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부지 인수 이후 협력업체 원가인하 압력도 '한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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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은행들이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 협력업체에 대한 여신 축소에 나선다. 현대·기아차가 국내외 시장에서 점유율하락, 판매부진 등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협력업체들의 수익성 또한 떨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11일 복수의 국내 은행 기업여신부 관계자에 따르면 은행들은 현재 현대자동차그룹 협력업체들의 여신 현황을 일제히 점검하고 직·간접적으로 여신 규모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여신 축소는 현대차가 발행한 기업어음(CP)과 매출채권을 보유한 업체들이 주요 대상이다. 협력업체들이 은행으로부터 직접 받은 대출의 만기연장을 거부하거나, 만기가 도래했을 시 여신을 축소하는 방식이다. 또한 협력업체들이 현대차의 CP를 은행에서 일정비율의 할인을 받아 현금화할 때 할인율을 높게 책정하거나 할인 받을 수 있는 금액의 한도를 줄이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국내 A은행 기업여신부 관계자는 "협력업체들마다 상이하지만 현대차로부터 발생하는 매출규모가 큰 업체일수록 위험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대대적인 점검 이후 단계적으로 직접 및 간접대출 한도를 줄여나가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은행권의 여신축소 움직임은 최근 신뢰도 하락과 더불어 국내시장 점유율 하락, 해외시장의 판매부진 등으로 현대차의 수익성이 저하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5조1935억원으로 2010년 5조9185억원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고스란히 현대차 협력업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3월 기준 현대차의 미국시장의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 줄어든 6만9265대, 기아차는 15.2% 감소한 4만9429대다. 중국시장도 마찬가지로 판매량이 전년동기 대비 50%이상 줄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 현대차의 올 1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는 주가에 고스란히 반영돼 2014년 25만원을 넘어섰던 주가는 현재 15만원을 밑돌고 있다.
특정 은행은 현대차 협력업체에 대한 여신축소가 지난 2014년 현대차그룹의 한국전력공사 사옥부지를 인수한 이후부터 꾸준히 검토해 왔다고 밝혔다. 현대차가 10조5000억원을 들여 부지를 인수하면서 이에 대한 부담을 협력업체에 전가함에 따라 일부 업체의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B은행 기업여신부 관계자는 "지난 현대차가 2014년 한전부지를 인수한 이후부터 원가인하(Cost reduction)를 위해 협력업체에 부담을 많이 안긴 탓에 일부 협력사들의 수익성이 굉장히 나빠졌다"며 "이러한 기업들에 대해 실제로 여신을 축소했고 현재도 축소를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까지 은행권의 현대차 및 기아차를 대상으로 한 여신축소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은행입장에서 여전히 갑(甲)인 현대차와 기아차의 직·간접 여신을 축소하기는 쉽지 않다"며 "지금으로선 협력업체들에 대한 여신축소를 검토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볼 때 현대기아차 또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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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4월 11일 16:13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