업 육성이 시급한 LG그룹은 영역이 겹치는 '구글'과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계열사와 그룹 간 전략이 갈릴 가능성이 점쳐지는 배경이다.
◇OLED 삼성 독주 견제하는 IT기업들…뭉칫돈 들고 LGD '노크'
구글은 최근 LG디스플레이에 약 1조원 규모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라인 구축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LG디스플레이는 “(구글 투자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구글 외에도 안정적인 패널 수급을 위해 IT 및 완성품 생산 업체들의 협력 제안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중소형 OLED 디스플레이 양산이 가능한 업체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유일하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주요 고객인 삼성전자와 애플을 중심으로 이미 출하 물량에 대한 공급처 확보를 마친 상황이다. 약 10조원 투자를 통해 증설이 예정된 추가 설비 물량도 대부분 애플로 공급될 예정이다. 아직 OLED 수요가 크지 않은 업체들은 언제든 삼성디스플레이의 가격 책정 및 수급 전략에 휘둘릴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구글 등 글로벌 IT업체들이 LG디스플레이의 중소형 OLED 양산 여부에 관심을 쏟는 이유다. 최근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도 OLED 분야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으며 추격 의지를 밝히고 있다. 하지만 기술력 측면에서 현저히 뒤떨어져 있다는 평가다. 폭스콘을 비롯한 대만 업체는 OLED 전환 투자에 대해 유보적이다. 현재로선 LG디스플레이가 유일한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구글 이전에도 글로벌 IT업체와 중국 업체들이 LG디스플레이에 선투자 제의를 해왔지만 LG디스플레이가 거절 의사를 밝히고 있는 것으로 알고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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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 입장에선 안정적인 매출처 확보와 향후 협상력 제고 사이에서 ‘전략적 선택’에 놓인 상황이다. 향후 수익성을 고려하면 회사가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선제 투자가 반가운 제의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LG디스플레이는 완성업체의 선제 투자 제의를 받아들였다가 뼈아픈 교훈을 얻기도 했다.
애플은 지난 2012년 아이폰에 사용될 저온폴리실리콘(LTPS-LCD)의 확보를 위해 LG디스플레이에 선수금 명목으로 1조원 규모 금액을 투자했다. 이를 통해 5년간 특정 라인의 독점 장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후 LG디스플레이 매출의 약 30% 이상이 애플에서 나올 정도로 안정적인 매출원이 됐다. 2012년 신설된 LG디스플레이의 AD사업부가 공식 명칭인 ‘Advance Display’대신 ‘Apple Display’로 통용된 점도 업계에선 공공연한 얘기다.
결과적으로 애플 의존도가 심해진 점이 LG디스플레이에 독이 됐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애플은 LG디스플레이 설비를 활용하면서 동시에 샤프, 재팬디스플레이(JDI) 등 부품사들을 통한 공급망 다변화로 물량을 꾸준히 분산시켰다. 이를 통해 단가 인하를 유도했고, 이로 인한 LG디스플레이의 영업이익률 규모는 2~3% 초반대의 낮은 수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적으로 지난해 애플이 아이폰 차기 일부 모델에 LCD 대신 OLED 도입을 결정하면서 지난해 삼성과 손을 잡았고, LG디스플레이의 중소형 LCD 설비는 공백 위기를 맞기도 했다. 지난해 조직 개편에서도 LG디스플레이는 'AD' 팀을 해체했다.
LG디스플레이 입장에서는 완성업체의 ‘달콤한 요구’에 대한 경험을 쌓은 셈이다. 애플의 선수금 제의를 뿌리치기 어려웠을만큼 재무 여력이 넉넉지 않았던 지난 2012년과 대비해 자체 보유 현금도 충분히 갖췄다. 약 4조원이 전망되는 중소형 OLED 설비 투자도 자체적으로 대응이 가능할 전망이다.
◇'자동차 전장·스마트폰·IoT' 구글 협력 절실한 LG그룹, LGD와 엇박자?
일각에서는 협력 상대가 ‘구글’이라는 점에서 그룹과 계열사 간의 의사가 엇갈릴 수도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차적으로 구글의 투자 목적은 전략 스마트폰 '픽셀폰'에 도입될 OLED 패널의 안정적 확보에 있다. 더 나아가 구글이 향후 펼칠 신사업으로 거론되고 있는 사물인터넷(IoT) 및 자율주행차(스마트카) 등에서도 OLED 디스플레이는 필수적으로 사용될 전망이다. LG가 그룹차원에서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차량 전장사업 및 IoT 사업 등에서 구글은 든든한 우군이 될 수 있다.
LG그룹과 구글 간의 긴밀한 파트너십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LG전자는 구글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넥서스’를 대만 HTC와 공동 생산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LG디스플레이와 협력을 계기로 현재 HTC가 독점 생산하고 있는 구글의 픽셀폰 외주 생산에 LG전자가 참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 증권사 디스플레이 담당 연구원은 "연초부터 구글에서 LG에 대한 접촉을 지속적으로 늘려왔다"라며 "연 600만대씩 판매되는 픽셀폰을 위한 협력은 이제 시작단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검색 및 플랫폼 회사로 알려진 구글이 최근 도시바 반도체 인수전에도 뛰어든 것도 하드웨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며 "자율주행차를 비롯해 신사업에 필수적이면서 공급처는 한정된 낸드·OLED 패널에 대한 공급처 확보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선 LG디스플레이의 중소형 OLED 패널 양산이 전제 조건이지만 점차 양산 시기가 늦춰지며 우려도 커지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구미공장 내 6세대 생산라인 'E5'를 통해 올해 하반기 중소형 OLED 패널 양산을 계획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생산이 늦춰졌다. 애플의 차기 아이폰 모델에 삼성디스플레이에 이어 2차 공급업체(벤더)로 물량을 공급하려는 계획도 무산됐다. 업계에서는 OLED 생산에 필수 장비로 꼽히는 '증착기'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캐논 도키(Tokki)의 증착기가 기술력이 좋은데, 앞으로 수년치 물량을 삼성디스플레이가 이미 선점해서 LG디스플레이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구글에 줄 수 있는 '카드'를 마련하려면 OLED 패널 조기 양산이 필수적인데, 이 부분부터 해결해야 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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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4월 13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