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체제 후 덩치는 키웠지만 수익성·안정성은 악화해
유상증자가 가장 쉬운 카드지만 지주 성장전략 의구심
BNK처럼 성장재원 필요한 지방지주 지역유착 재현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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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K금융지주의 시세조종 논란이 불거지며 사면초가에 빠진 지방금융지주 '현실'에 금융시장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그간 지방금융지주들은 경쟁적으로 M&A를 추진하고 국내외 사업영역 확대를 꾀해왔다. 이 과정에서 재무적 안정성은 낮아졌고 이를 만회하기 위한 부담은 지역 기업과 주주들에 옮겨졌다. BNK금융 사건은 지역밀착 영업의 한계와 외형 확장 사이에서 고심해야 하는들의 현실이 드러난 사건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18일 성세환 BNK금융 회장이 구속수감 됐다. 검찰은 성 회장이 계열사를 통해 지역 기업에 대출하면서 그 기업들에 BNK금융 주식을 사도록 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유상증자 과정에서 그 기준이 되는 시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금융지주 경영진이 위험을 무릅쓰고 효용이 크지 않은 ‘꺾기’ 대출에 관여했을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은행업계와 자본시장업계에서는 그 사실관계보다는 그러한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었던 지방금융지주의 실태에 더 주목하고 있다.
지방은행은 1960~1970년대 금융업무 지역분산, 지역경제 발전이란 목적 아래 설립됐다. IMF 금융위기와 M&A, 민영화 등을 거치며 통폐합이 이뤄졌다. 현재는 BNK금융과 DGB금융지주, JB금융지주 등 지방금융지주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형태는 갖췄지만 설립 취지부터 사업영역까지 지역과 뗄려야 뗄 수 없는 지방지주의 한계는 명확했다. 지역 산업·경제 기반의 약화, 시중은행의 침투에 대응할 활로가 필요했다. 지방은행들은 지주체제로 전환한 후 공격적인 영업을 통한 고성장 전략을 폈다. 2015년 지방은행의 수도권 진출 허용 후 움직임도 활발했다.
BNK금융은 경남은행, DGB금융은 DGB생명, JB금융은 전북은행 등 M&A 역시 빈번히 이뤄졌다. 지주사로서의 자회사 라인업 구색을 맞췄고 급격한 외형성장도 따라왔다. 설립 연도 대비 자산규모가 두 배 이상 는 곳도 있다.
그러나 자본적정성이나 수익성의 질은 떨어졌다. BNK금융과 DGB금융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011년말 14.34%와 12.48%에서 지난해 7.70%와 7.95%로 각각 하락했다. JB금융 역시 설립 당시보다는 소폭 하락한 상황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방은행들은 과거엔 덩치는 작아도 지역밀착 경영으로 자본적정성이나 건전성, 수익성 등 지표가 우수했는데 금융지주 체제 전환 후 외형확장에 치중하면서 안정성이 저하됐다”며 “이를 극복하고 새 동력을 마련할 가장 쉬운 방법은 유상증자인데 이 과정에서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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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금융지주들은 설립 후 수 차례 증자를 단행했지만 주주들을 설득하고 참여를 유도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지금까지 보여준, 그리고 추진하고 있는 지방금융지주의 성장전략과 그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도 존재했다.
BNK금융 주가는 지난해 엘시티 특혜대출 의혹이 불거진 이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시세조종 사건까지 얹어지며 추가 증자는 물론 기존 확장 전략도 추진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기관경고라도 받게 된다면 그 경중에 따라 신규 M&A나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계획이 몇 년간 제자리를 맴돌 수 있다.
DGB금융은 그 동안 성사시킨 M&A의 당위성을 더 증명해내야 한다. 생명보험과 자산운용 인수로 소극적인 이미지는 덜었으나 두 M&A는 인수자의 필요성과 의지가 강했던 만큼 예상보다 비싼 값을 치러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생명보험은 지난해 실적이 꺾였고, 앞으로 증자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 국내 마지막 목표인 증권사 인수에선 더 신중한 옥석 고르기에 나서야 한다는 평가다.
JB금융은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대비 30% 이상 성장하며 M&A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경쟁사 대비 지역의 인구·기업 기반이 취약한 만큼 수도권 진출에도 적극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그러나 “JB금융은 가계대출을 시중은행의 아성인 수도권 공략의 핵심 카드로 보고 있다”며 “경기가 좋지 않고 금리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가계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린 점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포화상태에 다다른 국내 금융시장, 시중은행의 공고한 지위를 감안하면 지방금융지주에 남은 길은 해외 시장 확장뿐이라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해외 진출 역시 걸음마 단계다. 대형 금융지주조차 해외선 애를 먹고 있다. 현지 국내법인과 손잡고 안정적으로 진출하는 경우도 있지만, 본격적인 이익을 내기까진 시간이 더 필요하다.
이제와 지역에만 머무르며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도 없다. 지역에서의 내실 다지기 만으론 점차 중요해지는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갈 수 없다. 경쟁에서 밀리면 국내 철수를 타진하고 있는 외국계 은행들처럼 뒷걸음질을 치게 될 수도 있다.
지방금융지주들은 여전히 성장에 대한 의지가 크고 '새로운 주식'에 대한 열망도 높다. 그러나 나가기도 물러서기도 어려운 상황에선 투자자들에 성장 비전을 자신 있게 밝히기는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BNK금융 시세조종 사건은 지방은행의 유대가 지역 유착이란 폐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드러냈다"며 "증자라는 손 쉬운 방법을 놓기 어려운 지방금융지주가 또 다시 구설에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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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4월 23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