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결국 현대차그룹에 기댄 꼴
현대카드, 여전한 그룹 의존 한계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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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주주를 맞이 한 현대카드가 다시금 ‘현대차그룹’ 제휴 카드를 꺼내 들었다. 현대기아차 고객을 현대카드로 끌어 들이기 위함이다. 앞으로도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한 주주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현대차그룹 지원에 더욱 기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현대기아차 고객 충성도가 예전 같지 않은데다 승계구도와 맞물려 ‘독자생존’에 나서야 한다는 점은 고민거리란 지적이다.
GE와 결별한 현대카드는 지난 1월 어피니티-칼라일 등 사모펀드(PEF)를 새로운 주주로 초빙했다. 관심은 자연스레 '만족할만한 기업가치 개선이 이뤄질까'로 모였다. 동시에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현대차 계열'이라는 꼬리표 없이, 단독브랜드로서 미래가치를 인정받는 작업에 나설지도 관심사였다.
카드업계에선 현대카드의 경영전략 변경 가능성이 언급됐다. 어피니티컨소시엄이 박영택 어피니티 회장과 이상훈 어피니티 한국대표를 현대카드 이사회 이사진(총9명)으로 선임하면서다. 투자금 회수가 목적인 FI가 경영에 참여할 경우 과도한 마케팅 비용지출을 통제할 것이란 전망부터 빅데이터를 활용한 ‘디지털’ 사업 추진 등 다양한 변화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런 분위기 속에 현대카드는 최근 기아자동차-현대카드 ‘KIA RED MEMBERS’ 제휴카드 2종을 새롭게 출시했다. 이 카드를 사용하면 전 가맹점에서 기아차 레드포인트와 현대카드 M포인트를 동시에 적립할 수 있다. 여기에 카드 사용에 따라 적립되는 M포인트의 15~20%를 레드포인트로 재적립 해준다. 다시 말해 기아차 구매 고객의 경우 이 카드를 사용하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기아자동차 구매 고객이 현대카드로 유입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투자회수가 목적인 새로운 주주들의 입맛에도 부합하는 방향이다. 효과가 불분명한 마케팅 보다는 모기업과의 강력한 제휴가 수익성 및 점유율 상승으로 나타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제휴카드 출시는 현대차그룹에서 현대카드가 놓인 한계를 그대로 반영한다는 분석이다. 그간의 다양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그룹에 종속된 카드사로서의 지위는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따지고 보면 지금의 현대카드를 있게 한 장본인도 현대차그룹이다. 2003년 출시한 ‘현대카드M’은 현대기아차를 구매할 때 차종에 따라 20만~50만원을 먼저 할인해 주는 선할인 마케팅으로 고객을 끌어 모았다. 그 덕분에 출시 4년 만에 현대카드는 유료회원수를 212만명에서 460만명으로 늘렸다. 정태영 부회장이 시도한 새로운 마케팅 기법보단 현대차그룹의 지원이 현대카드 성장의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게 업계 평가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현대카드의 신용도의 기반은 결국 현대차그룹과 비즈니스 밀착도다”라며 “양사의 관계가 느슨해 질 경우 신용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으로서도 고민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현대차 그룹의 승계시점과 맞물려 금융계열사 수장으로 자리 메김 하기 위해선 ‘독자생존’ 스토리가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 들고 온 ‘카드’가 현대차그룹과의 제휴 강화라면 정 부회장의 입지도 흔들릴 수 박에 없다. 금융권에선 FI들의 경영참여가 활발해질수록 현대차그룹과의 제휴 요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더불어 현대기아차에 대한 고객 충성도가 예전과 같지 않아 얼만큼 실적으로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200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지만, 지금의 상황은 그 때와는 다르다. 특히 기아차는 주력 모델 노후화 등으로 올해 내수 시장에서 부진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국내에서 4만7621대를 팔아 전년동기 대비 판매량이 5.7% 감소했다. 문제는 국내에서조차 외제차 선호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등 고객들의 충성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전과 같은 제휴 마케팅 효과가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기아차 제휴카드의 경우 현대카드가 경쟁사 대비 우위에 있는 부분이다”라며 “다만 기아차에 대한 고객 충성도가 이전과 같지 않은 점은 다양한 혜택에도 고객유치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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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4월 23일 09:00 게재]