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퇴직·캐피탈 매각·본사 매각 시도 등 국내 사업 축소 의혹
"한국 특화 고민 없이 본사 전략만 따른다"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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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씨티은행이 다시 구조조정 논란에 휩싸였다. 이번엔 국내 지점을 80%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디지털화에 대비하기 위한 비대면 채널 강화 목적을 앞세우고 있지만, 국내 사업 축소 및 인력 감축을 위한 포석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씨티은행은 최근 '차세대 소비금융 전략'을 발표했다. 이 전략의 핵심은 133개의 국내 지점 중 101개를 없앤다는 것이다. 남은 32개 지점은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기업금융센터·자산관리(WM)센터 등으로 집중해 운영한다.
지점이 통폐합되면 약 800여명의 직원은 업무처를 옮겨야 한다. 씨티은행은 다른 센터 혹은 고객가치센터·고객집중센터 등 비대면 업무 채널에 이들을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온라인·모바일 등 비대면 채널 이용 고객이 95%를 넘는 상황에서 오프라인 점포 유지는 비효율적이라는 게 씨티은행의 설명이다.
이와 더불어 2020년까지 자산관리서비스를 받는 고객을 50%로 늘리고, 고객의 80%를 디지털채널 적극 이용자로 전환하겠다는 복안도 내놨다.
씨티은행 노동조합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인력 감축과 사업 축소를 위한 사전 준비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노조는 '100곳 이상의 점포를 유지해달라'고 회사에 요구했지만 협상이 결렬됐다. 노조는 쟁의조정을 신청하고, 단체행동을 준비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씨티은행의 '차세대 전략'에 반신반의하는 표정이다. 씨티은행은 지난 2014년 희망퇴직을 통해 650명을 구조조정하고, 2015년에는 씨티캐피탈을 아프로서비스그룹에 매각했다. 지난해엔 서울 중구 본점 사옥 매각을 시도했다.
이는 다른 외국계 금융사들의 국내 사업 축소와 맞물려 '씨티은행 국내 철수설'의 근거가 되기도 했다. 앞서 홍콩상하이은행(HSBC)은 2013년 국내 소매금융사업을 매각하고 점포 10개를 폐쇄했다. RBS와 UBS는 2015년 한국에서 철수했고, 바클레이즈와 골드만삭스도 지난해 국내 은행 영업을 포기했다.
그 때마다 씨티은행은 철수설을 부인해왔다. 이번 '차세대 전략'도 철수와는 관계가 멀다는 입장이다.
다만 씨티은행의 국내 입지가 계속 좁아져 온 것은 사실이다. 씨티은행의 총 자산(별도기준)은 지난해 45조68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조2500억원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30% 감소했다. 2013년 3.45%였던 국내 예수금 점유율은 2015년 2.69%로, 대출금 전유율은 같은 기간 2.65%에서 2.31%로 감소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일선 영업 인력들을 사실상 콜센터에 배치한 셈인데 '차세대 채널' 역할을 할지 '대기발령소'가 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지점을 대폭 줄이면 일반 소매금융부문은 확실히 축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씨티은행의 국내 전략이 부재(不在)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씨티그룹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일반 소매금융을 대폭 축소하고 부자 고객 위주 WM과 기업금융을 강화하는 전략을 실천해왔다. 이에 따라 씨티그룹의 미국 내 은행 지점 수는 2009년 1049개에서 지난해 756개로 크게 줄었다.
씨티은행이 씨티캐피탈을 전격 매각한 것 역시 씨티그룹 본사의 일반 소매금융 축소 압력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씨티캐피탈은 보유한 무담보개인신용대출채권을 헐값에 매각했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씨티은행이 지난 수년동안 차별화된 전략 없이 글로벌 본사의 지시에 충실하게 고배당을 통한 현금출금기 역할을 한다는 비판이 있다"며 "박진회 행장이 국내 전략에 대한 일체의 비전 없이 본사의 지시만 이행하는데 급급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씨티은행 관계자는 "이번 전략 변화의 목표는 전통적 지점 모델에서 벗어나 급변하는 디지털환경과 고객 금융서비스 이용 방식에 대응하려는 것"이라며 "직원수 변동은 없을 것이며 지점망이 더욱 최적화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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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4월 19일 13:45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