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신주인수권값 급락…매각해도 손해
성과·실권수수료 지급했지만 "수수료 녹여도 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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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건설 신주인수권부사채(BW) 공모 청약이 흥행에 참패하며 1400억원이 넘는 물량을 떠안은 증권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들의 인수 물량이 시장에 쏟아지며 채권 가격도 급락세다.
두산건설은 지난달 16~17일 1500억원 규모 BW 일반공모 청약을 진행했다. 지난해 6월 같은 규모의 BW를 발행하며 3조3600억여원의 청약금을 끌어모은 두산건설은 당시보다 금리를 0.5%포인트 내리며 공격적으로 발행을 진행했다.
결과는 두산건설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청약금은 56억1500만원에 그쳤다. 지난해의 600분의 1 수준이다. 유안타증권이 홀로 33억여원의 청약금을 끌어들이며 분전했지만, 다른 인수단은 10억원씩도 모으지 못했다. 100억원의 물량을 받아간 한화투자증권엔 2100만원의 청약이 들어왔다.
1443억원의 미청약 물량은 고스란히 인수단의 부담이 됐다. 신영증권 등 6곳의 인수단은 자기 계산으로 이를 떠안았다. 대표주관회사인 신영증권이 577억원, 유진투자증권 385억원, KB증권 192억원을 인수했다.
이번 BW는 지난달 21일 발행됐다. 이날 신주인수권이 분리된 채권은 상장돼 거래가 시작됐고, 이어 지난 7일 신주인수권도 상장됐다.
잔액인수로 떠안은 채권은 증권사에 큰 부담이 된다. 북(book;투자한도)을 차지해 다른 거래에 쉽게 뛰어들 수 없게 되는 등 기회비용을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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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가상 대규모 실권으로 인해 물량부담이 생기며 채권값도 급락했다. 액면가 1만원의 채권의 거래가 9000원선 아래에서 시작됐고, 한때 8500원대까지 밀리기도 했다. 매도가 일시에 몰린 탓이다. 지난해 발행한 BW(92회)는 9600원선에서 안정적으로 거래되고 있다.
한 인수단 관계자는 "떠안은 BW를 처분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 중"라며 "현재 거래되고 있는 채권과 신주인수권의 상당수가 인수단의 실권물량일 것"이라고 말했다.
주가 급락으로 인해 신주인수권의 가치도 기대 이하로 떨어졌다. 14일 종가 기준 두산건설 주가는 3365원으로 신주인수권 행사가액(3590원)보다 오히려 225원 낮다. 지금 시점에서는 신주인수권을 행사하면 손해가 나는 구조다.
현재 두산건설 신주인수권은 장당 345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신주인수권의 내재가치(주가와 행사가의 차액)는 '제로'가 됐지만, 시간가치(향후 주가가 오를 거라는 기대감)만으로 가격이 형성되어있다.
일반적인 대형 공모 BW라면 '무위험 차익 거래'가 가능하다. 채권을 약간 할인해 매각하고, 신주인수권을 별도로 매각해 2~3% 안팎의 차익을 취하는 전략이다. 이번 두산건설 BW에선 이런 전략이 불가능하다. 현재 시세대로라면 채권과 신주인수권을 모두 매각해도 7~8% 이상의 손실이 난다.
인수단으로 참여한 증권사들은 두산건설로부터 받은 수수료를 녹여서 매각해도 손해가 난다며 울상이다.
두산건설이 지급한 수수료는 적지 않았다. 모두 합쳐 53억여원에 달한다.
대표주관수수료로 12억원을 신영증권에 지급했고, 발행금액의 1.7%, 총 25억5000만원을 인수수수료로 내놨다. 여기에 청약금액의 1.5%를 성과수수료로 책정하고, 실권이 나면 실권 인수 물량의 1%를 별도로 지급하기로 계약했다. 총 청약금액이 56억여원에 그치며 '성과수수료'로는 고작 8400만원이 지급됐다. 실권수수료는 14억여원 규모였다.
현 시세를 감안했을때 인수단이 감수하고 있는 평가손실액은 100억~130억여원으로 추정된다. 수수료로 보완이 되지 않는 수준이다.
다른 인수단 관계자는 "비교적 인수금액이 적은 증권사는 최대한 빨리 털어내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신영증권 등 인수 규모가 큰 증권사는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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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4월 17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